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의 지구사 - 캐럴 헬스토스키 / 김지선 : 별점 2.5점 Book Review - Food or 구루메

피자의 지구사 - 6점
캐럴 헬스토스키 지음, 김지선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의 '~의 지구사' 시리즈 중 한권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치즈의 지구사>>는 많이 실망스러웠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이 책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피자라는 음식의 발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발전하여 세계화가 되었는지를 통사적으로, 시대순으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거든요. 각 시대별 대표 피자와 주요 변곡점도 확실하게 체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제목 그대로 이 책 한권만 읽어도 피자의 역사에 대해서는 대충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피자의 시작과 초기 발전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요.
최초의 피자는 단순한 음식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재료를 얹어 구워서 만드는 납작한 빵은 신석기 시대에서도 둥그런 반죽을 구워 먹었다고 할만큼 흔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고대에 누가 먼저 둥글납작한 빵을 그릇으로 만들어 그 위에 소스를 얹거나, 다른 음식을 담는다는 발상을 한 것인지는 모릅니다. 그나마 비슷한 것이 고대 그리스의 빵 '플라쿤토스'로 토핑을 바로 빵 위에 올려 굽는 것이라고 하네요. 빵을 접시나 그릇으로 사용하여 요리를 담아낸다는 기본 개념은 피자와 같죠.
이후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재배되고, 18세기에 드디어 피자에 토마토가 쓰이기 시작합니다! 나폴리에서 19세기에 빈민들을 위한 음식으로 인기를 끌게 되고요. 그리고 드디어 이탈리아 국왕 움베르토 1세의 아내 마르게리타 여왕이 나폴리에 방문해 '마르게리타' 피자를 대접받은 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여 드디어 2차대전 후 인구 이동과 함께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나게 된 것입니다. 초기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잘것 없는 음식이었지만 이민과 관광이 붐을 이루며 널리 전파된 것이죠.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토핑으로 변주가 일어나자 피자의 기원을 자처한 나폴리의 전통 피자 요리사들이 정통 나폴리 피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통나폴리피자협회 (VPM)를 결성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VPN이 인정하는 정통 나폴리 피자는 마르게리타, 마리나라, 마르게리타 엑스트라 피자 뿐이라는데 엄격한 지침을 따라서 만들어야 한다니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2장에서는 미국으로 이주한 나폴리 이민자들을 통해 피자가 미국에 뿌리내리며 대중화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2차대전 이후 군인, 이민자들에 이해 미국에서 피자 소비가 대중화되고 피자헛과 같은 피자 체인점과 냉동 피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거대 산업을 이루게 되는 과정이 그것이죠. 더 이상 이탈리아 전통 에스닉 푸드가 아니라 미국이 사랑하는 음식이 된 것으로, 이민자 요리들을 자체적으로 재조형하여 미국 음식을 만들어 낸 솜씨가 피자에 제대로 발휘된 것입니다. 산업화되며 대량생산, 규격화, 지속성이라는 3대 원칙을 포함해서 말이죠.
하지만 1장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고 피자헛, 도미노 등 체인점과 냉동 피자 산업 등 산업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소개됩니다. 그래도 '시카고 피자'의 유래는 기억에 남네요. 텍사스 출신 아이크 슈얼이 오픈한 레스토랑 '우노'에서 선보인 딥디시 피자가 최초라고 하는데, 예전 삼성동 KOEX 우노에서 먹어본 적이 있기 때문으로 덕분에 아주 오래전 옛 추억이 잠시 떠올랐답니다.

3장은 피자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피자헛의 세계 진출, 각 지역별 특별식, 엔터테이먼트 (<<닌자 거북이>>와 같은)와 결합하여 피자 자체가 유행이 되는 과정 등이 소개됩니다.

마지막 4장은 피자의 미래라는 제목인데 별 내용은 없습니다. 토핑 재료에 제한이 없는 한 피자는 영원할 것이다, 그 독특한 특성과 함께가 전부니까요. 페이지도 10페이지가 안 될 만큼 짤막합니다. 딱히 언급해드릴 내용이 없네요.

그리고 주영하씨의 <<피자, 한국 정복의 역사>>가 부록처럼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처럼 한국에 피자가 진출한 과정을 통사적으로 상세하게 소개한 글입니다. 책 성격에도 부합할 뿐더러 내용도 충실하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형적인 주영하씨 음식관련 미시사 글이었어요.
뒤에 실린 진짜 부록인 다양한 피자 레시피도 집에서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있으면서도 식욕까지 불러일으키는 좋은 책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3장, 4장 내용이 좀 부실해서 감점하지만 피자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읽고나서 가장 안타까운건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피자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산업화한 미국식 피자라는 것입니다. 저렴하고 빠른, 패스트푸드 측면에서 피자 체인점의 역할은 분명 있겠지만 나폴리 사람들이 사랑한, 여왕에게 마친 마르게리타 피자만큼은 쉽게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한식 요리점에서 퓨전 한식만 팔고 정작 김치는 내어놓지 않는 것과 다를게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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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홍차도둑 2017/03/30 23:51 #

    이탈리아가서 피자 먹어본 뒤부턴 한국에서 파는 미국식 피자는...아아ㅠㅠ 시팍 이탈리아 다시 가고 시퍼요 ㅠㅠ

    토마토가 아니라 뽐 모 도르 라고 안써 있던가요?
  • hansang 2017/04/03 20:15 #

    토마토라고 써 있던 것 같은데..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이탈리아 피자는 저도 정말 먹고 싶네요 ㅎㅎㅎ
  • 홍차도둑 2017/04/03 20:33 #

    이탈리아에선 토마토라고도 하지만(하도 영어식 그게 많이 쓰이다보니) 원래 정식 명칭은 뽐 모 도르 거든요. '황금사과'
    로마 여행갔을 때 피자 베이스가 될 반죽에 토마토 소스만 발라놓은게 있어서 '그거 팔아요?' 하고 물어보니 판다고 하더라구요. 몇개 사서 들고 다니면서 먹는데 아주 맛났습니다.
    일행들끼리 "야 토마토만 발라도 이렇게 맛있네! 여기에 고기 넣고 치즈 올려놓고 버무리는거 까지 가는거 어렵지 않겠는데!' 하며 피자의 기원을 이야기 한...ㅋㅋㅋㅋ
  • hansang 2017/04/07 20:06 #

    피자의 기원이 바로 그게 맞습니다. ㅎㅎㅎ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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