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문화사 - 이시게 나오미치 / 한복진 : 별점 2점 Book Review - Food or 구루메

일본의 식문화사 - 4점
이시게 나오미치 지음, 한복진 옮김/어문학사

선사 시대에서부터 근대까지 일본의 식문화를 정리한 서적. 정확하게는 후기 구석기 시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특정 요리나 특정 시기만을 다룬게 아니라, 통사적으로 전반적인 식문화사를 다루고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가지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꼽아보자면, 조몬 시대 초 2만 명 정도였던 일본 열도의 인구가 조문 시대 중기 26만여명 까지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도토리, 상수리 나무 열매 및 각종 견과류가 식량 자원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수리 나무 열매는 동일 면적 대비 생산량으로 따지면 생산량이 많은 벼의 1/8에 해당될 만큼 생산량이 많아서 유용했다는군요. 이는 발굴된 당시 인골이 충치가 많은 것으로도 증명됩니다.
쌀이 주식으로 도입된 이유는 벼가 몬순 아시아에 적합하고 수확량이 많을 뿐더러 토양 침식이나 연작 장애가 없다는 농학적 장점에 더해 칼로리원이며 단백질도 우수하다는 영양학적 장점이 컸던 탓입니다. 부식물 없이 인체 유지를 위한 단백질을 쌀만으로 섭취하려면 체중이 70kg인 사람의 경우 조리하지 않은 쌀을 하루에 약 0.8kg 먹어야 하는데 이는 위장에 부담을 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위장에 일단 채워두는게 가능했기에 유용했습니다. 이만큼을 밀가루로 섭취하려면 3kg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는 위장에 넣어두기 불가능한 양이라네요. 여튼, 이를 위해 농번기에 일본 농민은 하루에 1.5kg씩 쌀을 먹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고봉밥으로 밥을 엄청나게 많이 먹은 이유도 마찬가지겠죠.
그러나 식육의 공급은 여러모로 부족했고, 유제품 역시 거의 활용되지 않았는데 그나마 기록에 남은 유제품은 '소' 뿐입니다. 유즙을 1/10로 졸인 음식인데 우유를 은근히 가열하여, 표면에 떠오른 막을 걷어내기 반복하여 얻은 유피일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그리고 9세기 경에 현재에 계승된 전통적인 일본 요리의 기본적 조리법이 확립되었다고 합니다. 차이점이라면 기름을 이용하는 요리법이 거의 없다는 점인데 육식을 하지 않아 동물성 지방, 버터를 이용할 수 없었고 식용유를 짤 수 있는 깨 등의 작물은 매우 비쌌기 때문이죠. 이는 기름진 맛이 진하고 품위없다는 인식이 정착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회의 형식도 같은 시기 확립되었는데, 공적 질서를 중시하는 전반부 음주가 끝나고, 자리를 바꾸어 예를 찾지 않는 2차회가 이어지는 2부 구성입니다. 현대와 똑같은 이러한 형식이 헤이안 시대에 이미 확립된 것이라니 재미있네요.

그리고 다회, 가이세키 요리 등 지금도 친숙한 여러가지 용어가 등장합니다. 이 중에서 네덜란드나 포르투칼 요리에서 비롯된 '난반 요리' 설명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서양식 요리를 일본식으로 변경한 아이디어가 재미있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나가사키의 '히가도'는 참치, 무, 당근, 고구마를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간장으로 맛을 낸 조림 요리로 원래는 소고기를 기름에 볶은 조림 요리라고 합니다. 소고기 대신 붉은 빛의 참치로 변경하고, 기름을 많이 쓰지 않는 일본 요리처럼 소테 과정을 빼고 조림 요리로 변화시킨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거친 전통적 식문화의 완성, 그리고 근대에 외국 요리가 대거 도입되며 일어난 변화로 식문화사를 정리하는데 이 과정도 난반 요리와 유사한 점이 엿보입니다. 우스터 소스의 사용이 좋은 예입니다. 간장을 만능 조미료로 사용했던 전통적 식문화에 기반하여, 쌀밥에 어울리는 우스터 소스를 서양 간장으로 이해하여 이를 적극 활용하게 된 것이죠.

이러한 식문화 역사가 1부 분량이며 2부에서는 식문화, 즉 예법과 용품, 조리법, 조리 기술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법과 용품에 대한 내용은 딱히 흥미롭지 않았으며, 조리법 등을 소개하며 사시미, 스시, 스키야키, 두부, 라멘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다른 관련 서적에서 익히 보아왔던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아 실망스러웠습니다. 30여 페이지에 불과한 3부인 세계로 뻗어나가는 일본 식문화에 대한 소개는 정말 볼 내용이 없었고요.

아울러 기대에 미치지 못한 2부, 3부의 내용 외에도 책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도판이 부실한 점은 그렇다 쳐도 번역이 너무 엉망입니다. 보다 쉽게 쓸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어렵게 썼으며, 맞춤법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 오탈자도 많기 때문이에요. 번역을 전문 번역가가 아니라 요리 전문가가 했기 때문인데 요리 전문가가 각종 용어에 대해서는 훨씬 잘 알 수 있기야 하겠지만 "제 2의 창작" 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번역의 역할을 너무 간과한 듯 합니다. 어찌되었건 20,000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한 국가의 식문화를 통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인상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완성도에 걸맞는 가격은 아니라서 감점합니다. 같은 이유로 선뜻 권해드리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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