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기 조종사인 제리 버튼은 전쟁 중 부상을 입어 동생 조안나와 함께 요양을 위해 황무지에 있는 외딴 시골 마을 라임스톡 마을로 내려간다. 하지만 이사오자 마자 오래된 책에서 짜깁기한 글자로 이루어진 추잡한 익명의 편지를 받고 곧이어 전 마을에 같은 편지가 배달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애써 편지를 무시하며 지내는 와중에 마을 변호사 시밍턴의 부인이 편지를 받고 자살한 것이 밝혀지며 제리의 적극적인 협조와 함께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게 된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를 비웃듯, 무언가 사건과 관계된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하던 시밍턴 집안의 하녀가 살해되고 마을 목사 캘드로프의 부인은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통찰력을 지닌 미스 마플을 마을로 초빙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초기 장편으로 스스로 뽑은 걸작 베스트 10에 당당히 들어가 있는 미스 마플 시리즈입니다. 사실 미스 마플 시리즈는 추리적인 재미는 강하지만 너무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배경이라 좀 흥분되는 요소가 부족한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되어서 포와로 시리즈만큼 많이 찾아 읽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헤이스팅스같은 강렬한(?) 화자가 없다는 것도 저에게는 감점 요인 중 하나였었죠. 그런데 이 작품은 주인공이자 화자로서 상당히 행동력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매력적이면서도 일종의 "육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 "제리 버튼"이라는 인물을 내세워서 이러한 부분을 많이 메꾸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거의 동물 수준의 육감과 열정으로 사건에서 좌충우돌 하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우면서도 재미있네요. 또한 제리와 마을 변호사 시밍턴의 의붓딸 메건의 로맨스도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제리라는 친구가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묘사는 약간 어이가 없긴 했습니다만....) 뭔가 수상쩍고 이상한 구석들이 한가지씩 있는 마을사람들의 묘사도 추리소설에서 다양한 용의자를 보여주기 위한 뻔한 전개이지만 의외로 나름 현실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추리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히 소박하면서도 반전의 묘미가 잘 살아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뭔가 거대한 음모나 기계적인 트릭보다는 이렇게 인간 심리에 기대면서도 앞뒤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역시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와 닿네요. 하지만 마플양의 활약은 거의 나오지 않는... 아무래도 다른 마을로 초청된 것이라 그런지 마플양의 수다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점이 조금 아쉬웠고 단서가 없이 심증만으로 일종의 연극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결말이 너무 통속적이고 쉬운 해결방법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 무엇보다 범인이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는데 우연찮게 발생한 다른 사건으로 인해 그러한 범인의 최대 약점이 묻혀 지나가는 점은 보다 보완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여사님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 베스트로 뽑힌 이유는 잘 모르겠고 "ABC살인사건"이나 "애국살인"이 포함되었어야 할 것 같지만, 책 뒷부분의 해설 처럼 여사님이 로맨스와 추리, 드라마를 잘 조합해서 굉장히 즐겁게 집필하였을 거라 생각되며, 최소한 재미면에서는 그러한 작가의 노력이 십분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여사님의 로맨스 소설 단편 모음집인 "리스터데일 미스터리"의 확장된 추리 버젼이라고 할까요? 그나저나 읽다보니 예전에 읽은 기억은 들지 않지만 케이블에서 방영했던 "미스 마플" 드라마 시리즈로 접한 작품이더군요. 역시나 범인을 알고 읽게 되니 재미가 좀 반감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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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lowe : 잔디인형이라..
by hansang at 09/03 머리모양이 돈 킹 같군요.. by marlowe at 09/02 가고일 : 재미는 있습니.. by hansang at 09/02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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