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A 사이즈 살인사건 (2) - 아토다 다카시 창작 or 번역


[번역] A 사이즈 살인사건 (1) - 아토다 다카시

"매니저 다무라라는 남자는 어떤가? 그...... 알리바이는......?"
사무라가 고심한 끝에 바둑판 위에 돌을 내려놓자, 스님은 응수를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사건 당일 오후에는 아타미에 가 있습니다. 다음 공연을 위한 미팅이 있어서요. 도쿄를 오전 11시에 출발해서, 미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치가사키에 있는 누님 집에 들러 여러 명의 지인을 만난 게 확인되었습니다. 의심할 여지는 전혀 없어요."
"드러머는?"
사무라가 편의상 종이에 적어놓은 11명의 악단원 이름을 건네주었지만, 스님은 그쪽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우치노는 집이 코가네이인데요. 오후에는 동네 아이들과 캐치볼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조사해봤겠지?"
사무라가 이번에 놓은 수로 열 집 가까이 확보했지만, 스님의 쪽 세력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었다. 그러나 사무라는 첫판에서 이겼기 때문에 이번 판은 마음이 편했다. 그것보다도 사건에 대해 스님으로부터 뭐든 좋은 의견을 듣는 게 더 중요했다.
"틀림없어요."
"다른 멤버들은......?"
"반년 정도 전까지 에토 준코와 관계가 있었던 오오이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는 문제의 오후엔 추가 시험을 2개나 봤기 때문에 아무리 의심해도 범행은 절대 무리에요."
"과연"
"그리고 기타의 오오스기. 이자가 제일 수상하다면 수상합니다, 알리바이 측면에서는 말이죠. 느긋하게 12시 넘어서 하숙집에서 일어나서 밤까지 영화를 보거나 빠칭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인간은 누구라도, 그렇게 알리바이를 의식해 행동할 수는 없으니까. 진범 이외의 인간은 특히 더 그럴 테고......"
"예, 그건 뭐......"
"나도 독경 때문에 보살님들 댁을 돌 때면 몰라도, 그냥 훌쩍 밖에 나왔을 때 말이야,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고."
"맞습니다. 그래서 오오스기 카즈야가 단지 알리바이가 없다는 것만으로는 저희도 어쩔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살해된 에토 준코와는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요."
"두 아가씨 멤버는?"
"치노라는 아가씨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데 1일은 마침 그 수업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와카이는 집이 오오미야인데, 마작 견학차 마작 그룹 방문을 위해 오후 1시 쯤 집에서 나왔습니다. 야시로의 집에 도착한 게 세 시를 조금 넘었을 때이니, 가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알리바이는 확실합니다."
"오오스기를 제외하면 모두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는 말이로군."
스님의 흑돌은 오른쪽 구석의 세력을 살려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판세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묘수라도 찾지 못하면 이 세력을 가로막기는 어렵다. 사무라는 체념하듯 아무렇게나 돌을 내려놓았다.
"그래요. 그래서 수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죠. 에토 준코의 옛 친구라던가, 호텔 종업원 등을 차례대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쪽에서도 그럴듯한 범인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이구먼."
"네에, 뭐......"
그때 승리를 의식한 스님이 약간의 실수를 범했다. 스님이 내려놓은 수로. 오른쪽 구석에 뜻밖의 패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이런! 이건 안 돼!"
스님은 큰 소리를 지르며 바둑판 위에 몸을 던졌다.
"2연승인가요."
"아니지, 아니야, 그렇게는 안 돼."
그리고 한동안, 바둑판 위에서 사투가 계속되어, 사건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렸다. 사무라는 조금 전 스님의 실수로 얼마간 이득을 보았지만, 그래도 그 이전에 스님이 얻은 세력이 너무 큰 탓에 결국 승부를 뒤집지는 못한 채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일승일패입니다."
"어때, 한 판 더."
"가시죠."
물론 사무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바둑 자체도 즐겁기는 했지만, 아직 스님에게서 아무런 추리를 들은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소득 없이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세번째 판은 서로 과묵하게 승부를 진행했다. 그러나 스님이 바둑 이외의 일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모습으로 잘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바둑이 소홀해지는 건 아니었다. 그게 바로 스님의 이중구조식 두뇌의 신기한 점이었다. 추리는 추리, 바둑은 바둑이라기보다 오히려 추리가 잘 진행될 때가 바둑 쪽의 수도 느긋하면서도 뛰어났다.
스님과 사무라의 대전 성적은 지금까지, 아주 약간 사무라가 좋은 편이었다. 표를 만들어 정확하게 기록한 건 아니지만, 사무라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스님 쪽도 어렴풋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님은 항상 말했다.
"자네는 언제나 기묘한 사건 이야기를 꺼내서 내 머리를 교란하니까 말이지. 그것만 아니라면 내가 자네보다 훨씬 셀 거야. 그렇지?"
이 말에 사무라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스님의 바둑은 어려운 문제를 추리하고, 추리가 핵심에 가까워질 때가 더 날카롭기 때문이었다. 이론보다 증거이니 가까운 시일 내에 아무 사건도 가져오지 말고, 그냥 훌쩍 놀러 와 볼까? 그렇다면 스님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수를 놓을텐데. 하지만......흉악범 담당 형사에게 그럴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 오늘도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한가롭게 잡담을 나누며, 술을 마시며 바둑을 둘 수 있는 것이다.

"3월 1일 7시 30분에 그 어쩌고저쩌고 하는 악단 사람들이 모였다고 했지?"
대국은 중반, 한창 패싸움이 벌어지는 지점에 접어들었다. 스님의 수가 의표를 찔러왔다. 사무라는 허둥지둥하면서도 속으로 싱글벙글했다. 스님의 바둑이 쾌조라는 건, 스님의 두뇌가 순조롭게 회전하여 명추리가 진행되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뜻이니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이 판단에는 단연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맞아요"
"모인 순서는?"
"순서요? 잠깐만요. 공책에 적혀 있습니다."
사무라는 일어서서, 아까 수행승이 옷걸이에 걸어 준 양복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게 매니저 다무라, 이게 6시 50분입니다. 다음이 치노 카즈요. 그리고 오오이다, 다음에 마작 그룹 멤버 5명과 와카이 요코가 야시로가 운전하는 승합차로 도착. 그 뒤로 오오스기, 우치노 순서인데 모두 일곱 시 반까지 왔다고 합니다. 죽은 에토 준코를 제외하고 말이지요."
"연주자가 한 명 없는데, 곤란하지 않았나?"
"곤란하죠. 매니저는 상당히 초조하게 기다린 것 같더라고요. 결국 공연 시간이 임박하자 어쩔 수 없이 클라리넷을 하나 뺀 채로 공연했다고 합니다."
"그런 게 쉽게 가능한가?"
"저도 좀 의아해서 물어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멤버들이 아픈 적도 있고 해서, 여러모로 편성 교체는 익숙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연주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단, 콘트라베이스 같은 특별한 악기는 그렇게 하는게 어려워서 결원이 생겼을 때 부랴부랴 보충했다고 하네요."
"그렇군."
스님은 다시 잠자코 바둑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럴 때는 섣불리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돌은 살아있나?"
스님이 고개를 흔들고, 사무라의 세력 한복판에 돌을 놓았다.
"엣......?"
사무라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 수가 있었나요?"
묘수였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대마가 빠져나가기 힘든, 멋진 수였다.
"살기 어렵겠는데요. 괴롭군요."
"그런 듯하네."
스님이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런 묘수가 나오다니......? 사무라는 그 뒤에도 돌을 계속 내려놓기는 했지만, 패배를 예감했다. 스님의 수는 묘수 이후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끝났습니다."
"계가해 볼까."
계가해 보니, 사무라가 덤을 빼고도 일곱 집 부족했다. 완패였다.
"창피한 바둑을 두었네요."
"희한하게도 2승 1패구먼."
스님은 유쾌한 듯 웃었으나, 이내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자네도 마작을 하나?"
"아니요, 저는 안 합니다."
"호오, 그렇군. 그런데 마작도 바둑처럼 더 센 사람이 이기지 않나? 오늘의 나처럼."
자신이 2승 1패로 이겼다고 멋대로 말하고 있다.
"후후, 마작은 아무래도 운이 따라야 하니 약한 사람이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 아니, 자네처럼 마작을 하지 않는 사람의 의견은 필요 없다고. 학생들은 밤을 새워가며 마작을 했다며? 그렇게 오래 하면, 반드시 강한 사람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해. 그랬는지 어땠는지 한 번 물어봐 달라고. 마작 그룹의 누군가에게."
"예...?"
"그리고, 야시로라고 했지? 그 친구 외삼촌 집 뜰에 어떤 나무가 심겨 있는지도. 정원에 심은 나무라면 진달래, 등대꽃, 칠엽수.... 동백나무도 있을지 몰라. 그리고 현관까지의 길은 콘크리트인지, 돌을 깔았는지도 알아봐 주지 않겠나?"
스님의 추리는 언제나 마지막에 진짜 질문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죽은 에토 준코 씨, 브래지어 사이즈는 어떻게 될까? 분명 A 사이즈는 작았을 테고, C 사이즈는 컸을 텐데..."
정말이지 이 스님은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브래지어 사이즈가 살인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것뿐인가요?"
"그리고 악단의 여성 멤버 중 누가 가장 매력적이었는지도."
"네"
"그럼 오늘은 그 정도면 된 것 같네."
"네에..."
"내일 오후에 나는 계속 집에 있을 거라네. 오늘 부탁한걸 전부 조사하고 나면, 우리 집에 바둑두러 오라고. 아마 내일은 세 판이나 둘 필요는 없을걸세. 자네도 여러모로 바쁘기도 할 테고..."
스님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두세 번 고개를 끄덕였다. 추리는 거의 80% 정도 진행된 게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질문해봤자 대답해 줄 스님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완벽주의자, 나쁘게 말하면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고.... 아니, 스님이라고 해도 아직 추리가 제대로 되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몇 가지 의문이 남아 있고, 그것이 스님 생각대로라면 추리를 확신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의문은... 아무래도 브래지어의 사이즈와 정원의 정원수, 그리고 누가 제일 매력적인 여성 멤버인지와 같이 두서없는 질문의 답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늦게까지 실례했습니다."
"그럼 내일 보자고. 잘 가게."
사무라가 스님과 수행승의 배웅을 받으며 묘법사를 나선 건 거의 자정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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