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시계 - 데이바 소벨, 윌리엄 앤드류스 / 김진준 : 별점 3점 Book Review - 역사

해상시계 - 6점
데이바 소벨. 윌리엄 앤드류스 지음, 김진준 옮김/생각의나무

경도 이야기 - 6점
데이바 소벨 지음, 김진준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항해 중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경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설명해주는 미시사 서적. 딱히 관심이 있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형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왜 경도 측정이 중요한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대항해 시대, 배의 현재 위치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지만 경도를 제대로 모르면 엄청난 피해를 입기 십상이었기 때문으로, 실제 영국 전함들의 난파 등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통행이 안전한 좁은 항로만 선택해야 했기에, 특정 장소에 해적 선단이 기승을 부릴 수 있었다던가, 위도는 모든 항해사들이 낮의 길이나 수평선 위의 태양, 알려진 별의 높이 등을 통해 쉽게 잴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그래서 1714년 영국에 경도법이 발표되고 심사원단인 경도 위원회가 생겨나게 됩니다. 2만 파운드 (현재의 1백만 파운드)의 상금을 걸고요. 명확한 기준을 두고 경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상금을 수여하려는 목적이었죠. 이후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시골에서 독학으로 시계 제작법을 배운 영국의 시계 기술자 존 해리슨입니다. 그의 시계 H1에서 최후의 작품 H5의 개발까지 4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노력과 투쟁의 결과죠. 이 책에서는 각 시계별 특징은 물론 개발에 쏟은 열정과 노력이 상세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완벽한 시계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도 위원회를 천문학자가 이끄는 바람에 성과를 인정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니 눈물이 앞을 가릴 뿐입니다.

사실 경도 측정은 시간만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 경도 자오선들은 시간에 의해 측정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지구가 360도 한바퀴를 도는 데 24시간이 걸리므로, 한 시간은 360도 회전의 1/24인 15도를 가리킵니다. 항해 중인 배와 측정을 시작하는 지점 사이의 매 시간 시각 차이는 동쪽이나 서쪽으로 경도 15도의 차이를 의미하고요. 즉, 바다에서 매일 태양이 하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할 때 배의 시간을 정오로 맞추고, 본국 항구의 시간을 참고로 하여 매 시간 차이를 계산하면 경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항해의 과정에서 기온의 변화나 지구 인력의 미세한 차이 등으로 시간을 정확히 잴 수 없어서 다른 대안들이 등장하게 되죠. 그 중에서도 천문 관측법이 핵심으로 16세기 초반 요하네스 베르너가 착안한 달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방법에서 시작하여, 갈릴레오가 시작한 목성의 위성을 관측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천문학자 매스켈린이 해리슨을 폄하하며 그의 성공을 폄하한 것이죠.
물론 매스켈린 역시 그냥 뒷다리 잡고 딴지만 건 것은 아니긴 합니다. 정교한 월표의 발표 등을 통해 관측을 통한 경도 측정의 신세계를 연 것은 사실이거든요. 이른바 '달 거리 측정법'으로 항해사가 달까지의 거리를 재고 난 후, 달과 수많은 별 사이의 각거리를 기록한 표를 참고하는 것입니다. 관측자가 사분의, 또는 육분의로 달과 별 사이의 각거리를 관측하는 것에서 시작하죠. 각거리란 문자 그대로 관측자를 기준으로 한 두 물체 사이의 시선 각도를 뜻하고요. 매스켈린의 방대한 관측의 집대성인 월표는 이러한 관측결과 - 예를 들어 관측자가 특정 지점에서 달이 특정 별로부터 30도만큼 떨어져 있는 것을 관측했다고 하면 -를 관측자가 파리나 런던에서 그와 동일한 거리를 유지할 때의 시점과 비교할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관찰자의 관측 시점이 새벽 1시이고 관측 시점과 동일한 각거리가 런던에서는 새벽 4시에 발생한다면, 배의 시간은 런던을 경도 0으로 보았을 때 서쪽으로 45도의 경도상에 위치하고 있는 셈인 것이죠.

이렇듯 두 명의 거인이 각자의 비법을 가지고 진검 승부를 펼쳤다는 점에서는 테슬라와 에디슨의 대결 느낌도 살짝 나네요. 다행인 것은 테슬라와는 다르게 해리슨은 결국 인정받았다는 것이고요. 이유는 달 거리 측정 시 달의 시차 문제 등 여러가지 요인들로 정확한 거리 측정을 위해서는 보정 계산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계산에는 상당한 수학적 능력을 필요로 했다는 점, 해와 달이 근접하면 (매달 약 6일 정도) 어떤 방법으로도 달 거리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기상이 악화되면 관측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죠. 결국 매스켈린마저 해리슨의 후계자 중 한명인 언쇼의 해상 시계를 인정하고, 이후 동인도 회사와 영국 해군의 선장들이 크로노미터를 경쟁적으로 구입하며 달 거리 측정법은 사라져 가게 됩니다. 1860년 영국 해군은 2백척이 안되는 군함을 보유했지만 크로노미터는 8백개 가까이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시계의 시대가 왔음을 명확히 알렸다고 하네요.

이후에는 크로노그래프를 대중화 시킨 해리슨의 후계자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지는데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아널드와 언쇼, 두명의 경쟁자가 크로노미터의 주요 부품인 용수철 멈춤쇠 탈진 장치에 대한 특허 싸움을 벌였다는 정도로 마무리 되죠.

경도 측정의 역사가 일종의 대결 구도였다는 것도 재미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저자 데이바 소벨의 필력입니다. 딱딱하고 어려울 법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더군요. 데이바 소벨은 이러한 과학사 관련 서적을 많이 출간한 작가라고 하는데 다른 책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200페이지 정도 남짓한 분량도 적절했고요.

단, 제가 읽은 책은 형에게 빌린, 20년전 자작나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절판본입니다. 그래서인지 책의 장정, 디자인 모두 지금 기준으로는 수준 이하입니다. 게다가 해리슨의 독특한 시계들에 대해 설명만 있지 아무런 도판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생긴 것 부터 독특하다고 해서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책으로 확인할 길이 없어 난감하더라고요. 심지어 H1의 경우는 저자 스스로 '영화의 성지 헐리우드에서도 최고의 천재들이 온갖 구상을 다 했지만 아직까지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한 어떤 화려한 영화도 이것처럼 설득력있는 타임머신을 내놓지 못했다."고 언급할 만큼 기묘하게 생겼다고 하는데 말이죠. 또한 해리슨의 아이디어가 빛난 다양한 부품들 역시 글로는 짐작이 어렵기에 도판이 필요했는데 왜 수록되지 않았는지 영문을 알기 어렵습니다.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찾아보기는 했지만 책으로 자세하게 설명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책의 수준 및 가치가 높아 다른 출판사에서 재간되었는데 다른 판본으로는 도판이 충실하게 실려있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과학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여러가지 다양한 지식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장정 및 도판 등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내용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결론내리자면,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재간된 판본으로도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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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홍차도둑 2016/07/02 14:00 #

    엥? 저거 이전판애는 h3에 대한 간략 도판이 실려있었습니다. 한상님께서 소개해 주신 판본보다 이전에 "경도"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양장본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양장본은 없지만 초간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저는 다행히 때가 맞어 런던의 해상 박물관에 H-1부터 4까지 전시되었을 때 다녀와서 실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크로노미터의 의의는 이전부터 알았지만 나중에 "경도"를 보고 나서야 해리슨 시계들이 현재까지 있을 수 있게 된 "루퍼트 굴드"라는 퇴역군인의 노력도 알게 되었지요.
    더구나 해리슨의 그 시대가 뉴튼의 만유인력 등의 과학 발달로 인한 "측정시대"(셀시우스의 "섭씨"가 그 무렵에 나왔죠)라는 것은 나중에 다른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그란 모든걸 보니 메스켈린의 반항에도 천문학자를 비롯한 학자들이 해리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제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해상시계"에서는 캡틴 쿡의 항해 이유중 하나인 "금성의 태양가로지르기 관측"을 맡은 천문학자가 k-1의 쓰임에 홀딱 반해 시계지지자가 되어 "해성에서 시계로 경도를 찾는 법" 이라는 책도 내고 한 것만 있을 겁니다. 하지만 뒤에 여러 책들을 보니 여러 측정의 거대함에서 크로노미터는 활약했더군요. "그 시계가 없었음 그런 정밀측정은 불가능했다" 라고... 그렇게 큰 부분까지 잡다하게 가면 책이 어려웠을 갑니다.ㅠ작잘한 부분에서 탁 끊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가 가지고 있는 초판 번역자분이 공대 출신이더군요. 그래서 용어 번역이나 그런 부분의 매끄러움도 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도 데이바 소벨의 필력을 보고 데이바 소벨의 다른 책도 번역되었으몀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판형이 다르고 내용이 축소되었을지 몰라도...지금까지도 존 해리슨의 업적이 소개되는 책이 이렇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에 기쁩니다!
  • hansang 2016/07/02 22:30 #

    역시나... 도판이 없을리가 없죠. 다른 판본을 읽어봐야겠네요. 여튼, 실물을 보셨다니 굉장히 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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