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를 가로지른 스마트한 발명들 50 - 알프리트 슈미츠 / 송소민 : 별점 2점 Book Review - 역사

인류사를 가로지른 스마트한 발명들 50 - 4점
알프리트 슈미츠 지음, 송소민 옮김/서해문집

제목 그대로 저자가 선별한, 인류사에서 중요한 50개의 발명이 소개되고 있는 과학사 - 미시사 책.

이런 류의 특정 발명이나 아이템들을 소개하는 책은 그동안 몇번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아주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몇몇 부분은 나쁘지 않았어요.
첫번째로는 현재의 시점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백열등이 LED로 바뀌고 있고,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로 바뀌는 식입니다. 대체 에너지를 중요 발명으로 언급하는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내용과 항목도 눈에 뜨이고요.

또 새롭거나 독특한 시각, 내용의 이야기도 제법 됩니다. 그 중 첫번째는 기계 베틀 항목에서 기계베틀, 즉 직조기가 발명된 후 기계 보조원으로 전락한 직조공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름 전문직이었으나 하루 아침에 쓸모없는 단순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자 1844년 폭동을 일으켰고. 결국 11명이 총살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것인데 현재의 AI의 발전 방향을 보면 이런 일이 조만간 여러 산업분야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여서 남일 같지가 않더군요. 제가 봐도 앞으로 10년 내 필요없어질 기술이 한두개가 아니니까요. 대표적인 것은 다들 아시다시피 우선은 운전일테고, 이후 여러 분야로 확산될텐데 저부터도 걱정이네요.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할지...
여튼, 두번째는 섭씨와 화씨의 어원입니다. 섭씨는 온도 측정 눈금을 고한한 '셀시우스'의 이름을 딴 것이고 화씨는 '파렌하이트'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데 저는 처음 알았네요. '셀시우시'가 중국 발음으로 '섭이사'가 되었고 그래서 '섭씨'가 되었다는데 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지만 '불란서', '화란'과 비슷한 방식이죠? 외래어의 유입과 적용은 참으로 재미난게 많은 것 같습니다.
세번째는 컨베이어 벨트 기술 항목에서 소개된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라는 인물 소개입니다. 이력을 보니 인간 공학의 시조와 같은 사람으로 이른바 '테일러리즘'을 만든 장본인인데 아직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죄송스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제가 UX를 업으로 한지 10년이 훨씬 넘어가는데 공부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반성이 되네요. '예전에는 인간이 첫 번째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시스템이 첫 번째 위치에 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을 보면 정말로 이 바닥의 선구자적인 인물임에는 분명해 보이는데 전공 분야 공부도 빼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좋았던 부분은 이 정도에 불과합니다. 전체적인 단점을 상쇄하기에는 아쉬움이 더욱 많아요. 가장 큰 단점은 앞서 말씀드렸듯 뻔하다는 것에 더해 깊이 역시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류의 책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몇 페이지 안에서 해당 발명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으로, 몇 페이지 분량치고는 잘 요약하고 있기는 하나 아무래도 해당 주제에 대한 시작점 정도에 불과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소개되는 주제별로 레벨이 너무 다르다는 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은 점입니다. 어떤 것은 특정 발명품 한가지만을 다루는데 - '안경', '나침반', '지퍼', '백열등', '자동차' 등등 - 어떤 것은 그 분야 전체를 아울러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 '도구', '무기', '약', '악기' 등 - 이는 앞서 말씀드린 깊이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발명품으로 주제를 좁히는게 그나마 적은 분량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도구'는 그 자체가 발명이기에 언급되는 것이 이상할 뿐더러 무기, 약, 악기 등과 마찬가지로 몇 페이지로 요약될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무기 관련 책은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만 시대별, 분야별로 10권 가까이 될 정도니까요. 마찬가지로 '컴퓨터' 항목 안에 반도체와 인터넷 이야기까지 우겨 넣은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인터넷은 분리했어야죠.
마지막으로 단점으로 꼽기는 좀 어렵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인류사를 가로질렀다 하기 어려운 발명도 몇개 속해있는 것은 불만입니다. 진공청소기가 우리 인류사에 그렇게 대단한 역할을 수행했을까요? 또 지퍼가 없었다면 세상이 굉장히 살기 불편해졌을까요? 이 발명으로 우리들 삶이 조금은 나아졌을지 모르겠지만 '인류사'라는 표제 하에 소개되기에는 너무 미미한 발명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유사한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때 딱히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추천드리기는 좀 어렵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 소개된 50개의 항목을 레벨을 맞추어 상세하게 분류하고 재정의하여 저만의 인류사 대표 발명을 꼽아봅니다.
불, 바퀴, 말과 글, 수학과 수체계, 배와 보트, 유리, 돈, 렌즈, 나침반, 인쇄술, 천문학, 달력, 전기, 증기기관, 항공, 철도, 화약, 전신과 전화, 백열등, 자동차, 사진, 냉장기술, 합성수지, 컨베이어벨트 기술, 라디오와 텔레비젼, 페니실린, 핵에너지, 컴퓨터와 반도체, 인터넷, 피임, 인공지능, 로켓.

빠진 것은 도구, 화장실, 도자기, 기계 베틀, 온도계, 통조림, 자전거, 진공청소기, 음반과 CD, 취사 조리기, 영화와 영화관, X-레이, 지퍼, 악기, 세탁기, 레이저, 대체에너지, 위성 네비게이션입니다. 무기는 화약으로, 약은 페니실린으로, 컴퓨터는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분리하였으며 로봇은 인공지능으로 바꾸었고요. 화장실과 도자기, 온도계, 취사조리기는 추가의 여지가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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