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 윌리엄 래시너 / 김연우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바텐더 - 6점
윌리엄 래시너 지음, 김연우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바텐더 생활을 하는 저스틴의 앞에 정체불명의 노인 버디 그래클이 나타난다. 그는 수년전 저스틴 어머니 살인 사건의 범인은 아버지가 아니며, 자신이 청부를 받아 진행한 것이라고 말한다. 누가 의뢰했는지 알고 싶으면 1만불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바텐더가 오래전 살인 사건 진상을 찾아나선다는 범죄 스릴러. 예전 어딘가에서 책 소갯글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 소개가 상당히 흥미로왔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법 두꺼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몰아쳐서 하룻만에 읽어버릴 정도였어요.
이야기의 도입부부터 인상적입니다. 어머니의 살인범이 아버지라는 것을 고발했던 기억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벗어났는데,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나타나 사실은 자기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밝힌다!는 이야기를 짧은 도입부 안에서 긴장감넘치게, 완벽하게 서술하고 있거든요. 정말로 어머니를 죽인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도저히 다음 장을 안 읽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읽었던 작품들 중 가장 괜찮았던 도입부였다 생각되네요.
이 사건을 개인적으로 파고드는 바텐더 저스틴 나름의 수사 활동도 그럴싸합니다. 과거 로스쿨 출신이라는 배경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우직한 인터뷰, 탐문 중심의 조사만 벌이기 때문에 무척 현실적이거든요. 조사를 시작한 후 의미있는 단서를 손에 쥐게 되는 것도 이모와 형과의 인터뷰부터 였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설득력 높은 전개였고요.

또 이 작품만의 특징인데, 제목에 걸맞게 칵테일 활용이 아주 탁월해서 눈길을 끕니다. 그 중에서도 모든 단락의 소제목을 칵테일과 다양한 술, 음료수 이름으로 구성한 것이 아주 괜찮았어요. 마구잡이로 붙인 것이 아니라 단락의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거든요.
내용에도 술이 적절하게 인용됩니다. 알콜 중독자 버디 (던)을 낚기 위해 조니 워커 블루 라벨로 유혹한다던가, 아버지의 옛 불륜 상대 애니를 찾아간 저스틴이 그녀의 냉장고 속 다이어트 진저에일, 썩어가는 딸기, 말라 비틀어진 라임, 싸구려 보드카로 스트로베리 뮬을 만들어 준다는 식으로 말이죠. 해고된 저스틴이 친구 코디에게 총을 구입해달라며 최고급 데킬라 테존 아녜호를 주는 장면도 빼 놓을 수 없겠군요.
제가 칵테일,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더 즐길거리가 많았던 것 같은데, 여튼 이러한 요소들은 던이 코디에게 보험 사기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던가 하는 복선 등에서 활용되는 디테일과 함께 작품의 짜임새를 높여줍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추리, 범죄 소설로 볼 때 너무 별 볼일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번째로, 아버지의 작전은 너무 별볼일 없습니다. 플린이 증언 철회를 하기 위해 그냥 두면 될 것을 왜 죽였을까요? 그를 죽이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비밀이 있는 진범이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게 과연 합리적인 시나리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단순 사고로 처리될 위험도 있을 뿐더러 결국 사람을 더 죽여야 하는 위험부담을 짊어져야 하는데 이러느니 플린 증언 철회를 통한 재심을 일단 시도해보는게 더 낫죠.
게다가 아내의 불륜과 그에 따른 범행 조작 역시 증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재닛 모스가 몇년이 지난 후 죄책감으로 자살했다? 죽일만큼 미워한 여자가 죽었으면 두다리 쭉 뻗고 자면 잤지 자살했을리가 없죠. 설령 그랬더라도 살인을 청부했다는 증거는 절대로 찾을 수 없었을터라 유죄 판결을 뒤엎을만한 증거는 전무합니다.

두번째로, 버디 그래클 (던)의 모든 행동이 말이 안됩니다. 우선 제이크를 찾아와 자신이 범인이라고 이야기하는 도입부부터 그러합니다. 왜 데릭이라는 유능한 하수인을 두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이 1만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까요? 푼돈 벌이라도 하려는 의도였다고 칩시다. 그래도 저스틴이 경찰에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던이 협박, 회유 중에 데릭을 이용하여 제이크를 위협하는 것도 영문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저스틴이 사건에 뭔가 있다는 생각을 굳히고 더 열심히 조사에 나서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한, 성과는 없고 뭘 기대했는지도 알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럴 바에야 데릭을 시켜 빈집을 터는게 훨씬 나았을거에요.
그나마 여기까지야 괜찮다쳐도 던이 최후의 순간에 애니의 집에 침입해서 칼부림을 하는 것은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역시나 없을 뿐더러 끔찍할 정도로 작위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집에 살인범이 침입하지만 백마탄 왕자가 구해준다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클리셰의 반복에 불과해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소품으로 사용되는 죽은 어머니의 장신구들도 도대체 어디서 났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사건이 현재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중요한 증거품인데 이게 어디서 났을까요? 이렇게 설명되지 않는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 좋은 작품이기는 힘들겠죠.

저스틴 캐릭터 역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드보일드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냉소적인 성격과 입담은 나쁘지 않아요. 허나 술이나 다른 자극적인 것 모두 입에 대지 않고 고기도 먹지 않으며 오로지 명상과 요가로 자신을 다스리는 구도자적인 인물이라는 것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장황합니다. 사실 작품과 별 상관도 없는 내용인데 너무 멋을 부린 느낌이에요. 구도자처럼 사는데 불구하고 여자는 왜 이렇게 밝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고요.
그냥 아픈 과거가 있는 바텐더 정도가 적당하지 않았을까요? <<바텐더>>의 사사쿠라 류 처럼 손님의 심리와 느낌을 잘 파악하는, 한마디로 '눈치'가 빠르다는 바텐더의 특기를 잘 살려 사건 수사와 연결했더라면 훨씬 더 제목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을텐데, 책 속 묘사로는 바텐더의 기술과는 무관한 저스틴의 수도승같은 생활이 더 중요하게 묘사되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던과 다른 청부업자들의 힘 센 도구 역할을 하는 데릭은 도무지 왜 등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현실적이지도 않아요. 너무 눈에 띌 뿐더러 범행도 지나치게 많이 저지르는데 그냥 공기와 같은 인물이라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건에서 손쉽게 빠져나가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비현실적인 인물을 이야기에 개입시키는 것 보다는 던과 데릭을 합쳐 실제로 몸을 써서 사람을 죽이는 보다 사악한 악당을 그려내는게 대결 구도에도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지만 여러모로, 특히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적절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눈치빠른 바텐더와 미녀 단골 손님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 이야기가 더 좋지않았을까? 싶습니다. <<구석의 노인>>의 변주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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