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살의 - 나카마치 신 / 현정수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천계살의 - 6점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비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물간 추리소설가 야규 데루히코는 <추리세계> 편집부에 전화를 걸어 담당 편집자 하나즈미 아스코에게 새로운 기획을 이야기한다. 그가 내 놓은 것은 추리소설의 '문제편'. 야규는 자신과 다른 해결편을 탤런트 겸 소설가 오노미치 유키코가 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남기고 온천으로 해결편을 쓰기위해 떠난 후 자살한다.
아스코는 야규가 쓴 <<호수에 죽은 자들의 노래가..>>가 실제로 후쿠시마에서 벌어졌던 여성 살인사건을 그대로 쓴 것임을 알아낸다. 이후 그녀는 피해자 가미나가리 아사에의 남편 라이조, 아사에의 먼 친척으로 라이조와 아사에 공장에서 비서 겸 사무원으로 일하는 가타기리 요코, 공장장 우라니시 사부로 등을 차례로 만나며 사건 진상에 서서히 접근해 가는데...


<<모방살의>>에 이은 살의 시리즈 2작. <<모방살의>>는 유명세와 기대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본격물 팬으로서는 만족한 부분도 있었기에 이 작품도 읽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발표했던 단편을 80년대에 가필, 수정하여 장편으로 만든 방식은 <<모방살의>>와 동일합니다. 그래서인지 설정과 전개가모두 옛스럽습니다. 젊은 여성 편집자가 혼자 온천 여관, 호텔, 레스토랑 등을 탐문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은 마츠모토 세이초<<푸른 묘점>이 바로 떠오를 정도였어요.

핵심 트릭으로 일종의 서술 트릭이 사용되었는데 그 트릭의 수준이 높다는 점도 모방살의와 같습니다. 야규가 아스코에게 준 소설을 활용한 트릭으로 독자가 알고 있는 '문제편'이 전부가 아니라 뒤에 이어지는 아스코의 수사 활동, 그리고 오노미치 유키코가 자살하는 장면까지가 진짜 문제편이라는 트릭이죠. 현실과 소설이 어우러진 구조인데 지금 읽으면 그다지 새롭지는 않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피에르 르메트르의 <<능숙한 솜씨>>도 동일한 트릭이 사용되었었습니다. 하지만 발표연도를 감안한다면 시대를 앞서간 트릭임에는 분명합니다.
이 부분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단서와 복선이 살짝살짝 등장하는 것도 본격물스러워서 좋았습니다. 400자 원고지 58매를 읽고 검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던가, 복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야규가 서점주인 이리우치지마 유키토모에게 건넨 1만엔도 복사비로는 너무 과하죠.

그 외에 배치된 소소한 트릭들의 수준도 높습니다. 라이조에게 배달된 현금이 든 편지와 방화 사건을 속달을 보통 우편으로 속이기 위함이며, 이를 현금이 1,000엔 짜리와 5,000엔 짜리가 섞여 있다는 것으로 추리해 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무게를 조정하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뒷받침된 좋은 트릭이었어요.
여관에 투숙한 손님이 초밥을 손으로 집어 먹는 것으로 그녀가 아사에가 아닌 다른 여성이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전개도 그러합니다. 이 여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도 그럴듯합니다. 드러나는 증거들로 가타기리 요코에서 오노미치 유키코로 혐의가 이동하는 과정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제 3의 인물이었다는 반전도 나쁘지 않고요.

그러나 트릭을 제외한 부분의 완성도가 낮다는 점 역시 전작과 동일합니다. 아니, 솔직히 설득력면에서는 전작보다 못합니다.
특히 전개가 엉망이에요. 우선 아스코가 곧이곧대로 오노미치 유키코에게 해결편을 의뢰한 것 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써서 활자화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그 이유를 대고 기획을 중지하면 그만이죠. 사건을 키울 필요는 전혀 없어요. 설령 해결편을 의뢰했더라도 야규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에는 그냥 손을 놓아버리는게 맞습니다. 야규의 문제편만 보면 드러난 범인이 명확하고, 야규는 죽었고, 만사형통이잖아요. 어떤 멍청한 범인이 자신이 저지른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단 말입니까? 서점 주인 이리우치지마가 가진 복사본이 남아있지만 증거가 안된다는 것은 이미 아스코와 이리우치지마 사이의 대화를 통해 증명되니 무의미하고요.

아사에를 죽인 이후 여관에 투숙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사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녀를 가장하여 투숙한 사람이 범인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과연 이 상황에서 범인이 정체가 탄로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작 중 등장하는, 우편을 이용한 일종의 알리바이 트릭은 가타기리 요코와 우라니시 사부로가 벌인 사전 공작으로 아스코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덕분에 가타기리 요코, 오노미치 유키코가 누명 (?)을 쓰게 되는 전개는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 의도한 상황은 아닙니다. 사건 직후 손이 떨려서 운전을 할 수 없어서 쉴 수 밖에 없었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차에서 쉬면 되니까요.
이외에도 우연이 개입된 전개가 너무 많습니다. 유키코와 아사에가 만나게 된 해피닝, 아스코가 유키코의 퇴원을 도와주던 아사에의 차에 함께 탄 것, 알리바이 공작을 위해 여관에 투숙한 아스코를 가타기리 요코가 찾아온 것 등등등... 이래서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아울러 사건이 복잡해진 것에 경찰의 무능함이 한 몫하는 것도 단점입니다. 피해자 아사에가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대고 병원에 찾아왔는데 경찰이 동승자를 파악하지 못했다? 일개 추리 소설가와 잡지 편집자가 추적하여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수준의 수사조차 경찰이 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모로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단점이 많지만 본격물로 눈여겨볼만한 트릭과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본격물 애호가시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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