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퀘어 - 마틴 크루즈 스미스 : 별점 3.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책 표지와 "페리체"님이 제공해 주신 오리지널 "레드스퀘어")
러시아의 형사부장 아르카디 렌코는 검사와 상층부가 관련된 밀수 사건을 파헤치다가 숙청당하여 시베리아 어선에서 고난의 세월을 보내던 중 러시아의 개혁, 개방 분위기와 함께 복직된다. 그리고 맡은 암시장 환전상 루디 로젠을 감시하는 임무 중 루디가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사건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경찰청 장군 페니야긴과 렌코의 부하 형사 야크마저 살해되면서 렌코는 사건에서 밀려나게 된다.

"레드 스퀘어는 어디 있나요?"라는 루디에게 발송된 수수께끼의 Fax 메시지가 독일에서 발송되었다는 점, 그리고 루디의 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수수께끼의 독일인 보리스 벤츠를 찾기 위해 뮌헨으로 날아간 아르카디 렌코는 옛 연인 이리나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리나를 통해 사업가 막스 알보프를 접하게된 그는 이 모든 사건이 러시아 미술품을 밀반출 하려는 거대한 음모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러시아 형사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의 3번째 작품. 1작인 고리키 파크와 2작인 북극성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1작에서 검사가 관련된 사건을 다루며 결국 권력 상층의 밀수 사건을 적발해 내는 아르카디 렌코, 그는 원래 촉망받는 형사 반장으로 2차대전의 전쟁영웅 렌코 장군의 아들이라는 설정인데 1작에서의 사건 해결 이후 2작에서는 그 사건에 관련된 핵심 인물이자 연인 이리나의 미국 망명을 조건으로 혼자 소련에 남은 뒤 시베리아 원양 어선 "북극성"호에서 일하는 처벌을 받게된 다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극성호에서 발생한 여자 승무원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여 미국 어선과 얽힌 음모를 밝혀내게 되지요. 이 작품에서는 2작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다시 형사반장으로 복귀한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냉전이 한창이던, 그래서 "철의 장막"에 둘러 쌓여 있던 소련을 배경으로 한 1, 2작과는 다르게 해빙 무드가 본격적으로 무르익던 고르바쵸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러시아, 체첸 마피아들이 거대한 음모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얽히는 등 전작들보다 이야기의 스케일은 훨씬 큽니다. 또 약간 첩보 스릴러물 비슷하게 여러 단체들의 암투와 그 사이에서 좌충우돌 하는,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주인공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읽는 재미를 더하며, 큰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고 있어서인지 읽기가 어려웠고 불편했던 1,2작보다 읽기가 보다 수월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제 생각에는 번역이 그나마 가장 최신인 만큼 가장 잘 되었다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요.
또한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인 "레드 스퀘어"라는 단어, 이 단어와 러시아 마피아의 관계를 알 수 없었던 초, 중반부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반전이 굉장히 좋습니다. (사실은 유명한 "붉은 광장"이라는 장소가 아니라 러시아 현대 미술의 대 작가 말레비치의 전설적인 절대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을 이야기 하는 것임) 이 반전을 통해 전반부의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복선이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 이야기 구성이 상당히 매끄럽거든요.

무엇보다 역사의 큰 흐름이었던 "페레스트로이카" 당시를 배경으로 하여 러시아의 사회 실상을 치밀한 사전 연구 및 조사를 통해 르포 형식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도 실제 그 흐름에 휩쓸린 아르카디 렌코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실제로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특유의 문체가 잘 살아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예를 들자면 고르바쵸프의 개방 정책에 불만을 품은 군부의 쿠데타라는 역사적 현실이 펼쳐지는 와중에 마피아 보스 보리스 벤츠와 알보프를 상대로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같은 것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비록 보리스 벤츠가 보리야 구벤코였다는 반전아닌 반전은 책 옆날개의 캐릭터 소개로 알 수 있어서 김이 좀 빠지지만 어쨌건 악역이 파멸하는 제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니 만족스럽습니다.

최근의 흐름이기도 한 역사와 추리를 섞은 작품들이 대부분 공상과 허구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실제 시대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 실감나는 묘사와 현실감 있는 사건들 덕분에 돋보이는 점이 있습니다. 말레비치의 실제 생애와 역사를 절묘하게 조합하면서도 러시아의 당시 현실을 냉정하고 디테일하게 결합시킨 설정과 이야기를 읽고 나니 작가의 사전 조사와 구성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더군다나 작가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에서 한번 더 놀라게 되네요.

전 3편에 달하는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읽기 편했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아마존을 뒤져봤더니 다른 시리즈도 있는 듯 하던데요, 냉소적이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아르카디 렌코의 팬인 만큼 후속 시리즈도 빨리 번역되길 소망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PS : 말레비치에 대하여 - 카사미르 말레비치는 키예프 출신의 러시아 화가로 몬드리안과 칸딘스키와 더불어 추상예술의 개척자이다. 처음에는 후기 인상파의 영향을 받았으니 나중에 M.F.라리오노프 및 러이사 전위파 시인들과 친교를 맺고, 쉬프레타티즘을 주창하였다. 1911년에는 ‘다디아의 책’이라는 그룹에 참가하여 러이아의 입체파 운동을 추진하였으며 12년 파리 여행후 레제풍의 기하학적 추상화를 발표하고 급속히 자기 방법을 발전히켜 12년 <흰 바탕에 검은 네모꼴>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어 원.십자가.삼각형을 추가하고, 그러한 기본형태에 의한 추상예술을 이론화하여 절대주의라 이름 짓고 15년 V.V 마야코프스키와 함꼐 선언문을 작성하였다. 형명직후 교수직에 임명되기도 했으니, 미술정책의 반동적 전환으로 상페테르부르크에서 자유를 잃은채 지냈다. 26년에 독일로 이주해 절대주의 선언을 상세히 설명한 <비구상의 세계>를 바우하우스를 통해 간행했다.
("붉은 사각형"이라는 작품 사진을 찾아 보았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실제로 존재했기는 했을 것 같은데 구하지 못해서 다른 대표작들로 대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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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책읽어주는남자 2004/09/21 09:48 # 삭제

    북극성은 정말 지루하게 읽었던 작품인데 이 작품은 기대가 되네요.
  • hansang 2004/09/21 11:43 #

    책읽어주는남자 :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제법 괜찮습니다. 북극성은 저도 좀 지루했었죠^^
  • 페리체 2004/09/27 11:34 #

    안녕하세요. 처음 들립니다. 저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읽고 있어요. 다른게 아니고 위에서 언급하신 붉은 사각형이란 작품을 웹에서 찾아서 덧글 남깁니다. ^^;
    http://russianavantgard.com/Artists/malevich/malevich_suprematism_red_square.html
  • hansang 2004/09/27 14:28 #

    페리체 : 앗 그림 감사드립니다. 수정해 놓아야겠네요.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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