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 뽑은 재담 - 김준형 : 별점 2.5점 Book Review - 기타

가려 뽑은 재담 - 6점
김준형 지음/현암사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직후까지 시기에서 발표되었던 문헌에서 발췌한 재담들을 모아 수록한 책.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런 류의 재담들이 꽤 인기있었습니다. 악동 <<오성과 한음>> 이야기도 이와 다를게 없지요. 하지만 요새는 이런 책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통 고전도 아니고, 단순 재미만을 위한 책이라 아이들 읽히기는 애매한데 어른들이 읽기에는 심심한 탓일 겁니다. 그래도 저는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오르고, 나름 유쾌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급스러운 읽을거리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끔 이런 글들도 좋지 않나 싶네요.

무엇보다도 마지막 단원이 아주 괜찮았어요. 구한말, 일제 강점기로 변화하던 시기, 일반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많이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칼라가 무엇이냐. 육칠십년만 해도 서양 사람을 만나면 양이한다고 하며, 개장국에 넣을 개 잡듯 하다가 지금은 그러던 사람들의 자손이 유학이니 외국 유람이니 하며 외국에 갔다가 돌아오면 바로 '양첨지'가 되어 '조선은 아주 말할 것도 없다'고 한다" 며 영국 유학을 갔다와서 거들먹거리는 건방진 하이칼라가 등장하는 재담처럼요. 이런 부분은 자료적 가치도 높아 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글들도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제 기대와는 좀 다르기는 했습니다. 저는 좀 더 오래된 고전에서 재담을 뽑았을거라 기대했거든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이라는 시리즈 중 한 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출처가 근대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는건 아쉽더군요. 비슷한 이야기도 많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여, 기억에 남는 재담 몇가지를 아래에 소개해 드립니다. 읽어보시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감이 오시리라 생각됩니다.

집을 마시다.
술을 몹시 좋아하는 한 사람이 마침내 집을 전당 잡히고 술을 마셨다.
그러고 나서 집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이겼다!"
곁에 있던 친구가 물었다.
"네가 무엇을 이겼는데?"
"어제는 내가 집 속으로 들어갔지만, 오늘은 집이 내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절도백화 60화]

뜨거운 물은 상관이 없다
엄동설한에 어떤 상인이 문 앞에 쌓인 눈을 쓸고 난 뒤에 물을 뿌렸다.
그것을 본 순사가 말했다.
“여보! 물을 뿌리면 빙판이 되지 않겠소?"
“이것은 뜨거운 물이니 상관없습니다.”
[익살주머니 94화]

열은 사라졌다.
열병이 몹시 심한 환자가 있었다. 의원이 와서 치료를 하는데, 약을 잘못 쓰는 바람에 환자가 그만 죽고 말았다.
곁에 있던 사람이 원망하며 말했다.
"네가 어쩌자고 사람을 죽였단 말이냐?"
그러자 의원은 시신을 만지며 말했다.
“비록 죽기는 했지만, 열은 사라지지 않았느냐?"
[소천소지 104화]

무서운 말
어떤 청년이 한 여인을 몹시 좋아하여, 그 여인의 아버지를 찾아가 결혼을 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정애씨를 아내로 맞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 버리겠습니다.”
“흥, 그런가? 자네가 내 딸과 사귀겠다는 것도 팔자니 어찌하겠나?그래서 나는 결심했네.”
"예? 그럼 저희들의 결혼을 승낙해 주시는 것입니까?"
“비용은 전부 내가 부담할 것이니 염려 말게!”
“혼인 비용까지요?"
“아니, 자네의 장례 비용 말이야!"
[걸작소화집 175화]

나와 친구가 되자
어떤 사람이 처음 본 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친구에게 돈을 꿔 준 일은 있어도 돈을 꿔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그러자 곁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아, 그럼 나하고 친구가 됩시다.”
[깔깔웃음주머니 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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