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조국 (Father land) - 로버트 해리스 : 별점 3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그들의 조국 - 6점
로버트 해리스/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1964년 독일이 유럽에 천년제국을 건설한 시대, 총통 히틀러의 75회째 생일을 1주일 앞두고 베를린 외곽 하벨 호수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시체에 대해 사법경찰 살인 담당 수사관 사비에르 마르크가 조사를 착수한다.

시체의 정체는 폴란드 총독부의 고위 관료이자 SS 여단장 출신인 요제프 뷜러 박사로 밝혀지고 그의 수첩에 적혀있던 인물 중 빌헬름 스튜칼트 (내무성 장관 출신) 역시 살해되며 또다른 인물인 마틴 루터 (외무성 차관 출신)는 실종된다.

잇달은 과거 고위 관료들의 죽음과 실종 뒤에 모종의 흑막이 있음을 눈치챈 마르크는 살로트 맥과이어라는 미국 여기자와 함께 그들의 과거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스튜칼트의 아파트 비밀금고에서 발견된 스위스 비밀은행 금고의 열쇠로 그 비밀을 알아내려 애쓴다.

결국 어떤 비밀에 관련된 서류를 가지고 루터가 미국으로 망명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나 루터는 마르크의 눈 앞에서 저격당하고 마르크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리는데...


2차대전 관련 저술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Fatherland" 입니다.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승전하고 난 뒤 20여년이 지난 1960년대를 다룬 일종의 대체 역사물이죠.
 영국은 일종의 독일 속국이 되고, 처칠과 여왕은 캐나다로 망명가고, 러시아는 남부지방을 잃었지만 계속 동부전선을 유지하여 국지전을 벌이며 미국의 대통령 조셉 케네디는 독일과 일종의 "동맹"(데탕트)을 맺은 1964년이 무대입니다.
실제 역사물을 보는 듯한 1960년대 승전국 나찌 독일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정말 대단하네요. 여객기는 보잉과 융커스 제트기가 함께 쓰이며 경찰도 군인편제로 제편된 군국주의 전체주의 국가. 비밀경찰 게쉬타포가 은밀히 지배하며 절친한 친구가 배신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하는 비인간적인 독재국가.

하지만 일반적인 대체 역사물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실존인물들과 2차대전 당시의 유태인 학살, 그리고 당시 주독대사였던 조셉 케네디 (존의 아버지죠)의 언행 등에서 유추하여 상상한,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등장하는 전형적 추리 스릴러의 포맷으로 진행됩니다. 특히나 수사 방법에 있어서 경찰 조직 자체가 재편되어 재구성된 사회에서 어떻게 수사를 진행하는 지 꽤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부정축재에 대한 묘사의 상상력도 눈여겨 볼 만 했고요.
읽고나니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러시아 형사 아르카디 렌코 시리즈의 러시아와 흡사함도 느껴지네요. 전체주의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하는 여러 인물들 및 설정, 특히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겉도는 주인공 (형사라는 직업까지 같은)에 대한 점은 정말 비슷하니까요. (아울러 번역이 좀 엉망인 점도 비슷...) 하지만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이나 후속작에 대한 여운을 계속 남기는 렌코 시리즈와는 달리 한편으로 완결된 구조라는 점은 큰 차이점이겠죠.

불만이 있다면 흥행을 염두에 둔 듯한 미국인 여기자와의 로맨스는 사족인 듯 싶다는 점, 그리고 거대한 음모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인 서류를 너무 쉽게 찾아내는 등 디테일한 수사 과정에서 쉽게 지나간 듯한 부분이 눈에 띄는 점입니다. 아울러 번역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역시 크고요.

그래도 사소한 불만을 감안하더라도 상상력으로보나 완성도로 보나 대체역사 추리물이라는 흔치 않은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이 작품에 비한다면 아카가와 지로의 "프로메테우스의 딸"이나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그야말로 쓰레기죠. 아 이들은 SF던가?) 별점은 3점입니다.

조사해 보니 TV용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에 "어둠속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네요. 하하하! (다른건 몰라도 룻거 하우어는 정말 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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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하게 되는데....<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만두님의 리뷰집을 읽고나서 읽게된 작품. 45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입니다. <그들의 조국>으로 데뷰한 로버트 해리스의 두번째 작품으로 첫 작품은 가상역사물이었는데 이 작품은 2차대전 당시의 영국 정보부 블레츨리 파크를 무대로 한 팩션입니다. ... more

덧글

  • DJHAN 2004/11/22 23:46 #

    적역이었지!
  • 玄武 2004/11/23 00:07 #

    TV에서 방영해 줄 때 봤었는데 참 재밌었습니다.
    오지않는 남자를 기다리며 체포당할 때까지 의자에서 기다리는 미국 여기자가 기억에 남는군요.
  • hansang 2004/11/23 11:11 #

    DJHAN : 역시 아리아인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외모니깐^^
    玄武 : 아 TV에서도 했었군요. 그런데 결말은 소설과 조금 다른 것 같네요.
  • rumic71 2004/11/24 00:31 #

    아카가와 지로는 삼색털 홈즈 시리즈 외에는 다 별로...
  • hansang 2004/11/24 13:12 #

    rumic71 : 그나마 삼색털 홈즈 시리즈도 건질게 몇개 없더군요. 흠... 왜 잘 팔리는걸까요?
  • 이준님 2009/06/22 09:10 #

    뒤늦은 댓글이지만

    1. 저자 자신은 이 책을 대체역사물이기보다는 홀로코스트 고발 소설로 보기를 원했습니다. 학살 유태인의 "숫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실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2. 아주 오래전에 해적판으로 나왔고 해적판이 나름 신문지상에 심도 있게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3. 저자의 다른 작품들처럼 희망적이지만 모호한 결말로 마무리 되었지요. 영화는 아주 희망적입니다. 기자가 케네디 태통령에게 극적으로 그 서류를 전달하고 주인공은 공중전화 박스에서 암살. 여자는 체포되고 주인공 아들의 성인버젼 회고로 그 사건 이후로 나치가 국제적 비난을 받고 몰락했다는 강한 암시를 줍니다.

    4. 작가의 세가지의 극화된 작품중 하나입니다. 이 작은 HBO에서 만들었고 2차 대전 당시의 암호 해독전을 그린 "애니그마"(케이트 윈슬렛이 나옵니다.) 스탈린의 비밀노트를 중심으로 혼돈의 러시아를 그린 "아케인절"(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옵니다)이 역시 극화되었지요. 폼페이는 엎어졌다는게 정설이고. 고스트 라이터는 기획중입니다.
  • hansang 2009/06/22 09:33 #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에니그마는 저도 봤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구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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