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UFO
선천적 시각장애인 경우는 애인과 헤어지고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기 위해 먼 구파발로 이사 온다. 상담소에서 일하는 경우는 밤마다 구파발행 막차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데 그 버스에는 항상 실연의 아픔을 호소하는 사연과 이를 느끼~하게 위로하는 라디오 방송 "박상현과 뛰뛰빵빵"이 흐른다.

사실 그 방송의 정체는 버스기사 상현이 밤마다 집에서 혼자 녹음한 짝퉁 교통방송. 어느 날 동네 골목길에서 우연히 자신을 도와 준 상현에게 경우는 친구하자며 당돌한 제안을 한다. 상현은 자신의 버스와 라디오방송에 대해 핀잔을 주는 경우를 보며 얼떨결에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속이게 된다.

버스에선 버스기사 박상현으로, 경우 앞에선 전파사 직원 박평구로 애매모호한 이중생활을 하게 된 상현은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경우와 가까워질수록 그녀를 속이는 상현의 마음은 갈수록 복잡하고 괴롭기만 하다. 그리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경우 역시 그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데...


"슈퍼스타 감사용"을 너무나 재밌게 봐서 이범수씨의 첫 주연작이라는 (그것도 멜로물!)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웃음과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영화로 주인공 박상혁이 "은평구"라는 동네 이름을 보고 가명으로 "박평구"라는 이름을 생각해 낸다던가, 장님 아가씨 경우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조금씩 속이는 과정 같은것이 잔잔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음악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보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조연들의 연기도 감칠맛나고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높은 점수를 줄 만 합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은 것이 일단 이야기가 극적 긴장감이 별로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갑자기 기복이 생기는 등 짜임새가 별로 매끄럽지 못합니다. 또한 UFO나 이범수의 가족관계, 동네 사람들 이야기등 주변 소재를 무리하게 끼워넣은 느낌이 강합니다. 오히려 주변 이야기의 비중이 강해지며 주요 스토리가 흐려져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네요.

거기에 마지막에 진짜 UFO까지 나오는 장면은.... 좀 너무합니다. 한발짝이 아니라 한 10발짝은 너무 앞서 나간것 같아요. 사실 UFO가 전혀 상관없는 영화로 만들었어도 하등 지장이 없는 소재인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집착했을까요?

그리고.. 다들 연기력이 좋지만 딱 한명! 이은주씨의 장님연기는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뭐 알파치노급의 연기를 바란건 아니지만 그래도 장님이라는 인물의 눈동자나 시선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화가 날 정도네요.

너무 이거저거 보여주려는 욕심이 많았던 탓일까요? 그냥 취미로 자신의 가상 방송을 녹음해서 버스에서 트는 버스 운전사와 장님 아가씨의 사랑이야기만 중심으로 다루면 영화가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설정은 솔직히 괜찮았거든요.

결과적으로 흥행에 실패할 만 하다고 보이네요. 잔잔하고 흐뭇하긴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역시나..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는 다 이유가 있다니깐...
by hansang | 2004/09/21 21:27 | 영화를 보고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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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oirot at 2004/09/26 01:29
뭐시기 영화소개 프로그램들에서 하도 자세하게 소개해줘서 영화를 볼 필요가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어찌나 서로들 엇갈려서 거의 모든 장면과 내용을 알려주던지...
Commented by hansang at 2004/09/30 13:00
poirot : 참 신기한게 저도 영화소개에서 봤을 때는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영화는 더 밋밋하더라고요. 소개는 역시 소개일뿐...^^
Commented by 나대로 at 2004/10/23 03:44
좀 아쉬웠던 건 주인공이 시각장애인이란 점과, 그들의 성과 사랑에 대해 너무 가볍게 터치하지 않았냐 하는 거였습니다. 아마도 감독은 시각장애인들도 사랑과 성에 대해 일반 사람들과 똑같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 같은데 역부족이었던 것 같네요...
Commented by hansang at 2004/10/23 13:40
나대로 : 만약 그랬다면... 정말 역부족이었죠. 그냥 소시민들의 따뜻한 이야기로 가는게 더 좋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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