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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전문가인 캐더린 벨리스는 회사에서 좌천당해 알제리에서 OPEC 회담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 설치를 강요받게 됩니다. 여행전에 지인인 해리의 딸 릴리를 통해 체스의 천재 솔라린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연속되는 일련의 사건이 과거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는 공식이 숨겨져 있는 “몽글랑 서비스”라는 신비의 체스판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손에 있는 “8”의 손금으로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인 체스 게임에 뛰어들어 있다는 것을 밝혀 내고 비밀을 이용하려 하는 “백”의 세력에 맞서 자신의 편인 “흑”의 세력과 더불어 체스판과 말, 그리고 비밀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뛰어들게 됩니다.
이 소설은 캐더린 네빌 여사의 장편 데뷰작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위의 캐더린 벨리스의 모험과 더불어 몽글랑 서비스가 숨겨진 이후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격동의 프랑스 혁명기의 수녀 “미레유”의 이야기라는 두가지 축으로 전개됩니다. 캐더린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몽글랑 서비스와 “8”의 비밀에 휩쓸려 가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자각해 가는 이야기라면 “미레유”는 처음에는 소꿉친구인 발렌티느의 복수를 위해, 그 이후에는 비밀스러운 힘의 정체와 자신과 맞서 싸우는 “백”의 여왕과의 전투를 위해 모험에 스스로 몸을 맡긴다는 차이가 있지만 이 3세기의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20세기의 캐더린 벨리스의 이야기보다는 미레유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모리스 탈레랑, 다비드,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 장 자크 루소, 벤자민 프랭클린, 거기에 나폴레옹까지 등장하는 역사소설적인 재미와 더불어 프랑스, 영국, 미국, 알제리까지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 비밀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의 묘사까지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흔치 않은 역사 추리적인 기법을 도입한 부분도 좋고요. 그에 비하면 조력자도 훨씬 많고 문명의 이기와 돈을 충분히 사용하는 캐더린 벨리스의 모험은 긴박감면에서 많이 부족하고, 갑작스럽게 솔라린과 사랑에 빠진다는 등의 설정은 너무 순정만화 분위기입니다. 전체적으로도 초반의 크로스워드와 글자를 이용한 암호풀이 트릭 같은 것은 추리소설적인 재미를 주기에는 충분하지만 점차 시공을 초월하는 힘인 몽글랑 서비스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환타지 소설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는데 보다 실질적인 힘으로 묘사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습니다. 연금술 등 과거의 모든 신비적인 지식과 자료를 총 동원해서 설명해 놓기는 했지만 워낙 황당무계한 이야기라 당최 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마무리가 약간 부족하다고나 할까요? 제일 당황스러웠던 점은 체스세트를 완전히 갖추지 않아도 비밀을 풀 수 있다는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다 모이면 빛이라도 한번 번쩍여 주면서 고대의 비밀을 알려줄 줄 알았는데….(영화와 만화 등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겠지만요)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은 여류작가 답게 등장하는 인물을 거의 다 미남으로 설정한 것이 조금 색다르고 (심지어 키가 굉장히 작은, 결코 잘생겼다고 알려지지는 않은 나폴레옹 조차 엄청난 미남으로 묘사하더군요) 여성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상당히 탁월한 편입니다. 어떤 분은 체스를 잘 모르면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표현하셨는데 뭐 그 정도로 체스가 중요한 역할로 쓰인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나이트나 폰 등의 행마에 관한 약간의 지식만 알면 무리없이 즐길 수 있으리라 보여지네요. 약간은 시대가 지난 것 같고 비스무레한 소재가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서 많이 쓰여져서 조금 낡은 느낌도 주지만 거의 800여 페이지 가까운 장편을 무리없이 끌고 나갔다는 점, 그것도 데뷰작이라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만 한 작품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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