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요리사들 - 후카미도리 노와키 / 권영주 : 별점 2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전쟁터의 요리사들 - 4점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arte(아르테)

2차 대전 중 미국 육군 제 101 공수사단 제 506 낙하산 보병연대 제 3대대 G중대 소속 조리병인 '키드' 오등 특기병이 조리병 동료인 에드, 디에고와 중간에 합류한 부상병 던힐, 의무병 스파크, 기관총병 라이너스, 통신병 와인버거 등과 함께 참혹한 전투를 거치는 와중에 벌어지는 소소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는 미스터리 작품. 총 5개 장으로 구성된 일종의 단편집입니다.

소소한 사건들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상계인데, 일상계로 보기에는 범죄의 스케일이 클 뿐 아니라, 2차 대전을 무대로 다양한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이라 동료와 관계자들이 수없이 죽어나가고 다치기 때문에 다른 일상계 작품들처럼 여유있고 한가롭지는 않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또 2차 대전 당시에 대한 묘사가 상당한 수준이에요. 고증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실감나게 그려진 것 만큼은 분명하거든요. 덕분에 노르망디 상륙 작전, 마켓 가든 작전, 아르덴 대공세와 같은 주요 전투 모두에 투입되어 분투하는 키드와 동료들의 모습은 왠만한 전쟁 영화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2차 대전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아쉽게도 전쟁에 대한 묘사 외에 건질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추리 소설과 요리" 관련 글을 쓰고 있기도 해서 관심을 가진 책인데, 정작 추리와 요리 부분은 별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전쟁 소설" 로는 괜찮지만 "추리 소설" 로는 여러모로 부족해서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추리 소설을 기대하시고 읽으시면 실망하실 가능성이 높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제 1장. 노르망디 공수 작전>>
잘생긴 기관총병 라이너스가 예비 낙하산을 모으는 이유는? 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가 펼쳐지는 이야기의 도입부로 화자인 키드와 탐정역인 에드 및 기타 주요 전우들이 소개됩니다.
또 주방이 더럽혀지는걸 참지 못하는 저택 주인이 야전 병원을 허락한 까닭에 대한 궁금증과 저택 주인은 혼기가 찬 딸이 있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것, 낙하산 천 재질의 일부는 나일론이 아니라 명주이며 하얀색이다! 라는 일련의 단서들 모두 독자에게 순서대로 공정하게 제공되어 추리에 동참하기 쉽게 만들고요.

그러나 저택 주인에게 저택을 임시로 사용하기 위한 허락의 댓가가 흰 명주천으로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딸에게 준다는 진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네요. 지나친 비약일 뿐더러 물자 무제한의 미군이 이렇게 바보같이 협상한다는건 비현실적입니다. 그야말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억지설정에 불과해요. 때문에 추리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가는 힘듭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제2장 군대는 위장으로 행진한다>>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후방으로 잠시 이동한 주인공 일행이 분말 계란 도난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분말 달걀은 예전 다른 책에서 괜찮은 발명품으로 소개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작 중에서는 최악의 요리로 등장해서 이채로왔습니다. 하긴, 맛도 좋았다면 지금 널리 퍼졌어야 정상이겠죠.

하여튼, 600 상자나 되는 보급품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불가능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수많은 보급품이 쌓여져 있던 중 삐죽 튀어나온 상자열 이라는 특정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하며, 완전 범죄보다는 범행을 드러내어 못된 상관에게 엿을 먹이려는 동기가 결합된 현실적 트릭과 범행이라는 점은 괜찮았어요.

하지만 범행 스케일에 비하면 동기의 설득력이 낮고, 인종차별 이야기는 억지로 집어넣은 느낌이에요. 좀 더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제3장 굴뚝새와 솔개>>
마켓 가든 작전에 투입돤 주인공 부대의 처절한 전투가 펼쳐집니다. 착해빠진 주인공 키드조차 1편에서 친구가 된 보급병 오하라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저항 불가의 SS요원을 조준 사격하여 죽일 정도로 끔찍하게 묘사되죠. 그 외 많은 전우가 전사하고요.
이러한 전투 중에 미군을 도와준 미군에게 협력하는 네덜란드인 얀센 부부가 자살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민간인이 갑자기 튀어나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에드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냅니다.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얀센 부부의 유서는 그림 동화를 활용한 일종의 암호로 꽤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너무 작위적으로 동화에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에요. 애초에 이 방법을 영어로 적어 남길 필요도 없고, 암호를 풀어 복잡하게 열 필요도 없어요. 금고도 아닌 나무 완구인데 개머리판으로 두드려 부수면 그만이죠.
그 외에도 머리를 짧게 깎은 정체 불명의 민간인과 우유 한 컵 밖에 없던 비참한 부부의 상태를 연결하여 나치 부역자가 가족 내에 있었음을 드러내는 전개도 나쁘지는 않지만 식상했고요.
무엇보다도 부부가 자살하는 상황은 완전히 이해 불가에요. 어린 딸 로테와 아들 테오를 위해서라면 더러워도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게 당연한데 말이죠. 이 점 하나 때문에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제4장 유령들>>
아르덴 공세 당시, 바스토뉴 사수에 투입된 주인공 부대가 투입됩니다. 그리고 동료 디에고가 들은 섬뜩한 유령 소리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놀라운건 탐정역인 에드가 전사한다는 전개입니다. 예상도 못해서 깜짝 놀랐네요.

그러나 이러한 충격적 전개에 비하면, 쌓여있는 독일군 병사 시체에 대검으로 칼을 꽂는 연습을 했다는 유령 소리의 진상은 영 별로에요. 동기 자체는 그럴듯하죠. 부상을 입은 것처럼 위장하여 후방으로 이송되려는 일련의 병사들이 있고, 그들을 적당히 다치게 하기 위해 연습했다는 이야기는 전쟁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시체에 대검을 꽂는게 정말로 연습이 되어 적당히 원하는 만큼만 다치게 할 수 있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대충 찌르고 결과를 하늘에 맡기는게 더 옳은 방법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울러 디에고가 마켓가든 작전 때문에 "외상형 스트레스 장애 (PTSD)"에 시달린다는 묘사도 진부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제5장 싸움의 끝>>
던힐이 독일인이라는게 밝혀져 스파이 혐의로 수감되는데, 키드와 전우들이 그를 탈옥시켜 가족과 함께 하게 해 준다는 마지막 이야기.
그림 동화에 정통하다던가, 공수부대원은 아이가 있으면 안되는데 있다고 한다던가, 독일군 통조림 조리 방법을 알고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던힐이 독일인이라는 단서는 이전 장에서도 계속 독자에게 공유되어 왔었죠. 눈치채기는 쉽지 않지만 꽤 정교한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탈옥 작전은 별게 없습니다. 이전 전투와 사건에서 얻은 인맥을 총 동원하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그냥 모든 살아남은 전우들이 모여 활약하는 일종의 에필로그성 이야기일 뿐이에요.

또 유대인 수용소의 참상을 그리는 장면은 진부함의 정점을 찍으며, 던힐을 축으로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즉 민간인에 대한 폭격, 그 외 전쟁 범죄 등에 대해 일본인 작가가 쓸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되어 영 별로였어요. 외려 키드의 처음 생각처럼 히틀러를 지지한 국민도 죄인이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게 맞지 않을까요?
뭐 하나 건질게 없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리고 정말 후일담이 이어집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노인이 된 키드가 다른 전우들과 함께 동독에 거주하던 던힐을 다시 만나는 내용으로 다른 전우들의 근황 모두가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전쟁과 삶, 죽음에 대해 조금 생각하게 만드는 키드의 생각이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족이라 생각되네요. 평가할 만한 내용은 아닙니다. 로테와 테오를 키드가 양육하게 되었고, 행복하게 산다는 정도만이 마음에 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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