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 벤 메즈리치 / 황해선 : 별점 3점 Book Review - 기타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 6점
벤 메즈리치 지음, 황해선 옮김/자음과모음

3학년이 된 MIT 전기공학도 케빈은 같은 학교를 중퇴한 피셔와 마르티네즈에 이끌려 ‘동부의 라스베가스’ 애틀랜틱시티로 첫 원정 도박에 따라 나선다. 짧은 시간에 800달러를 딴 것은 우연한 불행의 단초가 아니라, 그를 도박판에 끌어들이려는 치명적 유혹이었다. 

블랙잭 비밀 조직은 뛰어난 두뇌를 지닌 데다 ‘중국계’라는 자격 요건을 갖춘 그를 발탁한다. '동양계 큰 손'이 도박장에서 오히려 어색하지 않다는, 인종적 선입견마저도 철저히 계산에 넣은 것. 조직은 블랙잭의 모든 것을 학구적으로 파헤쳤고, 조직원들은 리더인 MIT 퇴직 교수 로사를 사교(邪敎)집단 교주처럼 숭배했다. 케빈은 카지노를 유린하는 체계적 분업인 '스포터(spotter)', '고릴라', '빅 플레이어' 같은 도박사 수련 단계를 밟아 최고 지위에 오른다.
평일엔 캠퍼스 모범생, 주말엔 욕망의 천국 라스베가스의 승부사로 위태로운 두 겹의 생활은 짧은 기간 전업(專業) 갬블러 생활을 했지만, 졸업 후 시카고 투자은행에 들어간 뒤에도 계속 되었다. 변장하고 가명을 쓰거나 어리숙한 척 연기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한판 수입 40만달러, 수익률 80% 

이후 조직은 '공룡'으로 커가면서 내홍을 겪고, 케빈을 끌어들였던 피셔가 앞장서 은사인 로사 교수로부터 '젊은 세대의 독립'을 선언한다. "도박사가 해야 할 가장 중대한 결정은 떠나야 할 때를 결정하는 것일세…" 자신이 최저점에 위치해 있다는 승부처에서의 자기 합리화가 중대 결심을 미루게 한다는, 피셔의 고별사가 복선(伏線)으로 깔린다. 

승승장구하던 새 팀에게 그림자 같은 미행이 뒤따른다.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것을 도박사로서의 덕목으로 강요하는 라스베가스의 불문율 탓에, 팀은 시카고나 슈리브포트(루이지애나)로 활동 공간(카지노)을 넓히고 철저한 준비로 라스베이거스를 역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옹성' 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은 라스베이거스가 고용한 사립 탐정들의 추격과 보복, 그리고 단 25,000달러에 조직의 비밀을 판 배신자 때문에 피 끓는 20대의 5년을 불살랐던 라스베이거스. 1년에 20번 왕복하며 매주말 40시간, 시간당 60판, 모두 4만8000번의 피 말리는 승부를 치렀던 케빈의 삶은 라스베가스를 떠나 벤처기업에 취직함으로써 현실로 돌아온다.


블랙잭(숫자 합계가 17~21 사이에서 높은 패를 쥔 쪽이 승리하는 딜러와의 1대1게임)의 허점을 공략하는 묘수인 '카드 카운팅(card counting)'으로 1990년대 중 후반에 실제로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서 수백만 달러를 땄다는 MIT 출신 천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비교적 자세하게 쓰여진 카드 카운팅 방법이 가장 인상적으로 실제로 도전의식(?)을 불태우더군요. 낮은 점수의 카드를 +1, 높은 점수의 카드를 -1로 하여 그 숫자를 순간적으로 더해서 지수가 높아질 때 판에 뛰어들어 딜러와 승부한다는 것이 기본 개념입니다. 그 때가 높은 점수 카드가 많이 남았을 때라는 거죠. 그 외에도 순간적으로 여러명의 카드를 분석하여 계산한다던가, 카드 셔플 시 특정 카드의 위치와 순서를 추적한다던가, 팀을 여러 명으로 나누어 운영함으로써 카드 카운팅의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 등의 여러가지 노하우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학적인 게임이라는 블랙잭, 펼쳐진 카드로 다음에 나올 카드를 예상할 수 있다는 확률의 법칙이 수학 천재들에 의해 분석되었기에 거의 완벽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카지노 측이 더 현명하여 자동으로 카드를 섞는 기계나 여러 감시 장치의 도입으로 이러한 방법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카드 카운터를 세심하게 적발하는 등 몰락의 과정도 충실히 묘사됩니다. 실제로 불법도 아니고 단지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을 뿐인 천재들에게 카지노가 가한 응징은 좀 무자비하더군요. 물론 그들의 파워..를 막기에는 멤버들의 힘이 너무나 미약했던 탓이 크겠지만요.

이런 류의 책 치고는 나름대로 교훈적이기도 한데, 보안회사에 인터뷰 차 찾아간 케빈이 카드 카운팅의 우월성을 입증하며 카지노를 나서는 마지막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도박은 하지 않고 그동안 잃어 왔던 것을 되찾기 위해 애쓰지만 한편으로는 카드 카운터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인데 과연 케빈은 도박의 유혹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찾은 것일까요?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여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도 높이 평가할만 하고 꽤 재미있게 읽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수학과 도박, 확률 이론에 관심있으신 분들께서는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덧 : 하나 못 마땅한 것은 카지노에서 큰 금액을 베팅하는 인물은 “동양인” 이라고 하는 설정이더군요. 한국계 가명도 당연히 등장하고요. 졸부 아들들이 얼마나 돈을 흥청망청 써대길래…


덧글

  • 제닉스 2004/04/09 12:05 #

    이 얘기 예전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나온적이 있었는데..
    재밌겠군요 :)
  • hansang 2004/04/09 16:39 #

    제닉스 : 워낙 이론이 간단해서 "타짜"같은 흥분은 좀 덜하지만 꽤 재미있었습니다.
  • rumic71 2004/04/10 02:59 #

    한국사람들 하고 다니는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죠. 상황은 다르지만 필리핀 같은 데에서는 한국인임이 알려지면 안전을 위협받는 일조차 있다더군요. 어찌 되었건 개인적으로 블랙잭을 포커보다 훨씬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카지노에 들락거린 일은 없습니다. 그럴 돈도 없구요)
  • hansang 2004/04/10 11:17 #

    rumic71 : 흠.. 그렇군요. 저는 포커를 더 좋아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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