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 오노 후유미 / 정경진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 6점
오노 후유미 지음, 정경진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오노 후유미일상계 호러 단편집. 6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기본 구조는 동일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오래된 집으로 이사온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마주치는데, 이것을 '영선 가루카야'라는 상호의 수리점 목수 오바나가 약간의 수리를 통해 해결해 준다는 내용이죠.

일상계 호러물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싶을 정도로 일반인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것으로 담담하게 묘사한 장면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전문가의 일상계 퇴마(?)물이라는 점에서는 <충사>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요. 전체적인 분위기도 유사하고요. 해결 방법들도 대체로 그곳에 있는 존재들을 인정하고 어르고 달래는 수준이라 더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네요.

하지만 '일상계'인 덕분에 독자를 몰입시킬만한 요소는 확실히 부족합니다. 지나치게 담담하거든요. 흥행(?)을 위해서라면 충격적인 설정이나 이야기를 한두편 선보이는게 좋았을텐데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호러 매니아 기준으로는 맹숭맹숭한 순정물에 불과한 작품들로 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군요. 호러 및 괴담물 초보자에게 권해드립니다.

이야기별 간략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뒤뜰에서>
쇼코는 고모에게서 물려받은 오래된 주택으로 이사한다. 그런데 서랍장으로 막혀있는 미닫이 방의 문이 스스로 열리는 것을 알게된다. 서랍장을 치우고 정리하던 날 밤, 쇼코는 여자 형체의 무언가가 그곳을 통해 기어나오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잘 보여주는 첫번째 단편. 유령의 첫 등장이라던가, 고모가 예전에 미닫이를 아예 막은 적도 있지만 긁는 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려 견디지 못했다라는 일화 등 섬찟한 부분도 제법 있습니다. 오바나가 등장한 후 설명하는 진상 - 유령은 위협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목이 말라서 그런 것이다 - 이 앞부분의 거리 묘사 및 방의 과거 수리 이력과 엮어서 풀어내는 결말도 깔끔하고요.
한마디로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는 차고 넘치는 작품. 수록작 중 가장 무서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천장 위에>
오래된 무가 저택에 사는 고지는 어머니가 천장 위에 누군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치매를 의심한다. 천장 수리 후 아이들에게도 무언가가 나타나자 고지는 천장을 수리한 목수 구마다에게 연락하고, 구마다는 '영선 가루카야'의 오바나와 함께 찾아온다.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깔끔한 맛이 부족한 작품. 이유는 천장에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왜 나타나는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말도 설명 없이 옛날부터 있던 일종의 봉인을 원상복구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되고요. 뭐 이게 현실적인 것일 수는 있지만... 독자로서는 많이 아쉽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방울 소리>
조모의 집으로 이사온 유코는 비오는 날마다 정체불명의 상복입은 여자를 본다. 그리고 지난 몇년간, 그 거리의 집들에는 정체모를 상복입은 여자가 찾아오면 집안 사람 중 누군가 죽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상복입은 여자의 이동 경로에 따르면 마지막에는 유코의 집을 찾아오게 되는데!
작품들 중 유일하게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죽이는) 무언가가 나오는 작품. 유코가 곧 죽을 수 밖에 없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전개되어 묘한 맛이 느껴집니다.
허나 이러한 묘한 괴리감이 작품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무서울 수 있었던 작품인데 소재를 허투루 낭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작가가 원한 것이 이러한 담담함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곧 죽을 예정인 유코마저 담담하게 그린 것은 실수로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이 무언가의 정체는 끝까지 불분명한데 덕분에 전작과 마찬가지로 개운한 맛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그나마 해결책은 마음에 듭니다. 맞서 싸우는게 아니라 그냥 순응하는 것으로 '그것'이 그냥 지나갈 수 있도록 우회로를 내어준다는 것인데 작품 분위기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현실적이라는 것이 좋았어요. 오래된 거리가 자동차가 들어오면서 문의 위치가 바뀐 탓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라는 설정도 나쁘지 않았고요.
이렇듯 단점, 장점이 명확한 이야기인데 그래도 평작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이형의 사람>
할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한 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이사온 마나카는 언제부턴가 집 안 어딘가의 공간에서 노인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마나카가 할아버지 유령을 만나는 장면의 묘사들은 섬찟한데 그 뿐입니다 나머지는 딱히 마음에 들지 않네요. 집안에서 학대받았다는 할아버지의 유령의 정체도 진부했어요. 오바나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아서 이게 같은 시리즈인가 싶기까지 했습니다. 해결책 역시 구마다와 오바나가 집을 수리한 나타나지 않더라... 가 전부이고요.
이래저래 부족함만 많이 느껴진 작품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만조의 우물>
마리코는 결혼과 함께 조모가 살던 집을 물려받아 산다. 남편 가즈시가 취미로 정원 우물을 복구하는데 그 이후 정원수와 식물이 모두 죽어나가고 집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오는데...
정원의 식물들이 죽은 이유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이 특이했던 작품. 이유는 우물물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라서 물을 준 식물들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해결 방법도 '우물을 메워야 한다'는 단순명쾌하며 직접적인 것이라 다른 작품들과 확실히 차별화 되고요.
허나 집 안에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 등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등 단점도 여전합니다. 그냥저냥한 평작 수준이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우리 밖>
이혼 후 딸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온 마미는 친정 식구에게 쫓겨나다시피 오래된 고택을 빌려 살게된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아이의 유령을 보게 되는데...
호러물의 기본 공식 중 하나인 '이형 존재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우는 작품.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전부터 있었으며, 유령 때문에 이전 거주자가 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결혼에 실패하고 돌아온 꼴보기 싫은 딸자식을 치워버리기 위해 싸다는 이유만으로 유령 집에 살게 만든 친정 식구들의 행동이 그것입니다. 시골이라 더 이웃 눈치를 본다는 설정도 살짝 들어가 있기는 한데 여튼, 어딜가나 참 사람이 무섭다 싶더군요.
여기에 더해 아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호러영화 스타일로 묘사된 것이 이채로왔습니다. 자동차 후방 카메라 등을 활용한 장면들이 그러한데 글로만 읽어도 섬찟한 맛이 있었어요.
차가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시골 마을의 환경과 유령을 엮은 설정도 마음에 들었고요,
딱 한가지, 학대로 아이가 죽었다라는 뻔하디 뻔한 설정만 뺀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은 없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덧글

  • LionHeart 2016/06/07 22:37 #

    저는 그 담담함이 이 작품의 매력이었다고 생각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개성적인 분위기도 살게되었고, 호러물을 싫어하는 분들께도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 된 것 같아요. ^^
    하지만 역시 진하고 찐득찐득한 호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딱 떨어지는 미스터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자극이 부족한 작품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 hansang 2016/06/08 16:06 #

    그야말로 일상계 호러물이랄까요. 왠지 만화로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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