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5월 전체 글 목록
2004/05/28   트로이 - 볼프강 페터슨 [8]
2004/05/26   나는 결백하다! (To Catch A Thief) - 알프레드 히치콕 [3]
2004/05/25   쿼런틴 - 그렉 이건 [4]
트로이 - 볼프강 페터슨

고대 그리스 시대, 가장 잔인하고 불운한 사랑에 빠지고 만 비련의 두 주인공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란도 블룸)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다이앤 크루거). 사랑에 눈 먼 두 남녀는 트로이로 도주하고, 파리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 (브렌든 글리슨)는 치욕감에 미케네의 왕이자 자신의 형인 '아가멤논'(브라이언 콕스)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이에 아가멤논은 모든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규합해 트로이로부터 헬레네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전쟁의 명분은 동생의 복수였지만,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는 모든 도시 국가들을 통합하여 거대한 그리스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이었다.

그러나 '프리아모스' 왕(피터 오툴)이 통치하고 용맹스러운 '헥토르' 왕자(에릭 바나)가 지키고 있는 트로이는 그 어떤 군대도 정복한 적이 없는 철통 요새. 트로이 정복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불세출의 전쟁 영웅 위대한 전사 '아킬레스' (브래드 피트) 뿐. 그러나 아킬레스는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의 여사제 브리세이스(로즈 번)를 아가멤논 왕이 빼앗아가자 몹시 분노해 더 이상 전쟁에 참가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칩거해버린다. 아킬레스가 전의를 상실하자 연합군은 힘을 잃고 계속 패하게 되고 트로이의 굳게 닫힌 성문은 열릴 줄을 모른다. 병사들이 점차 지쳐갈 때쯤, 이타카의 왕인 지장 오디세우스(숀 빈)가 절묘한 계략을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거대한 목마를 이용해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자는 것...


보기전에 워낙 평이 안 좋아서 보기가 좀 망설여 졌던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전쟁” 보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전개 방식이 특히 좋았습니다. 상영시간 때문이겠지만 기나긴 전쟁을 짤막하게 압축하는 대신 여러 주요 등장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대하 역사극과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여주는데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라 여겨집니다. 아킬레스와 헥토르를 중심으로 각 등장 인물들을 어느 정도 비중 있게 묘사하지만 이야기의 밀도는 별로 떨어지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배우들의 캐스팅도 좋은 편 입니다. 무엇보다 “에릭 바나!” 헥토르 역의 에릭 바나는 이 영화 최고의 수확인 듯 싶네요. 헐크에서는 몰랐지만 서사 시대극에 어울리는 마스크에 나름의 진지한 카리스마도 보여주는 적역을 맡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캐릭터 자체가 워낙 멋있긴 하지만 캐릭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외모와 연기로 헥토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광신자이지만 자비롭고 현명한 왕 프리아모스 역의 피터 오툴도 반가운 얼굴이었고 나오자 마자 아킬레스의 일격에 죽어버리기는 하지만 WWE 스타 출신의 레슬러 네이선 존스도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2억불이나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대작스러운 느낌은 별로 들지 않더군요. 전쟁보다는 아무래도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 만큼 영웅들에게 포커스가 많이 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요사이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게 다가갈만한 스펙터클은 기대 이하입니다. 거기에 각색을 많이 한 이야기에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신화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격하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역사극으로 각색한 것은 좋고 아가멤논이라는 캐릭터를 최대의 악역으로 설정한 것도 마음에 들지만 몇몇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감으로 역사에 등장하는 다른 여러 매력적인 영웅들이나 신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그리고 트로이의 목마가 너무도 시시하게 그려져서 극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주인공 아킬레스 역의 브래드 피트가 제일 불만입니다. 사실 비쥬얼만 놓고 본다면 아킬레스보다는 파리스역에 훨씬 잘 어울리는 배우라 생각되네요. 지상 최강의 전사로서의 카리스마는 도대체 찾아볼 수도 없고 “가을의 전설” 필의 분위기만 시종일관 전해주어서 아쉽습니다. 파리스역의 올랜도 블룸도 실망스러웠고요.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고 배역 자체도 그다지 적역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비롯한 여배우들도 다 그냥 그랬습니다. 특히나 여주인공인 브리세이스...전 처음엔 신지인줄 알았습니다. 흐....

보다 서사적이고 웅대하게 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2억불짜리 대작답지 않은 세세한 인간 관계를 그리고 있고 그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시간과 돈은 별로 아깝지 않은 재미는 충분히 전해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에릭 바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더 재미있게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by hansang | 2004/05/28 00:01 | 영화를 보고 | 트랙백(1) | 덧글(8)
나는 결백하다! (To Catch A Thief) - 알프레드 히치콕

존 로비(캐리 그랜트)는 '고양이'라는 별명의 보석 절도범으로 악명을 떨쳤던 과거를 청산하고 살아가는데, 고급 호텔 리비에라에서 보석 절도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경찰은 절도범의 범행 수법에서 과거 존의 수법과 유사한 점을 발견하고 그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존은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경찰을 피해다니면서 직접 범인을 찾아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프랜시스(그레이스 켈리)라는 아름다운 여성을 만난다. 프랜시스는 어머니의 보석이 도난당하자 존이 의심스럽다고 경찰에 말하고, 존은 다시 도주한다. 프랜시스는 존이 진범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접근하다가 차츰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모든 상황이 존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존은 마침내 부자들의 호화 파티에서 보석 도둑의 정체를 포착하고 지붕 위에서 결투를 벌인 끝에 진범을 붙잡는다.

이 영화는 사실 어떤 영화건 기대치 이상의 재미를 안겨다 준 히치콕 감독이기에, 그리고 무언가 울림이 있고 긴박감 마저 전해지는 멋진 한글 제목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된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프랑스 리비에라 해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껏 살린 촬영이나 여러 미술 세트들은 볼 만 하고 그레이스 켈리의 단아한 미모는 돋보이지만 이 영화에서 건질것이라곤 단지 그뿐입니다.

제목에서 울리는 긴박감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영화는 템포가 너무 느려 지루하네요. 무엇보다 범인으로 의심받는 존이라는 주인공의 행동이 어설프면서도 너무 낙관적이어서 카리스마는 커녕 바보같아 보이기만 합니다. 이런 주인공에게 단지 "보석도둑"이라는 매력적인 직업때문에 반하는 멍청한 미국 여자 그레이스 켈리의 설정 역시 얄팍하기 그지 없죠.

무엇보다 아무런 복선이나 단서 없이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난데 없는 범인을 밝혀내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무엇보다 그 범인의 정체가 너무 뻔하다는 것 또한 실망감을 가중시키네요.

전체적으로 느슨하며 긴장감도 없는, 스릴러물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 같은 시시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화 평점이나 평이 후한 것을 보면 거장의 이름값은 어느정도 느껴지긴 합니다만 제가 본 히치콕 감독 영화 중에서는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by hansang | 2004/05/26 00:33 | 영화를 보고 | 트랙백 | 덧글(3)
쿼런틴 - 그렉 이건

2066년,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가 버블이라 불리우는 명왕성 궤도의 두배크기의 정체불명의 광대한 검은 구체로 둘러싸여 별들이 사라진 시대, 즉 태양계가 외계 종족의 과학기술 능력에 의해 격리(quarantine) 당한 시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립탐정 닉 스타브리아노스는 익명의 의뢰인으로부터 24시간동안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던 정신지체 여성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닉은 각종 공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나노머신에 의한 여러가지 모드를 갖춘 전직 경찰출신으로 로라라는 실종된 여성을 찾는 동안 그 여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양자역학에 의한 다양한 확률적 관측을 절대적인 경로로 스스로 축소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로 그 능력의 모드화를 위해 “앙상블”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에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 자신도 앙상블을 위한 충성모드가 삽입되어 충실한 심복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닉은 뤼 키우충이라는 충성모드를 자신만을 위해 개조한(?) 과학자에 의해 스스로 확산능력을 삽입하게 되고 신에 가까운 능력을 획득하면서 스스로 “앙상블”의 실체와 버블의 존재에 대한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간만에 읽어본 하드 SF입니다. 여러가지 상도 많이 탓을 뿐더러 워낙 걸작이라는 칭송이 높은 소설이라 취향은 아니지만 한번 도전해 보게 되었습니다.

소설 전체에 깔려있는 나노머신등을 이용한 모드라던가 각종 장치들에 대한 디테일과 격변한 지구촌에 대한 상세한 묘사, 무언가 하드보일드 적인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적인 설정은 초반에는 굉장히 기대를 가지게 할 만큼 재미있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은 본질적으로 실질적인 물리학에 바탕을 두고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에 굉장히 깊게 파고들어 이른바 “평행우주”라는 세계관, 그리고 지구인의 잠재적인 능력에 의한 우주의 위기까지 엄청난 스케일과 방대한 과학적 지식으로 펼쳐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읽다가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중반 이후부터 등장하는 각종 이론들에 대해서는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려워요! 제가 이공계 출신이 아니라서 더 심했겠지만 그래도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이 실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패의 이유 중에 너무나도 딱딱한, 원서를 그대로 직역한 듯한 재미없는 번역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좀더 쉽게 번역할 수도 있었을텐데…. 행복한 책읽기 SF 총서는 그 기획도 환영할만 하고 선정된 작품 또한 이견을 표하기 힘들만큼 수준높고 좋은 작품들로 가득하지만 번역에는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작가 나름의 상상력으로 펼쳐놓는 재주는 정말로 놀랍습니다. 보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보다 하드보일드 느낌으로 번역한다면 한번 다시 읽어볼 만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게 쉽고 이해하기 쉽게 번역한 텍스트라면, 저에게는 이 장르가 전혀! 가망이 없는, 그야말로 quarantine 대상일 뿐입니다.
by hansang | 2004/05/25 00:49 | 기타 쟝르문학 | 트랙백(2) | 덧글(4)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