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나가는 길 - 콜린 덱스터 / 이정인 : 별점 3.5점 Book Review - 추리 or 호러

숲을 지나가는 길 - 8점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해문출판사

1년전에 배낭만 발견되어 실종 처리된 스웨던 여대생 카린 에릭손을 찾기 위해 경찰에서 장기간의 수사를 진행하나 사건은 미결로 처리된다. 그러나 타임즈지에 보내진 여대생 실종사건과 관련된 수수께끼같은 독자의 투고詩로 경찰은 다시 수사에 착수하고 기존의 존스 경감대신 모스 경감을 책임자로 임명한다.

휴가 도중 복귀하여 사건을 맡게 된 모스 경감은 시에서 유추해낸 해답으로 와이탐 숲 수색에 착수하고 곧바로 숲에서 유골을 발견하지만 유골이 사실 남성의 것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후, 사건의 중요 참고인 중 한명이었던 데일리 마저 살해되면서 사건은 또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모스경감 시리즈 두번째 작품입니다. 시리즈 1작인 "옥스퍼드 운하 살인 사건"은 재미는 있었지만 조금 짧고 모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별로 없어 아쉬웠는데 2번째 작품은 상당한 길이의 장편이 출간되었네요.

일단 이 작품은 그동안 제가 다른 작품들에서 보아온 모스 경감의 모습 중에서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화끈한 모습을 여러번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모스라는 캐릭터의 전부랄까요? 호색한이면서도 음주와 클래식을 즐기는 모스의 모습은 천재탐정으로서의 잘난척과 부조화속의 조화를 이루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한 캐릭터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 개그 캐릭터와 천재 탐정을 오가던 모스라는 인물 묘사에서 천재쪽의 비중이 더욱 높아서 사건에 대한 명쾌한 추리가 곳곳에 등장하며 사건 해결을 위한 활약도 상당한 편입니다. 거기에 더해 친하게 지냈던 검시의 맥스의 죽음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좋아하는 여인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경찰 조직의 힘을 동원 하는 등의 모스의 모습은 확실히 이전 작품과는 많이 차별화 될 정도로 디테일하고 재미있게 꾸며져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루이스는 의외로 비중이 작아서 조금 아쉽더군요.

추리적으로는 포맷은 전혀 다르지만 이전에 읽었었던 "사라진 소녀"와 유사한 점이 느껴졌습니다. 어떤 여인이 사라진 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설정이 흡사하거든요. 그래서 중반 이후에는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모스가 사건 초반의 단서들을 종합하여 스스로만의 해답을 내놓은 뒤 그것을 밝혀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새로운 해답을 만나게 된다는 전개는 역시나 다른 작품들과 유사하지만 이 작품은 모스가 처음 내 놓은 해답이 정답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과정이 일관되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천재형"에 더 공을 들였달까요? 복선이나 독자에 대한 정보도 비교적 공정한 편이고요. 뭐 본격물로 보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수사"를 기본으로 하는 "현대 경찰 수사물"이라는 한계상 이 정도면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작가가 공을 가장 많이 들였음직한 사건의 열쇠가 되는 수수께끼 시는 일종의 암호 트릭인데 상당히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영어를 잘 모르면 해독이 불가능 하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알리바이 트릭이 생각보다는 맥빠진 내용이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울러 이른바 "정체"를 밝히는 부분의 단서가 너무 깔끔한 탓에 조금 시시하게 보여진 것도 그러하고요. 이것 역시 "현대 경찰 수사물"의 한계겠죠.
내용적으로도 각 등장인물들의 연결고리에 너무 신경쓴 듯 우연에 의한 설정이 많은 것은 단점이며 더 압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페이지 수는 약간 부담되긴 했습니다. 영국 추리물 답지 않게 호색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여 (물론 그 중 한명은 모스입니다^^) 성적인 묘사가 좀 과한 부분도 한국 문화와는 좀 맞지 않는 점이라 생각되었고요. 물론 비슷하게 "포르노 영화"를 소재로 했던 에드 멕베인의 "장화신은 고양이"에 비하면 7만배는 낫지만요.

이렇듯 약간의 단점이 있기는 하나 결론적으로는 추천작입니다. 이 긴 호흡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 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작가의 필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마지막 반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고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다음권이 기대되네요.

PS : 일부 독자들 간의 마지막에 찾아오는 여인의 정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저는 클레어 오스본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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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oirot 2005/03/17 01:38 #

    아무런 의심없이 클레어 오스본이겠거니 하고 덮었는데 나중에 보니 두명 중 누군지 논란이 생기더군요. 저 바로 다음에 읽은 가족중 한명이 곧바로 마지막 여자 누구냐고 묻더라는..-_-
  • hansang 2005/03/18 13:07 #

    poirot : 저도 다른 분들 글을 읽고서야 누굴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저도 아무런 의심 없었었는데...^^
  • 월향 2005/04/28 15:09 #

    어제 서점에 가서 살까말까 무지막지하게 망설였는데...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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