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와 더불어 발굴한 잊혀진 추리만화입니다. 원작은 Goro Aoki, 그림은 Koshin Ogawa입니다. 국내에 2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 대로 “사쿠라 소이치로”라는 카톨릭 신부가 탐정역을 하고 있으며 1,2권 전부 토코요다 마나미라는 캐릭터가 출연하여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권인 “영광관 살인사건”은 밀실 미스터리 입니다. 장녀 리쯔코의 결혼식을 얼마 앞두고 “영광관”이라는 대 저택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는 토코요다 코우스케의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영광관에 거주하고 있는 토코요다 패밀리는 전형적 일본 변격물의 가족처럼 콩가루에 애정결핍 증상을 심하게 보이고 있는 인물들이죠. 리쯔코의 약혼자 토쿠다 토오루 마저 살해 당하면서 코우스케와 싸우고 실종중인 리쯔코와 차녀 마나미의 아버지 켄스케가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경찰 조사로 켄스케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2권인 “고도관 살인사건”은 섬을 무대로 한 역시 전형적인 밀실 미스터리 입니다. 하지만 1권에 비해 훨씬 스케일이 커져서 전부 7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게 되지요. 이야기는 이찌노세 카오리라는 여성을 알고 있던 몇 명의 사람들에게 초대장이 보내져서 그들이 이찌노세 가문의 소유인 외딴섬 코모라 섬의 “고도관”에 찾아오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섬과 고도관에는 카오리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냉동실 안에서 그녀의 자살한 시체가 발견됩니다. 손님들은 정기 연락선이 올 때까지 섬에 고립되게 되고 그 와중에 “묵시록”의 글귀와 같이 한명씩 살해당하게 됩니다. 카오리와 알고 지내던 프리랜서 카메라멘 카노우 에리카의 조수로 이 섬에 우연히 찾아오게 된 마나미만 살아남게 되고 마나미는 사쿠라 신부에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1,2권 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 처럼 “관 시리즈”를 상당히 의식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1권 “영광관 살인사건”은 길이에 비해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트릭과 내용이었습니다. 소설로 썼으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 같은 트릭이었고 만화적인 전개도 내용을 잘 뒷받침 해 주지 못하는 것 같네요. 무엇보다 주인공이자 탐정역인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너무 눈에 띄지 않게 처리 되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독자에게 도전”하는 식으로 페이지를 분할해서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 물로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중요 알리바이 트릭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거든요. 1권에 비해 2권 “고도관 살인사건”은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입니다. 책 자체도 보통 만화책이라면 2권으로 나옴직한 3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인데 불구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묵시록”의 글귀처럼 사람을 살해하는 패턴은 “장미의 이름”에서도 이미 써먹은 방식이지만 만화에서 보여지는 시각 효과 때문에 그 맛이 훨씬 더 잘 살아나는 것 같고, 트릭 자체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괜찮습니다. 중간 중간 물론 약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추리 만화에서 오리지널로 이 수준의 트릭이라면 “김전일”의 최고 에피소드하고도 견줄 만 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1권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도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 사쿠라 신부 하지만 이야기의 주요 화자가 “마나미”인 만큼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모라 섬과 고도관에서의 이야기에 “사쿠라 신부”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그래서 그나마도 희박했던 사쿠라 신부의 캐릭터가 더욱 약해진 것은 무척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2권 다 “카톨릭 신부”라는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브라운 신부”와 비교해 보았을 때, 그 특성을 그다지 잘 살린 것 같지 않은 점도 감점 요인이네요. (물론 세례명이나 카톨릭의 장례 습관 등 전문 지식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신부”라는 캐릭터에 걸맞는 수준이라 하기는 힘듭니다) 그림도 스타일은 나름대로 있고 열심히 그리기는 했지만 인물 작화의 수준이 떨어지고 지나친 펜선 남용으로 지저분해 보이는 부분도 많습니다. 배경이나 묘사 같은 디테일은 좋지만 보다 인물과 작화에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네요. 그림보다는 원작의 수준이 상당한 만큼 꽤 괜찮은 추리 만화 시리즈라 생각되어 후속작을 기대했는데 2권 이후 별 소식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제목에 "Afternoon Detective Series"라고 찍혀 있는 걸 보면 다른 시리즈도 있을 법 한데 말이죠... 서울 문화사에서 다시 한번 출간해 주었으면, 후속편이 없다면 "Afternoon"의 다른 시리즈라도 계속 발간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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