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파수꾼 - 켄 브루언 / 최필원 : 별점 2.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밤의 파수꾼 - 6점
켄 브루언 지음, 최필원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일랜드 경찰 '가르다' 출신으로 해고 후 사립 탐정으로 먹고 사는 잭 테일러는 딸 앤 헨더슨 자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이혼녀 애니의 의뢰를 받고 수사에 나선다. 경찰로 보이는 덩치들로부터 린치를 당해 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잭은 정보원 캐시로부터 앤이 아르바이트했던 가게 사장 플랜터가 수상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애니와 깊은 관계를 맺은 후 친구 서튼과 함께 가게를 관리하는 경비회사 운영자 포드를 찾아가는데...

아이리쉬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거장이라는 켄 브루언의 대표작. 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으니 상당히 잘 팔리는 작가인 듯 합니다. 이전에 '타탄 느와르의 제왕' 이라는 이언 랜킨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있는데, 아일랜드 출신의 아이리쉬 누아르 거장이라니 둘이 만나면 좋은 승부가 되겠네요.

솔직히 아무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페이지가 쭉쭉 넘어가는 맛이 상당해서 놀랐습니다. 이야기는 별 게 없지만 폐인에 가까운 주인공 잭 테일러의 일상을 쫓는 전개가 재미있으며, 특히 길어야 10 페이지 정도인 짧은 단락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아주 탁월한 덕분입니다. 짤막한 일상을 연이어 읽으면서 한 사람의 일생과 심리를 들여다보게끔 만드는 묘사가 정말 절묘해요. 짧은 호흡, 토막글에 친숙한 현대인에게 적합한 작법인데 이런 방법으로 긴 장편을 어렵지 않게 써 낸 솜씨에는 정말이지 박수를 보냅니다.
이를 빛내주는 글솜씨도 일품이에요. 그야말로 아일랜드 느낌이 왠지 모르게 묻어난달까요? 척박하면서도 거칠고, 즉흥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그런 분위기가 문장 하나하나에서 드러납니다. 알콜 중독자 잭 테일러의 일상을 구성하는 술들과 그의 취미인 독서, 영화 감상, 음악에 대한 디테일도 아주 탁월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요.

하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누아르나 느아르, 범죄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이야기에 알맹이가 전혀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에요. 기묘한 자살 사건에 대해 20살도 안된 정보원 캐시가 배후를 쉽게 알아내고, 잭이 찾아가자마자 바로 범인이 자백하고, 결국 사건의 진상은 잭을 폭행한 전직 경찰 출신 경비원의 자백으로 밝혀지는 식으로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이 너무나 허술합니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인 잭의 단골 술집 그로건스의 바텐더 숀의 죽음에 대한 진상 역시 아무런 수사 없이 뜬금없는 증언에 의해 범인이 드러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에요. 범죄에 대한 묘사도 부족하고, 추리라고 부를 수 있는 점이 전무한데 과연 이 작품이 하드보일드 느와르인지 살짝 의심이 생길 정도입니다. 세 명의 소녀를 포함해서 범인들 두 명, 사건 때문에 얽힌 다른 두 명 등 모두 7명이나 죽어나간 대형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대충, 적당히 넘기고 있으니까요. 주요 참고인이자 유력 용의자이고 거물인 플랜터가 실종되었는데 경찰이 딱히 하는게 없다는게 과연 말이나 됩니까? 게다가 앤은 자살한게 맞다는 증언이 뭔지 결국 밝혀지지 않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제목도 완전 에러인게, 뭔가 다크한 슈퍼 히어로를 연상케 하고 끝까지 뭔가 활약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지만 잭은 그냥 술꾼일 뿐이고, 사건은 그와 상관없이 그냥 흘러갑니다.
캐릭터도 그닥이에요. 잭 테일러의 알콜 중독 묘사는 나쁘지 않았지만 다른 자기 파멸형 알콜 중독 탐정들과 비교해서 딱히 특별한 건 없고, 오히려 차이점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멋을 부린 느낌이 강하거든요. 문학 소년으로 시를 좋아했다는 식의 설정은 잭의 알콜 중독과 폭력성과 대비되어 극적인 효과를 높여주기는 하지만 솔직히 불필요했어요. 설득력도 없고요. 금주를 결심했다가 무너진 후 애니와 헤어지고, 런던으로 향할 것을 결심하는 과정도 진부했습니다. <<싱 스트리트>>도 아니고, 50 가까운 중년 남자가 왠 런던? 뭔가 아일랜드 드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앞서 말씀드렸던 토막글이 이어지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구성은 흥미롭지만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지나가다 만난 사람에게서 받은 정보로 경마에서 대박이 터진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죠. 이 대박으로 잭이 런던으로 떠날 결심을 하면서 사건을 대단원에 이르게 만드는 작위적인 연출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앤에게서 받은 돈으로 런던을 갔어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읽기 편한, 적절한 재미에 더한 구성과 전개는 일품이지만 추리적인 성격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감점합니다. 아일랜드 중년 남자의 인생역정 극복기(?)랄까요? 디테일한 묘사라던가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던 만큼, 영상화된 버젼을 한 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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