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전파담 - 로버트 파우저 / 혜화 1117 : 별점 2.5점 Book Review - 역사

외국어 전파담 - 6점
로버트 파우저 지음/혜화1117

외국어 전파 과정을 통해 시대별로 당대 패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알려주는 사회사, 미시사, 문화사 서적. 저자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모어 외 외국어를 개인이 배우는 이유는 '권력과 자본' 때문이라는 거지요. 이를 역사적인 흐름을 통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지도층은 모두 모어 외 외국어로 라틴어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교회만큼 귀족과 상인 세력이 성장하고, 제국이 붕괴되고 도시 국가가 융성하면서 고대 그리스어가 유행하게 됩니다.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고대 그리스어 문헌을 라틴어로 번역하는걸 지원하고,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문헌을 모은 도서관을 설립하는 등 카톨릭 교회 견제를 위해 고대 그리스 문화를 재발견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지요. 종교 개혁 과정에서 금속 활자로 독일어 성경이 출간되며 라틴어 영향력은 더 줄어들었고, 대항해 시대와 제국 주의 시대에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 최고의 강대국이 됨으로써, 영어와 프랑스어가 외국어에서도 패권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의 영향하에 프랑스어도 밀려나게 되었고요. 영어의 세계화는 외교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로 통일된 것으로 대표됩니다.
한국과 일본은 당대 동아한시아 최강국 중국 영향권하에서, 모어와는 다른 한자어를 지배계층이 열심히 배웠다는 측면에서는 이와 다르지 않겠지요.

이러한 유럽 중심의 흐름과 함께, 제국주의와 식민지 하에서 유럽 국가의 언어가 제 3세계로 어떻게 뻗어나갔는지에 대한 설명도 상세합니다. 그러나 권력과 자본에 의한 외국어 학습이라는 맥락은 동일합니다. 시작만 조금 달라요. 침략과 선교를 위해서, 일단 유럽인들이 현지 언어를 배웠다니까요. 얼마전 읽었던 <<빨간 리본>>에서도 중국으로 향하던 선교사들이 중국인 '싼'으로부터 중국어를 배우는 장면이 등장했었죠. 그러나 일단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현지인들이 권력, 자본을 손에 쥐고자 침략자들의 언어를 배우게 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 뒤에는 침략자들도 식민지의 피지배층이 독립을 꿈꾸는 민족의식을 생성하지 못하게끔, 해당 식민지의 모어를 의도적으로 말살시키려 하는 과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공식 언어로 침략자들 언어를 쓰는 간단한 정책에서부터, 아예 민족 고유의 이름까지 바꿔버렸던 일본 제국 주의처럼 강력한 정책 등이 모두 이에 해당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렇게 식민지를 '내국인화' 하려는 강력한 정책은 식민지와 지배국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면서 그 예로 아일랜드와 조선을 들고 있고요. 꽤 그럴듯한 발상이에요. 민족 고유 언어를 중요시하는, 민족주의가 극대화된 파시즘적인 발상과 이 때문에 세계 공용어를 꿈꿨던 에스페란토어 관계자들이 히틀러에게 학살당했다는 이야기도 비슷한 관점으로, 눈여겨 볼 만 했습니다.
꼭 필요한건 아니겠지만 화려한 도판도 여러모로 흥미를 자아냈고요.

그러나 이렇게 세계사 흐름과 동기화되는 언어 전파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왔지만 책의 또다른 축인 '어떻게' 배우는지, 즉 '외국어 학습법'에 대한 내용은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문법을 참고하는 학습법은 1471년 시작되었으며, 17세기에 예문으로 단어를 설명했고, 19세기 말, 벌리츠가 말하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학습법을 크게 유행시켰고 이후 습득 이론, 청각 구두 교수법, 의사 소통 중심 교수법 등으로 진화했다는 내용 등인데, 우선 각 학습법의 차이가 명쾌하게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더라고요. 글보다 말이 중요하고, 독해보다 회화가 중요하다는 개념 정도만 이해될 뿐이었어요.
또 외국어 학습법과 외국어 전파 과정이 잘 연결된다는 느낌도 받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전파와 학습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처럼 세계사 흐름과 병행해서 설명할 필요는 없었어요. 세계사 흐름과 일치하여 머리에 쏙속 들어오는 외국어 전파 과정이 흐려질 뿐이였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외국어가 전파되는 부분, 그리고 학습 방법의 진화 부분은 분리해서 따로 소개하던가, 외국어 전파 과정만 더 상세하게 서술하는게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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