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9 히다다까야마(飛馬單高山)에서 사라진 여인 - 니시무라 교타로 [4]
2009/06/28 약속의 땅 - 로버트 B 파커 / 최운권 2009/06/21 데니스 루헤인 단편집 "코로나도" - 데니스 루헤인 / 조영학 [2]
히다다까야마에서 시라이시 유까라는 스케치를 잘하던 여관 투숙객이 급작스럽게 동경으로 떠난 10일 뒤 근처 북알프스에서 한 여인의 교살 사체가 발견되고, 몇가지 단서를 토대로 시라이시 유끼와의 관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 시라이시 유까의 거주지인 동경의 수사1과 토츠가와 경부가 사건 수사에 협력하게 되지만 그녀가 가명을 썼다는 것이 밝혀진 뒤, 시라이시 유까가 그린 것으로 보이는 스케치가 현장에 남겨지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토츠가와 경부와 부하 가메이 형사 등은 사건해결에는 시라이시 유까를 자칭한 여성의 진짜 정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양한 수사활동을 통해 그녀의 정체가 고노데라 유미코라는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되지만 그녀의 행적은 알 수가 없는데....
"침대특급살인사건"을 비롯, 국내에 소개된 몇권의 책을 읽었던 일본의 추리작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은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작품이었던 반면, 이 작품은 흡사 우치다 야스오를 연상케 하는 "여정 미스터리"더군요. 추리적으로 대단한 트릭이 선보이는 트릭물은 아니며, 여러명의 경찰과 형사들이 각각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와중에 발굴해내는 몇가지 안되는 단서들에서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를 잘 가공한 치밀한 수사물이라고 하는게 맞겠죠. 제목의 히다다까야마의 여러 명소들은 물론, 이즈 온천 등 일본의 명승지가 대거 등장하여 "여정 미스터리"로의 컨셉도 제대로 수행하고 있어서 이색적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히다다까야마 그림엽서를 놓고 이야기를 구상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하기도 하고요. 도쿄에서 전철로 한 4시간 정도 걸리는 마을인 것 같은데 다음번에 갈 기회가 생기면 좋겠네요. 아울러 시리즈 캐릭터 동경 경시청 수사1과의 토츠가와 - 가메이 컴비의 등장도 반가운 점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시리즈물이니까요. 토츠가와 경부의 상상의 나래를 펴는, 비약하는 추리법도 여전하고 말이죠. 명탐정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건의 전모를 먼저 추리한 뒤, 그에 적합한 단서를 다양한 방법으로 치밀하게 수집하는 수사법도 현실에 어울리기도 하고 설득력이 넘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쓴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지나치게 우연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예를 들면 고노데라 유미코가 "가명"을 쓴 이유는 사실상 우연에 기인한 것이라 그녀가 본명을 썼을 경우에는 사건이 보다 빨리 해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정체불명의 여성 사체 주변에서 우연하게! 목탄 조각이 발견된 것에 주목하여 시라이시 유까와의 관계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는 점 등입니다. 또한 설명이 부족하고 전개에 필요한 부분으로만 이야기가 비약하고 있는 것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죠. 스케치를 한 다른 여인에 대한 존재가 쉽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라던가 스케치를 바꿔친 목적을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것 등이 특히 그렇습니다. 스케치가 중요한 요소로 불거지지 않았다면 토츠가와 경부가 사실상 "시라이시 유까"를 자칭한 여성의 정체를 알아내기 어려웠을 텐데 왜 범인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경찰의 수사선상에서 진범인 시라이시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너무나 거창한 위조사업을 벌였잖아요) 도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정 미스터리의 단점이기도 한, "이색적인 풍광" 말고는 "히다다까야마"라는 배경 설정의 존재가치가 전무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죠. 한마디로 "설악산 흔들바위 살인사건" 정도 되는 사건인데 정작 흔들바위는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니까요. 때문에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히는 맛도 넘치고 "히다다까야마"에 대한 관광 가이드 역할도 충실한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그냥저냥한 수준의 평작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정식으로 번역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우연하게 구한 txt 파일로 읽은 것이라 좀 기분이 꽁기꽁기합니다. 아무리 뒤져도 국내에 정식 출간된 것 같지는 않지만, 책은 빌려서도 읽지 않고 무조건 사서 읽는것이 원칙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터라 마음이 불편하네요. 번역도 제대로 마무리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파일인데, 앞으로 정식 출간되면 꼭 사볼 것을 다짐해 봅니다.
사립탐정 스펜서는 허브 세퍼드라는 사업가로부터 집을 나가버린 아내 펨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의뢰를 수락한 스펜서는 몇가지 조사를 거쳐 그녀의 거처를 알아내지만 그녀가 여성해방 운동가들과 함께 지내고 스스로 자발적인 의사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거처를 남편에게 알려주지는 않으며 사건 조사를 중단한다. 그러나 펨이 은행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남편인 허브 역시 스펜서가 평소 알고 지낸 해결사 호크와 연관된 사채업자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뒤, 두명에게 닥친 수난을 한번에 해결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한다. TV 시리즈로 더욱 친숙한 "탐정 스펜서" 시리즈 장편입니다. 저는 방영 당시에 시청한 기억이 전혀 없긴 하지만 TV 시리즈까지 제작되었다는 것은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겠죠? 책 역시 적당히 팔려주었더라면 영상화 된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미국식 헐리우드 탐정물이더군요. 그야말로 펄프 픽션으로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별로인 이유로는 일단 사립탐정이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추리-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어떤 스릴이나 긴장감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야기 구조가 간단할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는 별다른 위기도 없고 생각한데로 일이 착착 진행되어 사건 해결에 이르는, 그야말로 만사형통이거든요. 별로 하는일도 없이 너무 쉽게쉽게 해결을 하니까 주인공 스펜서의 일당인 100불은 정말 사기처럼 느껴질 정도에요. 그나마 설득력이라도 좀 있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마지막 위기의 순간에 호크가 스펜서를 도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또한 이야기가 너무 전형적이고 뻔하게 흘러갈 뿐 아니라 선과 악의 구도가 확실해서 의외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뻔한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인기의 원인이었을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장편소설 분량으로 끌어가기에는 매력이 부족한 이야기구조가 아닌가 싶네요. 메인 악당도 찌질한 모습 탓에 긴장감을 불러오는데 실패하고 있고 말이죠. 그래도 완전히 졸작이다, 재미가 없는 지루한 작품이다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나름의 독특한 매력은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제일 큰 매력은 역시나 "탐정 스펜서" 라는 주인공을 들 수 있겠죠. 전직 헤비급 프로복서의 육체에 굉장한 독서량을 통해서 갖춘 세련되고도 유머스럽고 정곡을 찌르는 시니컬한 화술을 갖춘, 속된말로 "청순한 글래머"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나름의 인생관과 약점과 실수 등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실존하는 듯한, 바로 옆에 서 있을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인물로 창조해 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친구 비슷한 존재로 그려진 흑인 호크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라 무척 인상적이었고요. 덧붙여 굉장히 세심한 부분에서 디테일한 묘사도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예를 들자면 스펜서가 오징어 튀김을 먹는데 피망을 튀김 칼집 사이사이 끼워주는 세심함을 눈치채고 그 주방장의 사람 됨됨이를 판단한다는, 짤막하지만 그럴듯한 묘사가 곳곳에 넘쳐나거든요. 하지만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기에 전체적인 개인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MWA (미국 추리작가 협회) 장편상 수상작이긴 하지만 지나친 통속성 탓에 명성에 값하지는 못했네요. TV 시리즈나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볼까 생각은 들지만 앞으로도 이 시리즈를 더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살인자들의 섬"으로 엄청난 내공을 보여줘 인상적이었던 데니스 루헤인의 단편집입니다. 다른 장편도 유명하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던차에 단편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읽고난 감상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느낌이 가장 컸습니다. 보다 추리나 스릴러쪽에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단편들 모두 심도깊은 드라마였거든요. 물론 모두 범죄에 관련된 작품들로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이를 보여주며, 캐릭터와 배경에 대한 묘사도 탁월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은 단편에서도 여전히 위력적으로 발휘되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에드 멕베인과 스티븐 킹을 섞은 듯한 숨막힐 것 같은 끈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들개사냥", 그리고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으로 독특한 시점과 전개, 묘사가 인상적인 "그웬을 만나기 전" 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별점은 3점. 4점은 충분하다 싶을정도로 완성도 높은 단편집이긴 한데, 아무래도 "추리"와 "스릴러" 쪽으로는 좀 부족했기에 이쪽 점수를 좀 깎았습니다. (카테고리는 추리 / 호러 관련입니다만) "그웬을 만나기 전"을 희극으로 만든 "코로나도" 도 가장 분량이 많은 작품임에 불구하고 소설에 비해서는 별로 인상적이지 못해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도 좋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김성종 선생님의 "어느 창녀의 죽음"과 비교해 보고 싶을 정도로 문학적인 부분에서의 성취가 뛰어나다 생각되네요. 작품별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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