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의 미술사 1 : 액자 - 이지은 : 별점 3.5점 Book Review - 역사

사물들의 미술사 1 : 액자 - 8점
이지은 지음/모요사

<<부르조아의 유쾌한 사생활>> 등의 빼어난 미술사, 미시사 저작물로 친숙한 이지은의 신작. 제목 그대로 그림 보호, 장식용 테두리가 아닌 '액자' 그 자체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은 모두 여섯 개의 주제로 구분됩니다. 이 중 앞의 세가지 - 겐트 제단화,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 브와트 아 포트레 - 는 특정 작품을 주제로 풀어내는 이야기이며 뒤의 세 가지 - 19세기 액자, 반 고흐의 액자, 드가와 카몽도 - 이야기는 각 시대별 액자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에 맞추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중 앞의 세 가지 이야기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정말로 '액자' 에 대한 고찰이라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루벤스가 루이 13세의 어머니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를 그린 작품은 발표 당시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마르 드 메디시스가 사는 뤽상부르 궁전의 특별한 갤러리에 전시되던 작품들이었다는 내용은 조금 기억에 남기는 합니다. 지금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는 이 작품들은 원래 의도대로 온전히 감상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앞으로 VR을 활용하여 원래 의도대로의 감상이 가능하도록 구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구현되면 구태여 책으로 읽을 내용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다 심도깊은 연구와 미술사학적 의미가 뒷받침되고 있는 뒷 부분 두 편의 이야기가 더 좋았습니다. 첫 번째는 <<그 액자는 그림과 동시에 태어나지 않았다>>입니다. 19세기 박물관, 미술관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비로서 액자의 수요가 폭발하여 전형적인 액자가 생겨났다는 내용이지요. 우리가 보는 명화들의 액자는 모두 후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심지어 '모나리자'의 액자도 '모나리자' 제작 당시 통용되던 액자이기는 하나 다 빈치의 아틀리에를 떠났을 때 '모나리자'와 함께 했던 액자가 아닙니다. 미술사학적으로도 자료가 거의 없어서 연구가 어렵다고 하니 이런게 조연의 설움이겠지요.

그 다음 <<반 고흐의 상상의 액자>>는 반 고흐 생전 편지 기록을 토대로 반 고흐가 자신의 작품에 모두 특정한 액자를 고려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내용도 아주 흥미롭지만 반 고흐가 언급한대로 해당 작품을 가상의 액자 속에 넣어 보여주는 도판도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또 이를 통해 반 고흐가 얼마나 색채에 깊이 탐닉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액자와 그림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보색의 개념이 반 고흐가 작품에서 추구했던 색채의 효과들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왜 반 고흐가 '색채의 화가'라고 불리우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고흐의 작품 뿐 아니라 고흐가 이렇게 액자와의 관계를 연구하게 된 계기인 인상파 화가들의 액자들도 함께 소개되어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은 19세기의 전형이었던 장대한 액자가 아니라 흰색의, 그림과 비슷한 높낮이의 평평한 액자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기존 액자는 그림이 가상임을 알려주도록 도와주었다면, 인상파의 액자는 그림을 현실과 융화시키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또 <<침실>> 등 다량의 제라늄 빨간색을 사용한 고흐의 작품들은 모두 빨간색이 다 날아가서 당대의 색채를 구현하지 못한다는데 이 부분에서도 앞서 말씀드린 현대 기술을 좀 빌려보는게 어떨까 싶었어요.

그러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모더니즘을 향한 한 걸음, 드가>>는 재미있기는 한데 주제와는 조금 동떨어진 내용이었습니다. 직접 액자를 디자인하며 액자에 집착했던 드가의 노력이 소개되기는 하는데, 핵심은 드가 작품을 주로 수집했던 거부 카몽도 백작 가문이 유대인이었기에 당했던 비극과 아이러니거든요. 드가가 심각한 성차별주의자에 유대인을 미워했던,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인물이라는걸 알게된 건 수확이지만 좋은 책의 마무리를 담당하기에 적합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카몽도 백작이 온갖 차별과 서러움을 이겨내고 정신 승리를 위해 루브르에 자신의 컬렉션을 기부한 것도 별로 와 닿지 않았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3.5점. 네 번째, 다섯 번째 이야기는 5점을 주어도 충분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은 그 만큼은 아니라 조금씩 감점합니다. 그래도 작가 특유의 깊이있는, 발로 뛴 연구와 노력이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액자'에 대해 무언가 고민이라도 해 보았던 컨텐츠는 그동안 <<갤러리 페이크>>의 한 에피소드 밖에는 접해보지 못했는데 특정 작품이나마 이렇게 분석하고 고민한 결과를 접하니 너무나도 반갑네요. 액자 외 다른 인류 문명, 문화사의 조연들도 하루 빨리 조명받아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받게 되기를, 그리고 이지은 작가의 다음 작품도 지적 흥분과 재미 모두를 가져다 주는 책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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