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쯔쇼오
주인공 무라노 미오는 어느날 낯선 남자들의 습격과 같은 방문을 받는다. 그들은 4,500만엔이라는 조직의 거금을 가지고 사라진 미오의 친구 우사가와 요오꼬의 행방을 쫓는 조직의 하청업자이자 요오꼬의 애인 나루세와 조직원들. 미오는 요오꼬의 마지막 전화상대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주일 시한의 반환을 요구받고 나루세와 같이 요오꼬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요오꼬의 사무실과 집, 자주 찾던 점술가까지 조사하는 미오는 요오꼬의 숨겨졌던 진실을 점차 밝혀낸다. 그러는 와중에 자기를 협박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나루세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며 그에게 자신의 상처받은 과거의 치유를 원하게 된다.

결국 미오는 르포라이터인 요오꼬의 마지막 작품에서 요오꼬가 독일에서 목격한 신나찌 그룹 살인사건과 실종 사건의 연관성을 눈치채고 최후의 순간에 진범을 알아내게 된다…


일단 독특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제목부터 인상적이죠? 제 39회 에도가와 란포상 최우수 수상작인 이 작품은 여성 작가의 작품답게 섬세한 심리표현과 사물의 디테일한 묘사가 일품인 작품입니다. 서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시한부의 여성과 남성 컴비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 스릴러는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이러한 묘사들 때문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가정 불화 끝에 남편이 자살했다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미오라는 캐릭터는 어쩐지 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남자주인공 나루세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약간 안티 히어로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전형적인 일본 소설 주인공과 비슷하긴 하지만 뭔가 독특한 맛이 있네요.

하지만 이야기는 좀 기복이 심합니다. 독일 신나찌 그룹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을 엮는 과정은 약간 억지스럽고, 요오꼬의 과거를 추적해서 밝혀내는 프라이버시들은 사건과는 무관하여 오히려 너무 오버해서 표현했다는 느낌입니다. 몇몇 캐릭터의 설정이나 등장도 난데없는 데가 있고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부분의 전개가 정말로! 아쉽습니다. 기껏 추적 잘 하다가 단 한번의 목격으로 모든 사건을 마무리 짓다니… (물론 이 목격의 전 단계에서 추적에 의해 얻은 단서가 실마리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요)

제 생각에는 이야기 자체가 정통 추리물보다는 스릴러 영화에 가까워 보입니다. 기본 캐릭터도 괜찮고 이야기 중간 중간의 스릴과 흡입력은 상당하지만 뭔가 기둥 줄거리는 2% 부족하네요. 보다 추리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으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뭐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하고 디테일한 여러 묘사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란포상 최근 수상작들 중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에는 대 실망 했고 “희고 긴 복도”도 트릭적인 면에서는 불만이 있었던 만큼 간만에 수상작중에서 괜찮은 작품을 읽었다는 생각입니다. 일본 여성 작가 중 미야베 미유키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작인 “아웃”도 꼭 읽어봐야 겠네요.
by hansang | 2004/04/13 23:41 |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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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hansang's world .. at 2007/07/15 13:14

... 저에게는 썩 마음에 들거나 와닿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절대 추리소설이라고 보기 힘든 작품들이기 때문에 이전에 읽었던 두 작품들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얼굴에 흩날리는 비") 에 비하면 제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좀 적었고 그만큼 기대에는 미치치 못했다 생각됩니다. 그래도 심리 묘사능력이 탁월한, 그야말로 "글 잘 쓰는" 작가의 ...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4/13 23:58
미야베 미유키는 요 근래 우리나라에서 이상하게 뜨는 거 같더군요. 서점에 전담코너가 생기질 않나... 정작 미즈키 시게루 노사는 아무도 모르는 거 같고.
Commented by 케인즈 at 2004/04/14 10:28
읽고싶은 책이었는데 평 잘 봤습니다. 전 일본 추리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감이 잘 오지는 않는데요,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읽을만하지 않았나요? 대실망하셨다니-_-;
Commented by hansang at 2004/04/14 11:20
rumic71 : 하지만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는 정말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케인즈 : 전 그 하루키류의 묘사나 뭔가 있어보이게 스케일을 키우다가 허무하게 끝나는 결말 같은게 어설퍼 보이더라고요. 하드보일드 흉내만 내다가 끝난 것 같기도 하고요. "불야성"쪽이 훨씬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4/04/14 12:13
별관계 없지만, 하루키는 단편과 엣세이만큼은 최강이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장편.
Commented by 케인즈 at 2004/04/16 13:05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님 말씀대로 그런 면이 있죠. 초반부에는 주인공의 개성이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부각되다가 중반 이후에는 스토리 속으로 묻혀버리더군요. '불야성'...극적으로 구했습니다.^^;
Commented by hansang at 2004/04/16 15:46
rumic71 : 네, 그의 수필은 저도 참 좋아합니다. 장편도 "노르웨이의 숲"은 한 10번은 넘게 읽었죠.
케인즈 : 테러리스트....는 한마디로 좀 어설픈 면이 있죠^^
Commented by purpleray at 2007/07/03 11:19
이 책 ' 얼굴에 흩날리는 비'가 절판이라 구할수가 없네요. 열심히 검색해서 여기까지 왔는데요, 이 책 사고 싶습니다. 이 책 가지고 계신분 제발 연락주세요!! raydes98@dreamwiz.com 입니다. (이 글 쓸라구 이글루 가입까지 했어요.) 제발 제발 연락주세요~~~복 받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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