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살인 - 아오사키 유고 / 이연승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도서관의 살인 - 4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가제가오카 고등학교 기말 고사 기간. 요코하마 시립 가제가오카 도서관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 시로미네 교스케는 대학생으로 가제가오카 고등학교 도서위원장 시로미네 아리사의 사촌오빠였다. 사건 현장에서 다이잉 메시지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되고, <<아노하나>> 블루레이를 사기 위해 우라조메 덴마는 경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건에 협력하게 되는데...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타쿠 탐정 우라조메 덴마가 등장하는 '관' 시리즈 제 3권. 이번에는 도서관입니다.
우선 도서관이 무대인 이유는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아리사가 쓴 <<자물쇠의 별나라>>를 몰래 도서관 책처럼 꾸며놓고 반응을 지켜봤다는 자그마한 장난 때문이라는 것인데 괜찮은 아이디어였어요. 덕분에 문이 잠긴 도서관에 피해자 및 다른 인물들이 각자의 목적으로 잠입한다는 전개도 설득력있고요.

트릭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다릅니다. 주어진 정보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하는 후더닛 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정보는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안경은 묘사자체가 아예 노골적으로 "이건 정보야!"라고 알려주는 수준이에요.

라이트 노벨스러운 만화적인 캐릭터들도 볼거리입니다. 우라조메야 재수없음이 한결같으나 유노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은 유쾌하거든요. 유노의 오빠 하카마다 유사쿠의 한결같은 오해라던가, 우라조메를 타도하기 위한 야쓰하시 지즈루의 작전과 기말고사를 둘러싼 경쟁 등 소소한 이벤트도 아주 즐거웠고요. 개인적으로는 유노의 팬티 엿보기 관련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하지만 여러모로 이전 작품에 비해 시시하며 완성도도 낮습니다. 트릭이 없는 탓이 크지만 우라조메의 추리도 약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다이잉 메시지가 조작되었을 것이라는 추리입니다. 다이잉 메시지를 쓰기 위해서 손을 불빛으로 비추고 있어야 했다는 전제부터 납득하기 어려워요. 일본어 "구"와 동그라미를 그리는데 불빛이 왜 필요할까요? 그리고 "구"가 아니라 숫자 7과 0을 쓴 것이라면 애초에 불빛은 필요도 없고요. 소설 표지 등장인물에 동그라미가 쳐진 것은 우연일 수도 있는데 이 정도 추리로 조작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를 지적하지 못하는 경찰은 바보고요.

범인을 특정하는 중요한 단서인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추리 역시 문제입니다. 머리카락에 피가 뭍었다고 그 자리에서 잘라낼 생각을 한다는 것 부터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걸어서 몇분 안되는 거리에 집이 있는데 구태여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머리카락을 현장에서 자른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그것도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데 광적으로 집착한 범인이었다면 더더욱 말이죠. 대충 물로 씻고 집에 가서 정리하는게 당연합니다. 피묻은 머리카락이 <<무선조종 형사>>에 흔적을 남긴 정도로 끝냈어야 하는데 머리카락임을 강조하기 위해 지나치게 억지를 부렸어요.

무엇보다도 동기는 최악입니다. 아니, 동기가 없습니다. 아들이 걱정되어 도서관에 따라간 어머니가 아들을 때려 죽인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현지에서도 동기 때문에 말이 많았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전작 <<수족관의 살인>> 리뷰에서 단점으로 어처구니없는 동기를 지적했는데 아예 동기가 없는 후속작을 발표하다니, 작가 본인에게 동기를 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한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생기네요.
고전 본격물이 흔해빠진 유산 상속, 복수라는 동기가 반복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동기도 본격물에서는 용의자를 특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무리 다른 부분이 논리적이고 잘 쓰여졌다 하더라도 이 점 때문에 본격물로서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워요.
덧붙이자면 모든 추리는 범인이 남긴 흔적을 통해 진행됩니다. 결국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범인은 밝혀졌겠죠. 물론 그랬다면 소설로서 성립을 하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단서가 나오지 않고 사건에 미궁에 빠진다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우라조메 덴마의 과거를 캐기 위해 유노가 나선다는 이야기도 별다른 흥미를 자아내지 못합니다. 솔직히 관심도 없어요. 그래봤자 중학생 때 있었던 사건, 뭐 그리 대단한게 있겠습니까. 설령 그럴듯하다고 해도 오타쿠라는 설정 외에 또다른 설정을 추가하는 것에는 반대입니다. 외려 오타쿠라는 캐릭터만 점점 흐려지고 있는게 더 큰 문제라 생각되네요.

때문에 별점은 2점. 유쾌하고 즐겁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계속 읽게될지 자신이 없군요. 두고봐야겠지만 이대로라면 구태여 더 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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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호키 2017/03/19 18:25 #

    체육관의 살인을 처음 읽을때의 짜릿함 (xx 하나로 풀어나가는 논리의 전개가 참 좋았습니다)이 도서관의 살인에서는 보이지 않아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저는 조금 더 기대를.^^;
    그러고보니 글자를 쓰는데 꼭 불빛이 필요할거라는 전제가 좀 이상하긴 하군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hansang 2017/03/19 20:50 #

    여러모로 전작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다음 권은 좀 더 나아질까요? 현지 리뷰를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 LionHeart 2017/03/20 11:13 #

    아...동기 부분이나 머리카락 부분은 역시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었군요.
    저는 '체육관의 살인' 때 기대감과 재미를 피크에 도달했고, 그 뒤로는 계속 하향세로군요. 기대를 너무 높게 가진 것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호키님과 같이 다음 권을 기대하고 있는 독자이지만 걱정도 큽니다.
  • hansang 2017/03/22 08:52 #

    네. 말씀대로 하향세가 너무 가파르네요. 원전인 관시리즈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다음권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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