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의 수수께끼 - 어스킨 칠더스 / 사주영 : 별점 1.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모래톱의 수수께끼 2 - 4점
어스킨 칠더스 지음, 사주영 옮김/바른번역(왓북)

외무부 직원 커러더스는 옛 친구 데이비스의 초대로 늦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함부르크로 향한다. 그는 젠틀맨에게 어울리는 우아한 요트 여행을 기대했지만 데이비스 요트 덜시벨라호는 선원 한 명 없는 작디 작은 요트였다. 독일 인근 북해 연안을 무모하게 누비는 몇일간의 요트 여행 후, 무엇을 위해서인지 커러더스가 궁금해하자 데이비스가 놀라운 사실을 고백한다. 얼마전 만났던 대형 요트 선장 돌만이 자신을 죽이려 했고 그는 독일의 스파이라는 것. 이유는 데이비스가 북해 인근 모래톱을 항해했기 때문으로, 데이비스는 모래톱의 수로는 초계정과 얼마전 들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어서 군사적 가치가 높다고 주장한다.
데이비스의 주장에 공감한 커러더스는 수로들을 조사하고, 돌만의 음모를 박살내자는 데이비스의 부탁을 받아들여 함께 모험에 나서는데...


<<블러디 머더>>에서 스파이 소설의 원점이자 정점이라고 소개했던 작품. 이렇게까지 소개하면 읽어 보지 않을 방법이 없죠. 셜록 홈즈를 읽어보지 않고 추리 소설을 논한다는게 말도 안되는 것과 같으니까요.

하지만 읽어보니 스파이 소설로는 합격점을 주기 힘듭니다. 우선 돌만이 '스파이' 이며 그의 음모는 이러저러하다! 는 두 청년의 확신은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커러더스가 돌만과 폰 브뤼닝, 헤르 뵈메와 그림이 참석했던 회의를 몰래 염탐했을 때의 느낌처럼 그들은 정말 멤메르트 섬에서 오래전 난파선을 인양하려는 목적으로 뭉친 사람들일 수도 있어요. 진상은 결국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으니까요. 돌만이 과거 영국 해군 소속이었다는걸 숨겼다는게 과연 그리 대단한 비밀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또 둘이 밝혀낸 (것 처럼 보이는) 독일의 음모, 즉 독일이 자국 앞바다 수로를 영국과 최단거리로 이어지는 항로로 개척하여 병력을 태운 바지선을 영국 해안에 상륙시키려 한다는게 사실이라고 칩시다. 그러나 자국 앞바다에서 항로를 개척하는건 당연한 군사 훈련이자 작전입니다. 오히려 두 청년이 하는 짓이야말로 염탐이자 스파이 행위에요! 이러한 스파이 행위를 배신자 돌만을 처단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포장하는 행위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돌만이 배신자이건 아니건간에 둘의 스파이 행위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요?
게다가 이 음모 역시 둘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일 뿐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기는 하지만 둘의 모험담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아주 날씨가 좋고 물 때가 맞아야만 겨우 지나갈 수 있고, 주위에서 보는 사람도 많은데 무슨 효용이 있을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멤메르트 섬에서 인양 회사를 가장하여 잠수함 기지를 만들고 있다는 처음의 가설 쪽이 더 설득력이 높아 보이네요.

이렇게 스파이 소설로는 여러모로 함량미달이라면 다른 재미라도 주었어야 하는데 건질게 없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요트에 의지해서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라면 최소한 해양 모험 소설로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거든요. 두 청년의 모험이 너무나 보잘 것 없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위험이라곤 데이비스가 좌초할 뻔 했던 무모한 항해 뿐이며, 이는 돌만의 입을 통해 안전할 줄 알았다는 식으로 부정됩니다. 그 외에는 안개 속에서 적의 본거지로 노를 저어 간다던가, 몰래 창 뒤에서 대화를 엿듣는게 전부에요. 스파이 소설에서 기대해 봄직한 서스펜스와 스릴은 커녕 모험 소설로 최소한의 액션도 등장하지 않아서 무척이나 지루합니다.

애송이에 불과한 두 청년이 활약을 해 봤자 이 정도에 불과할 거라는건 동의합니다. 현실적이기야 하겠죠. 그러나 <<킹스맨>> 등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따분했습니다. 읽다가 졸 정도로 말이죠. 따분한데에는 번역 문제도 조금은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항해와 배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도 지루함을 가중시킵니다. 디테일을 살리며 설득력을 높여주는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재미와는 영 거리가 멀더군요.

이렇게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후 발표된 다양한 스파이, 모험 소설의 원조라는 점에서는 높은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읽어 볼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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