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 스티븐 킹 / 이은선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엔드 오브 왓치 - 6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 컴비 홀리와 함께 사설업체 "파인더스 키퍼스"를 운영하던 빌 호지스는 그가 췌장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편,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드 하츠필드는 재핏이라는 게임기를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 속으로 이동하여 조종하는 능력을 손에 넣은 후 이 능력을 이용하여 세상과 빌 호지스에게 복수하려 한다.

재핏 게임기와 관련된 기묘한 자살 사건, 특히 제롬의 여동생 바브라에게 닥친 자실 미수 등을 접하며 빌 호지스는 사건의 이면에 브래디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브래디는 담당 의사 배비노의 몸을 빼앗아 도주하고, 빌 호지스는 브래디의 음모를 막기 위해 생명을 걸고 마지막 승부에 나선다.


스티븐 킹빌 호지스 3부작 (요새 말로 트릴로지) 마지막 편. 이번에는 병원에서 신비한 능력을 얹은 1편의 살인마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 하츠필드가 재등장하여 빌 호지스와 숙명의 대결을 펼칩니다. 결말은 "끝"을 의미하는 제목 그대로고요. 시리즈는 정말 확실하게 끝나요.

일단 재미만큼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작품입니다. 그런데 다른 시리즈와 확실한 차이점은, 이 작품은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1편은 2015년 에드거상 수상작답게 분명 추리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정교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이죠. 2편은 빌 호지스 시리즈라고 부르기 민망할 뿐 범죄물로는 괜찮았고요. 허나 이번 편은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고, 외려 "싸이킥 호러 스릴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브래드가 손에 넣은 특별한 능력 - 염력과 재핏 게임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침투하여 그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 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물론 빌 호지스가 브래디의 능력을 알아내는 과정은 수사 비스무레한 절차를 걸치긴 합니다. 그러나 브래디의 능력이 상식을 초월했다는 것만 문제지 그의 행방과 음모를 추적하는 과정은 너무 뻔하고 단순해서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해요. 몇가지 단서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브레디의 담당 의사가 수상하다! 녀석을 쫓아가자! 그냥 이게 전부입니다.

허나 브래디의 능력이 설득력 있게 잘 묘사된 것이 큰 다행입니다. 세상에 있지 않은 것을 있음직하게 그려내는 스티븐 킹의 특기가 잘 발휘되어 있거든요. 단지 능력에 대한 묘사 뿐 아니라 재핏 게임기를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침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후 게임기를 확산시켜서 자살을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준다는 음모도 아주 그럴듯해요. 이는 희대의 IT 전문가이자 정신병자 살인마인 브래디 캐릭터에도 잘 어울렸음은 물론, 재미의 핵심 요소로 잘 활용됩니다.
또 여러모로 열세였던 빌 호지스가 브레디의 최면 침투를 이겨내고 반격을 가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앞부분에 사용되었던 커다란 벨소리라는 복선이 적절하게 사용된 것은 정말이지 기가 막힌 명장면이었습니다! 너무나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 엔딩이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아,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통증 때문에 침투에 걸리지 않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말이죠. 이를 위한 기지국 복선 역시 적절했고요.

다만 이 음모는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문제 투성이이기는 합니다. 왜 최면에 게임기를 반드시 써야 하는지가 가장 의문이에요. 그냥 화면을 들여다보고 탭하는 것으로 최면에 걸릴 수 있다면,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유도 하는게 훨씬 빠르고 저렴한 방법이잖아요? 사이트 뿐 아니라 앱 형태로 뿌리면 갯수 제한이 있는 게임기보다 훨씬 넓게, 멀리 확산시킬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게임기라는 특정 조건이 꼭 필요한 것으로 설명되지도 못한 탓이 큰데, 조금 아쉽습니다.
아울러 브레디의 자살 전염, 전파 계획은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좀 허무합니다. 대량 학살을 저지르려 했던 살인마가 개개의 사람들 마음 속 빈틈을 파고들어 자살을 유도 한다는 것은 소박해 보이기도 하니까요. 피해자들이 주변인들을 죽이게끔 하는 장치가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피해자가 고작 서너명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죠.

아울러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제롬의 비중이 등장이 적다는 것도 별로였어요. 이럴바에야 등장하지 않고 그냥 홀리와 빌 컴비의 활약만으로도 충분했을 것 같아요. 특히 이번 편에서 빌 캐릭터가 너무나 멋있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고통도 참아가며, 심지어 마지막에 오줌까지 싸 가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정의를 위해 싸우는,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친구와 선한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지금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까지하는 정말 멋진 올드 히어로거든요. 지금은 멸종해버린 서부영화 주인공인 셈이죠. 죤 웨인이 늙어서 형사 역할을 맡는다면 이련 역할이 정말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여튼, 늙은 죤 웨인의 최후의 활약을 뒤로하고 젊고 잘생긴 신예가 마무리를 짓는 결말은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정교하지도 않고, 추리물로써의 가치는 낮지만 스티븐 킹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킬링타임용 책을 찾으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타임슬립이 무엇인지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덧붙이자면, 빌 호지스 캐릭터가 정말로 멋지게 그려진 만큼 그의 젊은 시절 활약을 그린 프리퀄이 나와 주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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