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미발표 원고 (2) : 사람을 먹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창작 or 번역

제가 썼던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미발표 원고 중 한 편입니다.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미발표 원고 (1) : 에로 대 그로, 복숭아와 고래고기 통조림에 이어 소개해 드립니다.



추리 소설을 비롯한 장르 문학에는 식인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방식은 크게 아래와 같은 네 가지 경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장 흔한, 사람을 “먹이"나 “식량" 으로 쓰는 경우입니다.
약간 더 세부적으로 분류한다면, 우선 사람이 보통의 "먹이"인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좀비물같이 사람을 잡아먹는 크리처가 등장하는 작품들 전부가 해당되겠지요. 클라이브 바커의 <<한밤의 식육 열차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은 조금 다릅니다. 작품 속 빌런인 푸주한 마호가니가 깊은 밤 지하철을 탄 승객들로 인육을 만드는 이유는 직접 먹기 위함이 아니거든요. 미지의 절대자에게 대접하기 위해서입니다.
먹이에서 발전해서 ‘미식’ 쪽으로 특화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전에 소개드렸었던 스탠리 엘린<<특별요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계보를 잇는 타쿠미 츠카사의 <<금단의 팬더>>는 한술 더 떠서 아예 인육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먹이나 식량으로 사람을 먹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육을 먹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재료의 정체를 숨기고 먹느냐, 대놓고 먹느냐로 나눌 수 있고요.
숨기고 먹는 작품의 대표는 고전 SF <<소일렌트 그린>>입니다. “소일렌트 그린"은 인구 폭발, 환경 오염으로 식량이 사라져가는 미래 세계에 등장한 먹거리로 플랑크톤으로 만들었다고 소개되지요. 하지만 그 정체는! 영화사에 길이 남은 명대사 "Soylent Green is people!"로 밝혀집니다.



살기 위해 대놓고 사람을 먹는 작품 중에서는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서바이버 타입>>을 끝판왕으로 꼽겠습니다. 무인도에 표류한 생존자가 살아남기 위해 자기 자신을 조금씩 먹어버린다는 엽기적인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범죄 목적으로 식인을 행하는 경우입니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건, 증거 인멸을 위한 식인일테고요. 로드 던세이니<<두 개의 양념병>>은 한 남자가 거처를 떠나지 않고 함께 살던 동거녀를 증발시킨 사건을 다룹니다. 남자가 필요했던 건 장작 패기라는 적절한 운동, 그리고 입맛을 돋우기 위한 ‘두 개의 양념병' 뿐이었다는 내용이지요. 히라야마 유메야키의 호러 <<오메가의 성찬>> 는 여기서 한 술 더 뜹니다. 아예 전문적으로 시체를 '먹어서' 폐기하는 괴인이 등장하니까요.
또 다른 범죄 목적으로는 복수를 위한 식인을 들 수 있습니다. "원수의 간을 씹어 먹는다"는 옛 말처럼요. 노리즈키 린타로<<카니발리즘 소론>>에서의 식인이 이런 목적인데, 조금 독특한 시각이 눈에 뜨입니다. 범인이 동거녀를 죽이고 먹은 이유는, 그녀를 '변'으로 내보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라니까요.

세번째로는 의학적 목적의 식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관련되어 구전되어 왔던 다양한 속설들이 있고, 일제강점기 때 일어났던 '경성 죽첨정 단두여아 사건'이라는 실례도 있습니다. 간질병 특효약이 아이 뇌수라는 속설을 믿었던 범인이 아들 치료를 위해 어린 아이 사체 목을 잘라다 뇌수를 긁어내고 버렸던 사건이었지요. 이와 비슷하게 문둥이가 아이 간을 먹으면 낫는다는 속설을 현대로 가져와 비극으로 그려낸게 이우혁의 단편 <<손가락>>입니다.
낙태한 태아의 사체를 섭취하여 극한에 이른 스트레스를 달랜다는 마리 유키코의 <<여자친구>>도 큰 범주로는 의학적 목적에 해당된다 생각되네요.

마지막인 네번째로는, 식인을 큰 의미없이 단순 캐릭터 형성을 위한 소재로 사용한 경우입니다. '광기'를 드러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겠죠. 토머스 해리스가 창조해 낸 한니발 렉터 박사가 좋은 예입니다. 한니발의 식인 행위는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정말 효과적으로 한니발이 초월적이며 비상식적인 존재라는걸 부각시키고, 광기를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아직도 “내 오랜 친구를 먹으러 가야 하거든” 이라는 한니발의 대사만큼이나 유머러스하면서도 잔혹한 절대자를 잘 드러내는 글을 본 기억이 없네요.

이렇게 많은 작품들 속에서 여러가지 식인 행위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충격, 혐오감, 공포감 등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만큼 효과적인 소재가 드문 탓이겠지요. 그만큼 많이 사용되어 이제 더 새로운 설정이나 이야기가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와카타케 나나미<<광취>>처럼 제 분류로는 정의하기 어려운 아이디어가 도입된 작품도 발표되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저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해보고 싶은 주제인데, 러시아의 인육을 먹었다는 살인마 부부 사건 같은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자신이 없어지네요. 과연 실화를 뛰어넘는 창작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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