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 제프리 스타인가튼 / 이용재 : 별점 2.5점 Book Review - Food or 구루메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 6점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북캐슬

보그의 음식 컬럼니스트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연재 컬럼을 모은 두번째 책. 최고 수준의 잡지 <보그>지에서 20여년간 음식 컬럼을 써 왔다는 것 만으로도 한번 읽어볼만한 글이라 생각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1권은 절판이라 2권 밖에는 구할 수 없었지만요.

음식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러가지 요리와 재료들에 대해 직접 실험해 본다던가, 특정 음식과 그에 관련된 건강 상식에 대해 재고해 본다던가, 미식 기행을 떠난다던가, 최고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등 많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연재 컬럼을 모음집이라서 베스트 셀렉션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90년대 후반이라는 시기에 쓰여진 컬럼들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은 의외였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최신 트렌드와 정보를 반영한 컬럼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물론 "미식 기행"이나 "레시피 소개"는 베스트를 엄선하는게 더 나았을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요.

특징이라면 법대 출신으로 미식가, 음식평론가이기는 하나 전문 요리사는 아닌 사람의 시각이 반영된 글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요리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접근과 초보자다운 시행착오가 넘쳐나거든요.
식생활을 위한 하루 최저 비용 4.5달러 (글이 쓰여진 당시겠죠)로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실험하는 이야기가 대표적이에요. 무한도전의 한 에피소드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저자는 다양한 시도를 끝없이 한다는 점? 여튼, 뉴욕에서 싸다는 음식점 10군데를 돌아다녀 시식한 뒤, 4.5달러로 끼니를 떼우려면 집에서 조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여러가지 알려진 식단을 실험해보는 식이죠. 그럴듯한 해결책 - 본인의 이론 및 관련된 대표적인 레시피 - 을 제시하며 마무리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서른세병의 케첩과 직접 만든 케첩 두종을 더해 총 35종을 직접 테이스팅(?)하여 최고의 케첩을 고르는 자신만의 축제를 연다는 컬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고요. 평은 제각각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는 "하인즈"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 중 하나이니 참고하세요.
저지방 조리법에 대해 다양한 레시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다가 새롭게 발견된 몸에 흡수되지 않는 가짜 지방 "올레스트라"를 소개하는 글도 이야기의 맥락이 잘 이어져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올레스트라는 저자의 실험으로 볼 때,아직 진짜 기름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이긴 하더군요.

그 외에도 독특한 시각과 체험이 반영된 재미난 글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웨이터 학교에 입학하여 관련된 교육을 받는 에피소드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간 여러 일본 구루메 만화에서 본 상식을 여지없이 깨버리거든요. 웨이터 학교 교육의 핵심은 "팁을 많이 받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손님에 대한 정성어린 접객, 손님을 기억해서 뭘 어쩌구 한다는 다 필요없습니다. 심지어 물까지 팔아야 한다니 - 병물인 "에비앙", "페리에"의 판매 이익이 높다네요 - 말 다했죠. 이 글을 읽은 이상 다음에는 레스토랑에 가서 호구잡히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또 미국식 시니컬한 유머와 과장이 가득하여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에요. 글만 읽어도 인생을 참 유쾌하게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돈까지 번다니 유쾌할 수 밖에 없겠지만. 이러한 재미요소 덕분에 20년이 넘는 동안 컬럼니스트로 장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나 식도락 기행과 저자가 직접 조리해본 레시피를 소개하는 뒷부분의 두 챕터는 국내 현실에 잘 맞지 않고 다른 책들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아 재미가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튀니지 요리 소개만큼은 처음 접해본 내용이며 "포장 상자 뒷면에 있는 조리법" 으로만 조리한 경험을 소개하는 부분 등의 아이디어는 재치 넘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족했어요.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딱딱한 편이라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저자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군데군데 오역도 간혹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서는 번역 문제가 더 클 것 같긴 합니다만, 뭐 어쩔 수 없죠. 제가 그렇다고 원서를 읽을 실력이 되는건 아니니까...

그래도 "재미있는" 음식 컬럼이라는 색다름이 좋았던 책입니다. 단순히 미식 기행, 레시피 소개로 끝나는게 아니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정서 및 환경에 잘 맞지 않고 번역도 문제가 있는 듯 하여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음식 관련 글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1권도 구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