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 하라료 / 박영 옮김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의뢰 전화를 받고 마카베 오사무라는 작가의 집에 찾아가나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찰에게 체포당한다. 알고보니 마카베 오사무의 딸인 사야카의 유괴범 혐의로 체포당했던 것. 경찰의 취조끝에 누명은 벗겨지지만 유괴범은 사와자키가 몸값을 전달할 것을 다시금 요구하고 사와자키는 어린 소녀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는 경찰의 감시와 의심의 눈길 속에서도 유괴범 요구대로 도쿄 시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접선을 시도하나 폭행사건에 휘말려들어 몸값을 잃어 버리게 된다.

이후 마카베 오사무의 처남 가이 마사요시의 재차 의뢰로 가이의 4명의 자녀가 혹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스스로 유괴범을 찾기 위해 애쓰나 결국 사야카는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하지만 조사 도중 가이의 딸인 가무라 지아키의 남편인 유키가 우연찮게 몸값이 들어있던 가방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수사는 활기를 띄게 되는데....


하라 료의 유명한 작품으로 소문만 듣던 이 책을 그동안 구하기 위해 여러번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차에, 이번에 석원님 등 인터넷 상의 지인 여러분의 도움으로 출판사 공동구매라는 방법으로 구입하게 되었네요.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뭐 하나 빼놓을 부분이 없는 멋진 책이지만 일단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와자키라는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블루버드라는 애차와 필터없는 담배를 애용하며 거칠고 시니컬한 말투에 경찰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여러가지 점들이 전성기 미국 하드보일드 탐정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거기에 실제 "액션" 자체는 별로 볼게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묻어나고 있고요.

이야기 전체의 전개도 상당히 짜임새 있고 박진감 넘칩니다. 일단 "유괴"라는 범죄는 주로 면식범의 소행일 여지가 많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의 얼개가 짜여지고 있는데 상당히 합리적이면서도 구체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단서를 찾는 모든 근거가 사와자키의 조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사와자키의 조사는 대부분 "미행"과 "탐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역시 현실감을 가져다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수사 과정도 재미있지만 사와자키라는 캐릭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다른 사건들 역시 소설에 몰입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편적인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짤막하고 지엽적인 이야기지만 뭔가 스토리에 맞춰서 캐릭터 설정이 드러나는 작품 구성은 정말로 마음에 드네요.

마지막의 진상과 그에 따른 반전 역시 상당히 임팩트 있습니다. 추리적으로 완벽하게 보이지는 않고 별다른 증거 없이 사와자키의 추리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말로 마지막에 터트린다는 점에서 역시 미국 하드보일드와 계보를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진정한 일본식 하드보일드 작품이랄까요? 추리적으로나 소설적으로나 치우침 없는 재미를 가져다 주는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인데 많이 안 팔렸다는 점에서 추리 매니아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이 팔리지 않은 이유는 제 생각에는 이해불가능할 정도로 허접한 표지...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구입에 도움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PS : 뭔가 울림을 주는 저 제목이 읽기 전에는 참 멋지게 보였는데 읽고 나니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의 의미네요^^
by hansang | 2005/05/01 16:15 |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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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eccachu at 2005/05/03 09:10
흠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껴서 뒤로뒤로 미루고 있는 중이죠. ^^
Commented by 월향 at 2005/05/03 10:30
앗, 구하셨군요.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Commented by hansang at 2005/05/03 17:43
decca : 전 정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월향 : 어떻게 기회가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인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Commented by 석원군 at 2005/05/03 17:48
정작 저는 그 기간에 아파서 신청을 못했습니다. orz
Commented by hansang at 2005/05/03 17:55
석원군 : 저런... 제가 다음에 기회되면 빌려드려야 겠네요. 좋은 정보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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