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이야기 - 가노 도모코 / 박정임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일곱 가지 이야기 - 6점
가노 도모코 지음, 박정임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열아홉살 대학생 이리에 고마코는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흠뻑 빠져든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작가 사에키 아야노에게 팬레터라는 것을 써서 보낸다. 마침 자신 주변에서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을 곁들여. 사에키 아야노는 직접 추리한 결과를 고마코에게 답장으로 보내준다...

일상계 미스터리로 유명한 가노 도모코단편집. 작가의 다른 단편집은 그동안 몇 권 읽어보았는데 평균적으로는 별로였었습니다. 이야기도 재미없고 추리적으로도 그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는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구성이 독특해요. 제목 그대로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가공의 책에 수록된 이야기 한 개와 주인공 고마코가 만나는 일상계 사건 하나가 조합되는 식인데 이렇게 엮이는 작품은 거의 처음 본 것 같아요. 가공의 이야기와 엮이는 작품이야 제법 있지만 작품 속 소설은 그냥 주인공 고마코가 좋아하는 대상이며, <<일곱 가지 이야기>> 수록작에 대해 고마코가 어떤 식으로든 설명을 한 후 실제 일상 속에서 그 이야기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전개거든요. 그리고 고마코가 탐정역인 사에키 아야노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의 추리를 답장으로 받는다는 일종의 '서간문 추리소설' 이라는 독특함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어요.
가공의 소설 <<일곱 가지 이야기>>도 일상계 추리물이고, 고마코가 접하는 사건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그야말로 더블 일상계라는 것도 대단하다 싶었고요.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 지나치게 작위적인 이야기들이 제법 많습니다. 게다가 이게 과연 추리물인가 싶을 정도로 추리적으로는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아무리 일상계라 하더라도 요네자와 호노부 등 다른 일상계 작가의 작품과 비교해보면 추리물이라고 하기는 민망하다 싶은 수준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7편의 단편 속 수수께끼가 2개씩이니 모두 14개의 일상계 추리물이 담겨있는데 추리적으로 깔끔하고 괜찮다 싶은 것은 한 4편, 30%도 안될 정도입니다.
이럴 바에야 억지로 두 작품을 연결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평범한 대학생 고마코와 동네 오빠 (?) 세오 컴비의 일상계 추리물, 그리고 하야테와 아야메 아가씨의 전원풍 일상계 추리물 두편으로 나누어 발표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재미있고 독특한 일상계 작품이지만 추리적으로는 많이 부족해서 감점합니다. 각 단편별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수박 주스의 눈물>>
<<일곱 가지 이야기>>속 단편은 <<수박 귀신>>. 하야테 소년이 밤새 수박밭을 지키지만 결국 수박이 도난당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이야기 시작으로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나 본편 이야기는 '수박 주스'라는 소재로 <<수박 귀신>>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여러모로 무리였다 생각됩니다. 고마코의 친구 미아이네 집에서 키우는 개와 혈흔을 연결시키는 과정도 너무 작위적으로 짜여진 티가 나고요. 좀 긴 이야기였다면 복선처럼 잘 숨길 수도 있었겠지만 단편이다보니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단서가 드러나더라고요. 아이가 푸딩을 달라는 말로 어머니가 집에 없다고 추리하는 것은 분명 비약이고요. 그래서 이래저래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모야이의 쥐>>
<<일곱 가지 이야기>>속 단편은 <<모야이의 쥐>>인데 별로였습니다. 금으로 만든 쥐가 가짜였다는 것은 그다지 신선한 내용은 아니었거든요. 독자가 추리할만한 정보도 부족하고요.
그러나 본편 이야기는 빼어납니다. 독특한 문양 중심의 추상화가 위, 아래가 뒤집혀 전시된다는 진상이 아주 그럴듯했기 때문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한 장의 사진>>
<<일곱 가지 이야기>>속 단편은 <<파란 하늘>>로 하야테와 친구들의 파란색 그림물감이 없어진 사건에 대한 진상을, 본편 이야기에서는 고마코의 어린 시절 사진을 훔쳐간 친구가 그것을 돌려준 이유가 무엇인지를 추리하는 작품입니다. 두 편 모두 일상계다운 아주 좋은 이야기였어요. 무엇보다도 가족간의 사랑과 추억을 다루고 있는 따뜻한 이야기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친구가 사진에 찍혔다는 작위적인 우연은 옥의 티지만 단점은 사소할 뿐입니다.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일곱 가지 이야기>>속 단편은 <<하늘색 나비>>로 하야테와 친구들의 열광을 불러왔던 한 친구의 대형 파란색 나비 표본이 사실은 가짜였다는 이야기입니다. 본편은 기묘한 노부인의 행동을 다루고 있고요. 그런데 두 이야기가 잘 연결되지는 않으며, 노부인이 꽃을 심으려 한다는 것은 쉽게 추리할 수 있는 등 그다지 건질건 없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1만 2천년 전의 직녀성>>
더위를 피해 천체 투영관을 찾아간 고마코가 전편에서 만났던 남자 세오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일곱 가지 이야기>> 속 <<대숲이 불탄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전개되는 작품. <<대숲이 불탄다>>는 할아버지, 할머니 간 오갔던 연애 편지를 찾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추리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힘들 정도입니다. 상식적으로 근처를 찾아보는게 당연하니까요.
본편 이야기도 추리적으로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장난감 공룡 애드벌룬이 한밤중에 백화점 옥상에서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유치원으로 이동한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인데 당연히 공중에 뜨게 만들어서 날려보낸 것으로 의외성이 부족합니다. 추리의 여지도 없고요. 얼음으로 눌러 놓았다는 등의 디테일은 있지만 대단치는 않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하얀 민들레>>
친구 후미의 부탁으로 초등학교 여름 캠프에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게 된 고마코가 특이한 아이 마유키를 전담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마유키는 모든 꽃, 심지어 민들레까지 하얀 색으로 칠해버리는 특이한 아이라는 설정이죠.
<<일곱 가지 이야기>>에서는 <<내일 피는 꽃>>. 하야테 아버지 어린 시절 친구가 빌려간 보물 상자와 푸른 수국이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알루미늄에 반응하여 수국이 파랗게 변하는 것은 <<푸른 제라늄>> 등에서 익히 많이 사용되었던 소재라 특이한 것은 없어요. 추리라고 하기에도 뭣 할 정도죠. 본편의 핵심 수수께끼는 '하얀 민들레'의 정체에 대한 것인데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실제로 있다는 것이 진상이므로 이 역시 추리라고 할 게 없고요. 왠지 점점 추리물에서 멀어져가는 느낌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일곱 가지 이야기>>
<<일곱 가지 이야기>>에서는 고양이 절에서 얻어온 새끼 고양이가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있는데 모성애를 강조한 이야기지만 현실적이지가 않습니다.
본편은 마유키를 매개로 사에키 아야노, 일러스트레이터 아소씨 등 관계자 모두가 만나는 대단원이죠. 마지막 이야기로는 괜찮습니다. 모든 등장인물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한 번 정리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유키가 어머니의 양육권 포기를 단념하게 만들기 위한 깜찍한 실종 자작극이 핵심으로 추리의 요소는 거의 없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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