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 애드 멕베인 / 홍지로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사기꾼 - 4점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신원 미상의 표류 사체가 발견된다. 검시 결과 그녀는 익사한 것이 아니라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 87분서 형사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들, 그리고 여성들을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을 쫓기 시작하는데...

여자는 외모가 전부요. - 첫번째 피해자 메리 루이즈의 아버지 프로셱이 딸을 떠올리며 하는 말.

87분서 시리즈. 1957년 작으로 <<마약 밀매인>> 바로 다음 작품. 전작에서 총상을 입은 스티브 카렐라가 완쾌하여 등장합니다.

<<마약 밀매인>>처럼 초기작이라 나름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무려 두명이나 살해당하고, 한명은 죽기 직전에 몰릴 뿐 아니라 심지어 카렐라의 아내 테디까지 납치당함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너무 멍청해서 수사랄게 없기 때문입니다...
범인 크리스 도널더슨 캐릭터 자체는 시대를 앞서간 맛은 있습니다. 혼인 빙자 살인 사기범이지만 회계사를 자처할 정도의 인텔리인데다가 누가봐도 훤칠한 금발 꽃미남이라는 점에서요. 이러한 능력을 잘 이용해 여자들을 끌어들인 후 재산을 가로채고 살해하는 방식은 그냥 무식한 깡패들과는 달라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하는 짓은 무식한 깡패보다도 못합니다. 자신이 죽일 여자 손에 이니셜을 문신으로 새긴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냥 대놓고 문신 가게에서 문신을 해버립니다. 덕분에 두명의 피해자가 문신을 한 곳이 밝혀진 후 인상착의도 대충 드러나게 되죠. 하지만 이놈은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래서야 죽어도 싸죠.

게다가 경찰도 멍청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문신 시술소에 이 놈이 또 나타나면 연락하라는 최소한의 요청도 하지 않습니다. 도시에 문신 시술소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범행이 거듭되면 그 중 한 곳에 또 들릴게 뻔하니 당연히 진행했어야 할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덕분에 선량한 모범 시민인 문신 시술소 사장 찰리 챈은 범인이 다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할바를 모릅니다. 심지어 곧 죽을 것 같은 피해자가 함께 있는데도 말이죠! 마침 자리에 있던 테디 덕에 경찰에 전화하는데 성공은 하지만... 카렐라가 퇴근한 후라 별 소용이 없습니다. 범인이 듣고 있는 와중에 찰리가 지혜를 짜내 '문신 도안'이 가게에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나 전화를 대신 받은건 '일단 때리고 물어보는' 멍청한 하빌랜드라 그걸 무시해버립니다. 즉, 카렐라에서 시작된 무능한 경찰력의 연쇄반응인 것이지요.
그나마 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테디가 범인을 미행하면서 종이 쪽지를 남겨 사람들에게 87분서로 전화를 걸게 만든 것, 그리고 눈물겨운 찰리 챈의 활약 때문입니다. 경찰은 그야말로 받아먹기만 했어요.
버트 클링이 신참 형사로 실수를 연발하는 멍청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도 색다르기는 한데 다른 형사들 모두 바보이니 특별할게 없어 보입니다. 온갖 중요한 단서 (그 중에서 핵심은 문신의 의미!)를 떠올렸지만 그걸 놓쳤다라고 작가가 스스로 친절히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스럽고요.

그래도 TV 속 광고 등 일상 생활 속 모두가 사기이며, 그것은 모두 당신을 노리고 있다!는 풍자에서 시작되는 혼인 빙자 사기 행각 및 브라운 형사가 쫓는 조무라기 커플의 시시한 사기극 등 사기 관련 이야기는 꽤 재미있기는 합니다. 5달러 지폐에 은총을 내린다면서 바꿔치기 한다던가, 우연을 가장하고 만난 후 일종의 야바위로 사기를 친다던가, 진짜 진주를 가짜로 바꿔치기 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은 정말로 이 범죄를 잘 알고 있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크리스 도널더슨의 혼인빙자 사기도 여자의 돈을 끌어내는 과정이 정말 그럴듯해서 감탄했고요.
중간중간 소소하게 등장하는 감칠맛 넘치는 대사들도 볼거리입니다. 브라운 형사의 조크 센스가 특히나 돋보이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87분서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는 묵직한 범죄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무라기 사기극은 여러모로 유머로 다루어지는 느낌이 더 강하거든요.

아무래도 에드 멕베인이 조금 쉬어가는 느낌으로 87분서 시리즈 설정을 가져다가 로맨스를 쓴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중 카렐라와 테디의 뜨거운 (!) 사랑 이야기 비중을 봐도 그러해요. 메인 스토리부터가 판타지 동화잖아요. 여자들을 납치해가는 사악한 마법사가 있고, 이 마법사에게 공주까지 납치되어 가지만 공주의 기지로 위치를 알아낸 기사 (혹은 왕자)가 마법사를 물리치고 공주와 잡혀간 (아직 살아있는) 여자들을 구해낸다...
덧붙이자면 카렐라와 테디의 뜨거운 사랑과 대비되는 크리스의 프리실라에 대한 거짓된 사랑을 그림으로써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려는 거장의 작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의 동화에 사악한 마법사의 거짓된 사랑이 추가되었다고나 할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소소한 디테일들은 나쁘지 않고 속도감 넘치는 전개 덕분에 읽는 재미는 충분하지만 87분서답지 않아 감점할 수 밖에 없네요. 묵직한 범죄물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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