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과자의 안 - 사카키 쓰카사 / 김난주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화과자의 안 - 6점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난주 옮김/블루엘리펀트

모두 5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가벼운 일상계 단편집입니다. '키 150cm, 체중 57kg'의 주인공 우메모토 교코가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 백화점 지하에 있는 화과자점 "미쓰야"에서 일하게 된 후 만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죠.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으로 충동적으로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꽤 괜찮았습니다. 쉽게 읽히는 재미는 물론 추리적으로도 제법이며 잘 몰랐던 "화과자"에 대한 현학적인 매력도 넘치는 덕이죠.
캐릭터들의 매력과 배분도 아주 적절합니다. 탐정역의 괴인 츠바키 점장, 단순 해설역이 아니라 빠른 눈치와 추진력으로 이야기를 템포를 유지시켜주는 우메모토 교코, 게이 성향이 있는 화과자 장인 지망의 베테랑 아르바이트생 다치바나가 화과자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을 덧붙여 주는 식으로 황금분할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연산 - 파워 - DB의 3위 일체랄까요?

허나 화과자에 대해 알고 있어야만 추리를 따라갈 수 있기에 평범한 일반인, 그것도 한국인 독자가 추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일상계이지만 전문가적 지식이 발휘되는 작품이라는 측면에서는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명탐정 홈즈걸>과 같은 스타일이에요. 물론 현학적인 재미로 보상해 주는 만큼 일방적인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저 역시 아주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갤러리 페이크>가 되는 것일테니깐...

그래서 별점은 3점. 전문가 일상계 추리물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추리소설에 입문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네요. 이야기도 소소하니 따뜻하고 즐거우며 맛있기까지 하니 더 바랄게 뭐가 있겠습니까.

각 단편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는 가득합니다.



<화과자의 안>
회사원 아가씨가 생과자 "오토시부미" 1개에 "투구" 9개를 사간 이유에 대한 추리가 펼쳐지는 작품.
츠바키 점장의 추리는 오토시부미를 특정 인물 1명 앞에 내어 놓을 필요가 있었으며 그 이유는 "오토시부미"의 사전적 의미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는 내용을 쓴 무기명의 문서' - 에 따라 그 과자를 받는 사람은 뭔가 부정이 있다!라고 다도에 박식한 상관에게 넌지시 고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다음에 회사원 아가씨가 과자를 사러 왔을 때에는 사건이 해결된 것을 알아차리고 '액막이용 과자'인 "물의 달"을 바로 내어준 것이고요.

화과자에 대해 잘 모르면 추리에 동참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시리즈의 시작으로 캐릭터들의 소개와 더불어 이 작품이 화과자에 대한 일상계 추리물이구나! 라는 것은 충분히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현학적인 재미도 넘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1년에 한 번 하는 데이트>
견우와 직녀가 만난 후의 칠석 과자 "까치"를 사러 온 여대생은 대만에 있는 남자친구와 원거리 연애 중으로 비행기를 타야 했고, 단골인 스기야마 할머니가 사가는 과자는 사실 불단에 올릴 목적이었다는 것을 추리해 내는 작품
첫번째 에피소드와 동일한 문제는 여전합니다. 일반인이 추리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나마 여대생의 원거리 연애 에피소드는 독자도 추리할만한 여지가 있긴 했습니다만 스기야마 할머니 이야기는 정말 무리에요. 특히나 할머니의 독특한 복장이 사실은 화과자의 "상제" 색 조합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은 일반인의 영역은 아닐테니까요.
그래도 전문가적인 지식을 토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로 교과서적 전개를 보여준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캐릭터들이 나름 성장하기도 하고, 츠바키 점장의 개인사도 살짝 엿보이는 등 읽는 재미도 충분했고요. 별점은 3.5점.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는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싸리와 모란>
야쿠자가 와서 시비를 거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다치바나의 사부가 가게의 전문성을 시험하느라 이런저런 전문용어를 사용한 것이라는 이야기.
요약된 줄거리 그대로 추리의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그냥 화과자에 대한 정보 전달이 주인 탓에 일상계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갤러리 페이크>에 더 가까워요.
허나 워낙에 재미있는 내용들이라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 아주 재미있었어요. 화투에 멧돼지와 싸리가 반드시 같이 그려져 있는 이유가 멧돼지 = 보탄 (모란) -> 모란떡은 오하기 -> 하기는 싸리, 그래서 같이 그린다ㅡ라는 언어유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인데 다른 작품에서 접하기 힘들 뿐 아니라,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야간 야쿠자스러운 말투와 엮어 재미나게 풀어내는 솜씨가 정말이지 탁월해서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신 캐릭터인 다치바나의 사부도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긴 합니다만 그런대로 작품과 잘 어울리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스위트 홈>
백화점 내 양과자집 "황금사과"에서 일한는 아르바이트생 가쓰라자와가 팔다남은 케이크를 "오빠"에게 가져가는 이유는?
"오빠에게 가져간다"는 안이 착각한 것일 뿐 케이크를 "오빠", 즉 나이가 많은, 전날 팔다 남은 케이크라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인데 실제 자료 조사가 토대가 된 듯한 일종의 언어 유희가 돋보인 작품. 화과자에 대해 몰라도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도 큰 장점이죠. 곁들여 주류 코너에서 일하는 구스다씨가 떨이 도시락을 사재기한 이유가 함께 밝혀지는 구성도 참 좋더군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아울러 양과자와 화과자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양과자와는 다르게 화과자는 이 나라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 이 나라의 기후와 습도에 맞게 만들어서 관홍상제를 채색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것인데 정말 공감갔거든요. 한천은 여름에도 녹지 않는다는 일종의 화과자부심(?)도 귀여웠고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쓰지우라의 향방>
미쓰야에서 판매한 새해맞이 과자 "쓰지우라" 안에서 이상한 암호문이 나와 그것을 해독한다는 내용 그대로 암호 해독이 중심인 작품.
종이는 누군가 바꿔치기 한 것에 불과하고 암호문은 일본어로만 풀어낼 수 있는 것이라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화과자가 중요하게 사용되지도 않아서 시리즈와 연계성도 조금 떨어지고요.
점장이 기다리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2화에 언급된) 설명되어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는 하나 점장의 연인이었던 과자틀 장인 "형풍"이 죽기전 남긴 과자틀 반쪽을 안짱이 골동품 벼룩시장에서 건진 것은 우연이라도 너무 심하죠. 그래서 별점은 2점. 추리도 별로고 작위적이라 점수를 주기 힘든데 여러모로 마무리가 좀 약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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