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나 먹자 - 전호용 : 별점 2.5점 Book Review - Food or 구루메

알고나 먹자 - 6점
전호용 지음/글항아리

딴지일보에 연재되었다는 음식 관련 컬럼 모음집. 존경하는 이웃 블로거 밥과술님이 추천해 주셔서 관심이 가던 차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호평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재미도 있고 장점도 많은 책인데 일단은 식재료 에세이라고 불러야 될 정도로 재료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부제인 "본격 식재료 추적 음식문화 박물지"에 어울리는 디테일로 된장, 고추장에서 시작해서 고기와 각종 야채, 곡물까지 대부분의 한국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를 일람하고 있거든요. 온갖 농산물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고 김장이라는 큰 주제로 중간 부분을 마무리하고 있는 목차도 좋고요.
그리고 저자가 실제 농사일을 해 왔던 경험을 토대로 썼다는 점에서 다른 음식 관련 컬럼, 에세이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 책만의 굉장한 장점이기도 합니다. 글 줄 하나하나마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게 흡사 동네 할아버지가 해 주는 재미난 농산물 관련 엣 이야기 같기 때문이에요. 순수 한국 기준의 내용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참고로, 경험을 토대로 했기에 다른 책들과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인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황교익같은 전문가가 염전은 허구이며 갯벌을 썩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 것에 반해 이 책에서는 경험에 기인한 나름의 긍정적인 부분, 즉 젓갈이 좋았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는 식으로 말이죠. 장점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경험자의 의견으로는 충분히 받아들일만 한 것 같아요.
저자의 농사 경험 및 실제 요식업에 몸을 담았던 경력에 토대를 둔 노하우를 소개하는 것도 괜찮은 점입니다. 젓갈을 사러 가면 양념 젓갈은 사지 말라는 것, 이유는 양념 젓갈은 그 상태로만 먹어야 하고 다른 요리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500그램 한 통 사기 어렵다는 것이죠. 젓갈집 들어가서 이거저거 하나씩 먹어보고 "이거 양념 안 한 것도 있어요?"라고 물어보고 있다고 하면 그건 그 집에서 담근 젓갈일 것이라는 것도 다른 곳에서 알기 어려운 좋은 정보고요. 그리고 저자가 곰소에서 산 바지락젓을 이용한 계란찜과 황새기젓의 살을 발라 다진 뒤 청양고추, 마늘을 다져 넣고 발사믹 시초를 넣은 양배추 쌈장의 레시피가 이어집니다. 한마디로 개인 경험담에서 시작해서 음식 관련 정보 소개, 그리고 레시피로 이어지는 완벽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흔한 음식 관련 서적에서 많이 소개되지 않는 소소한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파고든 것도 큰 장점이에요. 마늘이나 생강, 각종 향신료, 콩과 잡곡 등에 대해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알려준 책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거든요. 처음 접하는 내용들이라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가 많기도 한데 다른 곡식을 심었더라면 배는 주리지 않았을텐데 구태여 쌀을 심은 이유에 대해 논하는 부분이 그러하죠. 쌀은 마약이었다!라는 결론인데 참신했어요. 겉보리가 꽁보리라던가, 고량주는 수수로 담근다라던가, 전래동화 <해님 달님>의 호랑이가 떨어진 곳이 수수밭의 수수대를 날카롭게 잘라낸 밑동이 있던 자리라는 것, 그래서 호랑이 피가 수수대에 뭍은 것이 아직 남아 수수대 밑동이 붉다는 전설같은 것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시시콜콜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제공해 주는 것도 기대에 값하는데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의 소개라던가 늙은 고기가 싸지만 보쌈, 수육에는 좋다는 이야기나 집에서 쓰는 칼에 대해 알려주는 등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정보가 가득합니다.

그 외에도 지나치게 우리 농산물을 강조하지 않는 것도 독특했던 점이에요. 중국산 마늘은 씨알이 굵고 매운맛, 향이 강하니 고기 요리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넣으면 좋다는 것은 아주 유용한 것이죠 타박만 할 게 아니라 용도에 맞게 쓰라는 것, 암요. 맞는 말이고 말고요.

아울러 전형적인 딴지일보 마인드가 엿보이는 것도 다른 유사 에세이와의 차이점으로, 자신의 삶과 경험을 토대로 자본주의, 계급사회를 비판하는데 설득력 충분하게 쓰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 자체가 불편한 독자도 분명 있겠죠. 그리고 농산물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며 GMO 농산물을 비롯하여 고기 소비, 물고기 양식 등 총체적인 것에 대한 비난은 그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긴 했어요. 생협, 또는 직거래 장터와 같은 단기적인 방안이 크게 실효를 거두리라 생각되지 않으며, 설령 성공한다 하더라도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음식 관련 서적으로 보기에는 학술적 근거 대신 개인 생각과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어 적절치 않으며, 요리 서적으로 보기에는 레시피가 거의 없기에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도 레시피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간단한 레시피도 몇가지 소개되고 있긴 하나 실제 집에서 해 볼 수 있을 만큼의 디테일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관심있으면 따로 찾아보라는 뜻일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있는 글들이라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만 단점도 있고 일부 기대와 다른 부분 때문에 감점합니다. 재료보다는 조금 더 "요리", "음식" 쪽으로 포커스를 옮긴 후속작이 나와주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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