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시프터 - 토니 힐러먼 / 설순봉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셰이프 시프터 - 6점
토니 힐러먼 지음, 설순봉 옮김/강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퇴한 조 리프혼은 풋내기 경찰 시절 옛 FBI 사관학교 동료였던 멜빈 보크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리프혼이 이야기했던, 방화사건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전설의 '이야기하는 러그'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 조 리프혼은 보크가 보내준 잡지 기사 등을 통해 러그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보크와의 연락이 두절되고, 방화 사건과 관련된 범죄자들이 언급되면서 사건은 점점 심각해지는데....

정말 좋은 친구하고는 결혼하지 말아요. 좋은 친구는 남편보다 훨씬 좋다오. - 루이사. 리프혼의 청혼을 거절하며 인용하는 어떤 나이 든 부인의 말.

응원팀 베어스의 폭풍 질주 덕에 독서량이 많이 줄은 요즈음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셰이프 시프터>>. 지금은 고인이 되신 토니 힐러먼의 나바호 인디언 경찰 조 리프혼 (짐 치) 시리즈 최신작이자 마지막 작품이죠.
사실 국내에 소개되었던 작품 중 초기작들은 좋아하지만 최근에 읽었던 (벌써 6년 전이네요) <<스켈리톤 맨>>은 실망이 더 컸기에 읽을까말까 망설이게 되더군요. 그래도 국내 소개된 작가의 작품을 다 읽었고 (국내 출간된 토니 힐러먼 전작을 다 읽은 사람은 거의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또 고인의 마지막 작품이라기에 의무감으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행히 재미만 따지면 괜찮았습니다.
은퇴한 조 리프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잔잔한 분위기부터가 인상적이에요. 짐 치가 신혼 여행을 떠난 중이라 이야기의 핵심에서 빗겨나 있으며 조 리프혼의 활약이 대부분인데 그야말로 은퇴한, 중후한 멋진 미노년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그러고보니 원래 시리즈는 짐 치를 주인공으로 시작되었는데 언젠가부터 조 리프혼이 주인공으로 바뀌었네요.
그리고 추리적인 부분도 꽤 돋보입니다. 핵심 내용부터 추리적 서사에 기반하고 있거든요. 토터의 가게에서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 일급 지명수배자 슈낵이 사실은 델로스였다는 것을 밝혀내는 것이 그것인데 과정이 꽤나 합리적입니다. 조 리프혼이 처음에 델로스를 의심하게 된 것이 과할 정도로 권했던 과일 케이크라는 것부터 그러합니다. 이후 보크의 죽음과 이 과일 케이크가 연결되어 혐의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니까요. 트릭면에서도 이 과일 케이크 위의 독이 든 체리는 눈여겨 볼만 합니다. 소재도 독특할 뿐더러 트릭으로도 꽤 괜찮거든요. 케이크 자체가 아니라 장식품이라 할 수 있는 체리에 독을 주입했다는 것인데, 이렇다면 케이크가 조금 남아있더라도 거기서는 독이 검출되지 않을테니까요.
아울러 핸디 가게 강도 사건의 공범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델로니를 노린다는 당연한 동기를 통해 역으로 델로스의 마각을 드러내게 만드는 과정도 설득력이 넘칩니다. 방화사건 당시 동네 할머니가 도둑맞은 피뇬 수액을 사건과 엮는다는 복선 역시 빼어나고요.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디언의 전설적 러그인 '이야기하는 러그' 이야기도 마음에 듭니다. 미국의 인디언 강제 이주에 얽힌 아픔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는데 인디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작가다운 소재였습니다. 델로스의 하인인 라오스의 흐몽 부족 생존자 토미 뱅을 등장시킨 후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인디언들의 고난과 엮는 전개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인디언들의 신앙과 사고방식을 풀어내는 것이 과했다 생각되기도 하는데 러그나 토미 뱅을 통해 부드럽게 엮어서 묘사하니 훨씬 읽기도 편했어요. 여러모로 생각할거리를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단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추리적으로 돋보인다고 해도 그건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탓이고... 깊게 들어가면 문제가 많아요. 그간 자신을 잘 숨기며 살아왔던 델로스가 잡지 인터뷰에 응해 자신이 숨겨왔던 러그를 공개한 이유부터가 불분명해요.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서 세간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을까요? 내용으로만 보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충분한 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보이기에 돈 문제는 아닌 듯 싶고 단지 개인의 만족을 위해 공개한 것이라면 그에 따라 치러야 할 댓가가 너무나 값비싸기에 어떤 면으로도 수긍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살해 방법 역시 문제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트릭은 나쁘지 않아요. 허나 과일 케이크를 싫어한다고 밝힌 조 리프혼에게 억지로 과일 케이크를 안겨 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죠. 조 리프혼이 먹지 않을 가능성, 그리고 먹는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주거나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먹는 등의 행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봐도 도박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거든요. 어쨌건 다 먹지 않는다면 증거가 그냥 남아버리게 되니까요. 토미 뱅을 시켜 회수하려는 시도는 뭐 말할 필요더 없이 어설픈 행동에 불과하고요. 리프혼의 추리대로 토미 뱅이 독을 넣었다는 증거를 이미 만들어 놓았다는 것 역시 불필요한 이야기입니다. 델로스가 온전히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을거에요.
그리고 앞서 러그를 통해 인디언 문화를 드러내는 것은 분명 좋았지만 제목 "셰이프 시프터"에 관련된 설정과 이야기는 억지스러웠습니다. 사악한 존재를 뜻하는 것인데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있었나 싶거든요. 뭔가 관련된 반전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그외의 무리수도 많습니다. 토미 뱅이 사실은 착한 사람이고 그 역시 피해자였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토미 뱅이 델로스의 충실한 부하였다면 델로니를 찾아간 시점에서 리프혼과 델로니는 죽은 목숨이었을테죠. 마지막에 뱅이 델로스를 쏴버리는 것 역시 지나치게 쉽게 간 결말이고요. 또 제가 뱅이었다면 모두를 다 죽인 후 시체를 숨기고 델로스의 돈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범죄의 하수인이었다는 건 변함이 없고 케이크는 그가 만들었다는 증거가 있는 만큼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았을테니까요. 리프혼과의 대화를 통해 향수병이 커졌기에 이렇게 되었다는건 솔직히 억지죠.
마지막으로 단점은 아닌데, 워낙 띄엄띄엄 번역된 탓에 캐릭터 설정을 제대로 알기 힘들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짐 치의 연애와 결혼, 조 리프혼의 동거와 청혼 등 주인공들의 주요 이벤트를 파악하기 힘드니 시리즈를 읽는 맛이 제대로 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곳곳에 허술한 부분이 많기에 조금 감점합니다. 그래도 읽는 재미만큼은 확실할 뿐더러 인디언 탐정이 등장하는 독특함, 토니 힐러먼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진만큼 추리 애호가라면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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