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 도로시 길먼 / 송섬별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 6점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북로드

평범한 노부인 폴리팩스 부인은 뻔하고 지루한 삶으로 자살 충동까지 느끼자 어린 시절 꿈이었던 스파이가 되기 위해 워싱턴의 CIA를 방문한다. 한편 중요한 작전 때문에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은 요원을 찾던 카스테어스가 마침 부인을 만나고, 그녀를 작전에 투입하게 되는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건 없지. - 폴리팩스 부인. 18페이지.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스파이가 되기를 결심하며


400여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하지만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 작품은 아닙니다. 작품을 지배하는 핵심 재미 요소가 바로 주인공 폴리팩스 부인이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말해 캐릭터 중심의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물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사실 이 작품처럼 '의외의 인물이 오해나 착각으로 스파이로 활약하는 이야기' 류의 작품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F학점 첩보원> 이라던가, 톰 행크스의 <사랑의 스파이> 등등등.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의외성 면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힐 만 합니다. 60대 할머니라는 이유가 굉장히 커요. 스파이로 발탁된 이유부터가 누가 봐도 관광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친숙하고 친근한 외모 덕분이기도 하고요.
아울러 할머니의 '특수 능력'은 바로 이 외모와 친화력, 그리고 나름 쌓아올린 '경험치'로 슈퍼 히어로물답게 특수 능력이 작품 내에서 적절히 사용됩니다. 물론 이 특수 능력이 잘 먹힌 이유는 부인의 명연기(?) 로 페르디도 대장이 잘못 잡아온 무고하고 불쌍한 노부인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긴 합니다만, 여튼 영어를 잘하는 착한 룰라쉬와 친해져 알바니아의 지도가 실린 책을 빌린다던가, 바소빅 소령을 안마해 줌으로써 두터운 인간 관계를 갖추게 된다던가 라는 식으로 탈출에 필요한 준비물을 하나 둘 씩 갖추게 되죠.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묘사 역시 발군이라 정말 친근하고 주위에 있을 것 같은, 우리들 할머니같은 캐릭터를 아주 잘 구현해 놓았습니다. 폴리팩스 부인과 패럴 사이에 오가는 대화들과 둘 사이에 묘한 캐미가 싹트는 과정 역시 큰 재미 요소였고요. 궁지에 몰린 슈퍼히어로가 구해야 할 대상과 우정이 싹튼다는 전형적인 전개로 볼 수도 있는데 대사가 유쾌하고 찰져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외의 자잘한 볼거리도 제법입니다. 특히나 중국 공산당이 알바니아에 진출하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다는 당대 분위기를 한껏 반영한 설정이 좋더군요. 알바니아라는 독특한 나라에 잡혀간 이유, 그리고 러시아 쪽 요원이 부인과 패럴이 탈출하는 것을 도와주는 이유로는 충분했으니까요.
드가메즈가 부인에게 선물한 트럼프 카드에 모종의 장치가 있었다는 결말 역시 괜찮았습니다. 쉽게 예상되기에 대단한 반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요.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야기에요.앞서 캐릭터가 더 중요한 작품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무려 400페이지나 되는 분량치고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생각되거든요.
조금 상세하게 설명드리자면, 이야기는 크게 3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삶에 대해 권태로워 하던 폴리팩스 부인이 스파이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CIA를 찾아가고, 그녀의 완벽한 외모에 주목한 카스테어스에 의해 임무를 부여받지만 작전을 알아차린 적에 의해 정보원 드가메즈는 살해당하고 부인은 패럴이라는 다른 정보원과 함께 사로잡히는 100여페이지 분량의 1부, 알바니아로 끌려간 부인과 패럴이 탈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170여페이지 분량의 2부, 그리고 탈출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는 140여 페이지 분량의 3부로요.
이중 1부는 동화나 다름없는 이야기로 솔직히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동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허술한 내용이기 때문이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폴리팩스 부인이 패럴과 함께 페르디도 대장에게 사로잡혀 알바니아로 끌려간 뒤 부터인 2부도 마찬가지. 어설픈 탈출 계획이 서서히 준비를 갖추는 과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썩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다행히 2부 막판 밝혀지는 반전 - 알바니아 비밀경찰 넥스뎃 대령은 사실 러시아 정보원으로 부인과 패럴의 탈출을 몰래 돕는다 - 을 통해 부족하지만 설득력을 갖추게 되며, 이후 3부는 전형적인 모험물 구성인데 노부인, 부상자 (패럴)에 자그마한 중국인 (지니으로 이루어진 파티의 구성이 처참하고 탈출 과정이 엄청나게 하드하기 때문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긴 했습니다. 허나 제대로 된 작전이라고는 존재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 운과 우연에 의지하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내용면에서의 억지도 많습니다. 지니의 정체가 죽은 줄 알았던 천재 중국인 과학자 하웰 박사라는 것이 대표적이죠. 지니 없이 부인과 패럴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트럼프 카드 속 필름을 발견한다는 정도로도 충분했을텐데 너무 오바스러웠어요.
또 드가메즈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탈출 과정에서 사람이 너무 많이 죽는다는 것도 영 별로였습니다. 심지어 그 중 한명은 폴리팩스 부인이 사살하는데 아무리 극적 효과를 위해서라지만 사람을 죽인 부인이 전과 같이 일상으로 쉽게 돌아간다는 결말은 영 와닿지 않더군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전통적인 슈퍼 히어로물이 연상되는 떠들썩하고 유쾌한 작품으로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만 기본적인 이야기에 헛점과 단점이 많아 감점합니다. 글보다는 영화로 보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네요.

덧 :찾아보니 영상화도 두번이나 되었더군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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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euple 2016/03/17 23:08 #

    예전에 보고 '이거 재미난 설정이다!' 싶어서 질렀던 책이군요.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는 허술한 이야기에 굉장히 실망했었더랬죠.
  • hansang 2016/03/18 22:42 #

    네 동감입니다. 캐릭터는 괜찮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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