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팬더 - 타쿠미 츠카사 / 신유희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금단의 팬더 - 4점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끌림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리사 코타는 아내 아야카의 친구 미사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미사의 결혼 상대는 퀴진 드 듀의 주인이기도 한 나카지마의 손자 기노시타 다카시. 그 덕분에 코타는 피로연에서 지고의 요리를 맛보게 된다.
그 뒤 기노시타 가문 회사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마츠노 쇼지가 시체로 발견되고, 사장 (다타시의 아버지) 요시아키도 실종된다. 경찰은 나카지마의 유산에 관계된 사건으로 의심하나 현경의 아오야마는 밀수에 관계된 것이라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고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하는데...


2008년 고노미스 ('이 미스터리다 대단하다!') 공모 대상 수상작.
미식 미스터리라는 별칭에 걸맞는 음식과 맛에 대한 묘사 하나만큼은 발군입니다. 코타가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퀴진 드 듀의 셰프 이시구니의 코스 요리를 맛볼 때의 묘사, 그리고 코타의 가게 '비스트로 코타'에 갓 나카지마와 이시구니가 방문했을 때 묘사 이렇게 두번이 개중 백미인데 정말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탁월하게 묘사되었어요.

그러나 그 외에는 전반적으로 별로네요. 특히나 고노미스 대상작이라고 보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추리적으로는 너무나 별볼일 없었습니다. 같은 대상 수상작이었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일단 이야기부터가 너무 뻔해요. '워싱턴 조약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재료를 조리한 미미극식회라는 모임이 있다', '그 어떤 재료를 가지고도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천재 요리사 이시구니', '나카지마 가문의 주변 인물들이 한명씩 실종된다. 그것도 성별 나이 순으로...' 이 세가지를 더하면, 별다른 결론이 있을 수가 없죠.
이것을 풀어내는 과정 역시 별볼일 없기는 마찬가지. 아오야마가 처음에 가졌던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곤 성당에 침입하여 조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수사 과정도 아오야마 덕에 짜증나는 심문과 사정 청취가 전부일 뿐 특별한게 없어요. 딱 하나, 아야카의 옥션 등록 이야기를 복선처럼 활용한 것 하나만큼은 괜찮긴 했습니다. 너무 자주 등장해서 속이 다 들여다 보이기는 했지만요...
진상 역시 앞서 말했듯 뻔하기에 독자는 모두 다 알지만 주인공들만 모르는, 기묘한 상황에 처하는데, 이 점은 여태까지 제가 알고 있던 추리소설의 정의를 근본부터 흔들긴 했습니다. 독자를 어떻게 속여넘길까를 궁리하는게 아니라 독자에게는 전부 알려주면서 등장인물만 모르게 하다니! 완벽하게 주객전도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울러 음식, 맛에 대한 묘사를 빼면 다른 묘사는 진부하고 별볼일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나 탐정역인 현경의 아오아먀 캐릭터는 정붙이기 힘든, 자기 멋대로에다가 예의는 찾아볼 수도 없는 재수없는 인간으로 묘사되어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보다 압도적으로 표현되었어야 할 뱅상 신부와 갓 나카지마 역시 그냥 말 많은 악당으로만 보일 정도로 피상적인 묘사에 그치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나 미식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나카지마에 비해 그냥 "젊어지기 위해" 인육을 먹으려 한다는 뱅상 신부의 동기는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직업 의식에 충실한 이시구니가 그럴 듯 하나 여러모로 포스가 부족했어요.

그래도 여태까지 제가 보아왔던 그 어떤 동일 설정의 작품을 능가하는 부분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바로 앞서 말씀드렸던, 실제 요리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이 구역질나는 진상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죠. 구태여 비교하자면 <특별 요리>를 코스테인 시점이 아니라 스비로스 시점으로 그려낸 작품이랄까요? 이러한 시도는 비교적 참신했다고 보여지네요.
또 요리를 시험해 본 이시구니의 결론 - 인육은 냄새가 강하다. 숙성시키면 그 냄새가 더 심해진다. 가능한 한 신선하고 어린 고기를 사용하는게 제일이다. 특히 남자 고기는 냄새가 나고 딱딱하다. 여자 고기 쪽이 질이 좋고 냄새도 적고 부드럽다. - 덕분에 기노시타 요시아키 - 나카지마 유리 - 기노시타 미사 - 시바야마 아야카로 이루어지는 유괴의 연계가 설득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인육이 아니라 모든 고기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죠? '애저찜' 이라는 요리도 있으니)
그리고 요리사 코타가 요리사로서의 호기심과 인육이라는 재료의 매력에 굴복하여 페이스트 (혹은 퐁)에 스푼을 꽂는다는 마지막 묘사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어떻게 보면 요리사이기에 쓸 수 있었던 결말이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으로 주 무대가 고베인데 주요 등장인물 몇명이 제대로 된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든 점입니다. 이전 <오사카 소년 탐정단> 리뷰에서 사투리를 사용한 번역만으로도 현장감이 느껴졌을텐데 그런 배려가 아쉽다고 적었었는데 역시나, 사투리로 번역하는게 훨씬 좋아요! 누가 토박이이고, 누가 좀 재수없는지 등 캐릭터마저도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고베에 대한 상세한 풍경 묘사는 약간 여정 미스터리 느낌도 들게 해 주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뻔한 설정에 추리적으로는 특별한게 없기에 감점합니다. 허나 뻔한 설정을 실제 요리사인 작가가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 차별화한 점 하나만큼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덧붙이자면, 제목은 영 이해가 안되는군요. '팬더'가 대나무를 먹게 된 것은 타의에 의해서가 강하고 원래 육식을 좋아하는 동물이었다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금기되는 음식을 먹는 행위를 설명하려 하는 것 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팬더가 팬더를 먹었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라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은 순전한 작가의 창작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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