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2,3,4,5- 더글러스 애덤스
영국인 아서 덴트는 자기의 집이 우회로 건설을 위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욕가운 차림으로 불도저 앞에 누워 있던 중 자신이 사실은 외계인이며 지구가 지금 파괴 직전이라고 주장하는 친구 포드 프리펙트에 의해 정말로 지구가 파괴되기 직전 함께 우주로 탈줄하게 된다.

그들은 자포드 비블브락스라는 외계인과 트릴리언 (트리시어 맥밀란)이라는 지구인 여성과 함께 은하계를 여행하며 모험을 하게 되며 그 와중에 지구가 사실은 은하계 제일의 컴퓨터가 우주와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 "42"라는 답을 내 놓고, 그 질문의 본질을 대답하기 위해서 설계한 거대한 유기컴퓨터였었다는 사실, 그리고 유일한 생존자인 아서의 뇌 속에 그 해답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 질문의 근본적인 답이 "6 곱하기 9" 라는 것을 깨닫고 황당해 하게 된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해 포기한채 과거의 지구에서 살아가게 된 아서 덴트는 우주의 종말을 가져오려는 크리킷 행성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과거의 동료들의 모험에 휩쓸리게 되며 삶과 우주에 대한 진실한 해답을 알게 된다.

다시 살아난 지구로 돌아와 펜처지라는 묘한 여자와 사귀게 된 아서 덴트는 우주 창조 신의 메시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며 우주를 여행하다가 차원이동의 실수로 펜처지를 잃고 좌절한 채 조난당하여 이름모를 별에서 "샌드위치의 대가"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어느날 자신이 기증한 정자은행의 정자로 수정된 자신의 딸을 데리고 트릴리안이 찾아오게 되고 지겨움과 외로움을 참지 못해 자신에게 배달된 궁극의 "안내서"와 함께 지구로 도망간 딸을 찾기 위해 포드 프리펙트와 함께 다시 지구로 되돌아가게 된다...


음, 일단 이쪽 바닥 팬들에게는 전설과 같이 전해지던 바로 그 책입니다. 이전 판본으로 어렵게 1,2권만 헌책방에서 구했었는데 읽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아마도 영화화 소식때문이겠지만) 전권이 새롭게 번역, 출간되어 한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먼저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코미디를 전개시키는 작가의 상상력과 그 기발함입니다. 우주적인 설정과 무대를 굉장히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 잘 접목시킴은 물론 여러가지 말장난으로 읽는이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과 십수년에 걸쳐 아무 개연성없이 쓰여진 작품군임에도 불구하고 책들이 하나의 거대한 줄기를 이루는 것 같이 쓴 점은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목적의식 없이 단지 "흥행"과 "재미"를 추구하는 라디오극이 원형인 것 처럼 내용의 깊이는 거의 전무합니다. 삶과 우주를 논하며 지구, 그리고 우주의 지배자와 창조신의 메시지조차 유머로 다루는 착상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그 착상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나 가볍고 시니컬해서 비록 웃기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아이디어가 상당히 아깝다고 느껴지네요.

이야기 전개도 대부분 "대사"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내용 전개가 복잡한데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유일하게 로봇 "마빈"만이 독특한(?) 개성을 보여줄 뿐 다른 인물들은 독특한 척 위장하고 있지만 말만 많다 뿐이지 별로 구분되는 성격의 소유자들도 아니어서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그나마 1권부터 3권까지는 괜찮지만 4,5권은 억지와 이야기의 비약이 심해지고 멤버도 아서와 포드로만 거의 제한됨으로 인해 단순히 "속편"으로서의 가치만 남아서 더욱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유머소설 답게 개연성을 논하는 것 자체는 말이 안되겠지만 도대체 포드 프리펙트가 아서 덴트와 같이 탈출한 이유 조차 저는 이해가 안되더군요. 오로지 생각나는 이유라면 라디오에서 현재 상황을 포드의 독백으로 처리할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상대역이라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아서의 비중이 너무나 커져서 결국 시리즈 후반부에는 포드보다도 중요한 인물이 되니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영국식" 코미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생각만큼 웃긴 장면도 많지 않더군요. 번역으로 인해 원문의 많은 유머를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국내 정서에는 그다지 유머로 접근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재미면으로만 따진다면 술술 읽히고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랄까요? 읽고나서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전부 1500페이지 정도의 방대한 작품이지만 어찌보면 얄팍한 책이네요. 번역되어 나왔다는 사실 자체에는 무척 감사하지만 끝까지 다 읽었음에도 이 작품의 평가가 높은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결론적으로 말해, 큰 재미는 없지만 대체로 쉽게쉽게 읽히면서도 책의 판형도 작으므로 민방위 훈련용이나 지겨운 강의시간 용으로 추천할 만 합니다.

PS : 그나마 영화화 하기에는 범 우주적인 위기와 "우주전쟁"을 다룬 3권의 내용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두고 봐야 겠네요.

PS2 : 시리즈 권수가 5권이나 되고 페이지도 꽤 많은 편이라 1주일 정도는 후딱 보내는 묘미도 있습니다만....
by hansang | 2005/03/18 14:00 | 기타 쟝르문학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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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uphemia at 2005/03/18 14:13
음, 저는 확실히 매우 좋아하는 책이지만 다른 사람한테 추천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사소한 지적 하나. 그 답은 '42'입니다. 49가 아니라...:)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5/03/18 14:16
옛날에 라디오 드라마로 초반부 듣다 너무 웃겨서 죽을 뻔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 말로는 그 맛을 도저히 살려낼 수 없을 것 같더군요 --.
Commented by hansang at 2005/03/18 14:43
euphemia : 감사합니다. 오타가 났네요.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는데 왜 손이....^^ 저도 추천하기는 좀 어려울 거 같아요.
벨제뷔트 : 아 직접 들으셨다면 한국어판을 한번 읽어보시고 비교 평을 올려 주셔도 좋을 거 같네요^^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체셔 at 2005/03/18 17:14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3권 이후,특히 4,5권에 대한 불만족을 표하시더라구요.저도 그렇구요.
Commented by hansang at 2005/03/18 18:32
체셔 : 역시 돈때문에 쓴 작품이라는 티가 너무 많이 난달까요?
Commented by 리드 at 2005/03/19 01:08
최근 우연한 기회로 구입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더군요.
Commented by Fithelestre at 2005/03/20 04:19
좋은 소개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 새 번역본을 읽으면서 시리즈의 기원은 물론, 많은 의문(?)이 풀렸던 것 같습니다.

제 이글루에 덧글 달아주신 것 보고 찾아왔습니다. 사실은 poirot님 통해서 눈팅은 가끔 하고 있었는데 인사드릴 기회가 생기네요. 반갑습니다, hansang님.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5/03/20 22:53
마지막으로 들은지 7년이 다 되어가는지라 사실 내용은 제대로 기억이 안 납니다;
요번 영화판 예고편을 보고 '아 저런 장면도 있었지' 라고 끄덕이는 정도라서요 ^^.
Commented by hansang at 2005/03/20 23:31
리드 : 솔직히 왜 유명한지는 잘....^^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
Fithelestre : 네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
벨제뷔트 : 영화 예고편을 한번 봐야 겠네요. 궁금해 지는데요...
Commented by sputnik at 2005/09/06 23:34
호오, 전 근데 왠지 4권이 제일 끌리더라구요. 뭐 아서가 엄청 비중이 커지긴 하지만 별로 거슬리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마지막 명대사,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부분에 뻑 가서 말이죠..;;
...좀 오래 된 글이긴 하지만, 영화가 나온 김에 그냥 코멘트 달아봅니다..; 덤으로 링크 신고드립니다. 보실려나(...)
Commented by hansang at 2005/09/07 11:13
sputnik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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