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사전 - 미스터리 사전 편집위원회 / 곽지현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미스터리 사전 - 4점
미스터리 사전 편집위원회 지음, 곽지현 옮김, 모리세 료 감수/비즈앤비즈

제목 그대로 미스터리, 추리라는 장르 문학에 관한 110개 항목을 설명하는 '사전' 입니다. 110개 항목은 6개의 대분류로 구성되죠. 부제는 '게임 시나리오를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110가지 추리 규칙·트릭·이론'으로 이쪽 바닥에 관심있는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를 위해 쓰여진 느낌입니다.

일단 구성은 괜찮습니다. 항목별로 통일된 형태로 심지어 페이지 수 까지 똑같이 맞춰져 있어서 읽기도 편하고 깔끔하거든요. 이런 면에서 문제가 많았던 <<탐정 사전>>과 좋은 비교가 됩니다. 이런건 정말 일본 사람들이 잘 하는 것 같아요.
또 미스터리, 추리 애호가로서 즐길 부분도 제법 됩니다. 특히 소분류 항목별 대표작의 예가 아주 인상적이에요. 유명 소설 뿐 아니라 실제 있었던 사건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TV 드라마까지 굉장히 방대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괴도'를 설명하며 '루팡 3세'를 예로 든다던가, '극장형 범죄'를 설명하며 <<공각기동대>> TV 애니메이션의 한 에피소드 (<<웃는 남자>>)를 예로 든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밀실 살인'의 예로 설명되는 것은 RPG게임 <<호라이 학원의 모험!>>이기도 합니다. '살인범'의 예로 <<죠죠 4부>>의 키라 요시카게를 드는 등 지나치게 서브 컬쳐 중심으로 나간 감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 외에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제법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기묘한 맛"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명명되었으며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된 책은 처음 보았네요. 에도가와 란포가 명명한 것으로 란포가 예시한 작법으로는
- 명탐정에게 범행을 간파당하고도 사기범은 뻔뻔스럽게 결백을 주장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범행을 계속한다.
- 노부인에게서 집이나 재산을 빼앗고 감금까지 한 악당 청년이 알뜰살뜰 여자친구의 신변을 돌봐준다.
- 신문기자에게 붙잡힌 연속살인마가 어째서 이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며 기자를 새로운 피해자로 만든다.
라고 합니다. 솔직히 작법 예시는 영 와닿지 않긴 합니다만... 사고, 발상과 상식의 틀어짐이 낳는 의외성이 중요하다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죠.
몇몇 사건들도 재미있었습니다. 1981년 가부키쵸 러브호텔 연속 살인사건에서 두 번째 피해자 겨드랑이 밑에 액취 치료 수술 흔적이 있었기에 술집 여성이라고 판단했다는 내용은 신선했어요. 당시는 술집 여성이나 받을만한 수술이었나보죠?

아울러 '마지막 반전' 이라는 항목에서 '현대는 트릭만으로는 부족하여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트릭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 트릭을 살리기 위해 플롯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은 추리 소설가를 지망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와 닿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우선 2페이지라는 제약 탓에 지나치게 요약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꼽고 싶네요. 하드보일드 등 장르에 대한 설명을 두 페이지 안에 담는 것은 무리죠. 이런 항목들은 모두 수박 겉핥기 정도로 추리 소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아는 정보에 불과하며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하나의 항목으로 꼽기에는 미약한 것들도 눈에 띕니다. 트릭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그러합니다. '발자국 트릭'이 하나의 항목으로 꼽힐만한 이야기였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순간이동, 소실 트릭과 같은 보다 큰 범주로 묶었어야죠. '눈의 착각'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분량을 할애한 '착시 현상'은 미스터리 장르와는 무관합니다. 이렇게 소분류 선정 및 분류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탓에 심지어는 왜 이런게 설명되나? 싶은 항목도 있습니다. '미스터리 연구회' 같은게 대표적이죠. 일본에 한정된 특정한 형태의 소모임일 뿐이고 그렇게 이쪽 바닥에서 유명한 소재는 아니니까요.

번역도 큰 문제입니다. 읽기가 힘들 정도에요. 조금 더 읽기 편하게 번역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문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번역가가 이쪽 컨텐츠를 잘 모르는 티가 물씬 납니다. 이 바닥에서 자주 쓰지 않는 말로 번역이 되어 있다거나 -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를 '나라 이름' 시리즈라고 소개하는 등 -, 잘 알려진 발음과 다르게 번역하거나 일본어 번역에서의 실수 - '면죄를 호소하다' -> '무죄를 호소하다' (99p), '사이타마현 아이켄가 연쇄 살인사건' -> '사이타마현 애견가 연쇄 살인사건' (101p) -, 당연한 고유 명사의 오류 - 히가시노 게이고 -> 토우노 게이고 (207p) -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오류, 오타가 너무 많아요. 조금이라도 이쪽 세계를 아는 사람이 한번이라도 교정, 검수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잘못 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에 처음으로 입문하는 초보자 대상의 학습 사전으로는 나름 괜찮습니다. 그러나 제가 읽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어요. 번역에서의 문제와 19,000원이라는 가격도 과하고요.

솔직히 이 책의 존재 의미도 잘 모르겠어요. 시나리오 라이터를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도 모르는 사람이 뭔가 만들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추리 소설에 첫 입문한다고 해서 이런 류의 '참고서'를 사 볼 필요는 더더욱 없죠. 고전 명작부터 찬찬히 읽어 나가면 그만이니까요. 한마디로 여러모로 애매했습니다. 저도 두번 읽게 될 것 같지는 않군요.



핑백




2017 대표이글루_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