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는가 - 가스가 마사히토 / 이수경 기타 독서

100년의 난제 :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6점
가스가 마사히토 지음, 이수경 옮김, 조도상 감수/살림Math

언젠가 EBS에서 방영 예고했던 동일한 내용의 다큐를 놓쳐서 무척이나 안타까왔었는데 간만에 본가에 가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NHK PD 가스가 마사히토가 쓴 이 책이 있어서 빌려오게 되었네요.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 책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제목 그대로 "푸앵카레 추측"이 무엇인지와 그 수학상의 어마어마한 난제를 어떻게 풀게 되었는지를 약 반세기에 걸쳐 관련 인물과 이론을 추적하며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 그리고 또다른 한가지는 이 푸앵카레 추측을 푼 수학자 페렐만에 대한 이야기죠.

이중 첫번째 이야기는 제가 수학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라서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했지만 이 추측의 가장 중요한 핵심, 즉 "우주공간"에서 끈을 당긴다... 라는 것 정도만 머리에 집어 넣어도 이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자세하게 쓰여져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화된 다큐멘터리에 근거한 책이다보니 여러가지로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군데군데 묻어나고 있거든요. 이러한 고등수학을 쉽게 설명하기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이 책은 상당한 수준으로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쪽 바닥의 명저인 과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이 연상될 정도로요. 그 외의 Q.E.D에서나 접해봤던 필즈상 이야기라던가 이런저런 친숙한 용어들도 반가운 부분이었고 말이죠.

그러나 두번째 이야기, 즉 수수께끼의 수학자 페렐만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어려운 수학상의 난제를 해결하고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필즈상과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 내건 상금 100만불까지 거부하고 현재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은둔하며 사는 페렐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피상적인 정보만 쫓을 뿐, 결국 페렐만이 왜 상과 상금을 거부했는지와 지금 뭐하고 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채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김이 확 빠져버렸어요. 수수께끼만 나열한채 해답없이 끝나는, 2권짜리 추리소설에서 전편만 본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첫번째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었으며 이런저런 아이디어 같은 것도 얻을 수 있던 만큼 자료적 가치도 있기에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는 것은 명확합니다. 재미없고 실망스러웠던 두번째 이야기도 이런저런 상상의 여지가 많아 최소한의 흥미거리는 되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페렐만 박사는 도대체 뭘 하고 있을까요? 푸앵카레 추측을 발판으로 뭔가 다른 새로운 증명에 돌입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하며 쌓은 노하우를 통하여 지구, 아니 우주를 전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연구를 하고 있을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런이런... 만화를 너무 많이 본건가......

디스트릭트9 - 네일 블롬캠프 영화를 보고


인터넷상의 엄청난 호평 때문에 보게된 영화입니다.

그런데 넘치는 대단한 호평이 개인적으로 썩 납득이 가지는 않더군요. 서로 다른 종족(?), 그것도 주종족에게 굉장히 천대받는 종족을 박해하는 최일선에 서 있는 인물이 서서히 천대받는 종족으로 변해가며 자기 자신도 변해간다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쎄고 쎈 이야기라 생각되거든요.
탈출한 안드로이드를 잡아죽이는 킬러가 스스로가 안드로이드임을 알게되고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라던가, 게이를 박해하던 마초가 스스로의 성 정체성에 눈뜨며 자기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된 후 다른 마초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다는 이야기라던가, 흑인을 박해하던 인종차별주의자가 자기 자신의 핏줄에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게되는 이야기라던가... 경성탐정록 식으로 변주하면 조선인을 박해하던 일본인 지주의 젊은 아들이 자기가 조선인 하녀에게서 태어난 사생아라는 것을 알게된다고 바꿀 수도 있겠네요.
어쨌건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흔하디흔한 이야기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롭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워요.

물론 마지막 외계인 크리스토퍼가 탈출하며 과연 돌아올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와 외계인으로 변한 비커스가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여운의 결말은 충분히 인상적이며, 극단적 이기주의자에 가까운 비커스가 막판에 거의 "히어로" 급으로 거듭나게 되는 극적인 장면과 더불어 펼쳐지는 액션은 굉장히 화려해서 볼거리가 많은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특히 이 마지막 액션씬에서 펼쳐지는 헐리우드영화에서 보기 드문 파워드 슈츠(?)액션과 고어에 가까운 폭죽쇼는 확실히 재미있었어요. 헐리우드스럽지 않은 전개와 촬영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죠.

때문에 결론적으로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별점 3점은 충분한 영화로 만족스럽게 관람하긴 했습니다. 뭐 이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다 제 나이 탓이겠죠... 이제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쩝.

고백 - 미나토 가나에 / 김선영 추리 / 호러 관련 독서

고백 - 6점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사고로 딸을 잃은 교사가 봄방학을 맞아 마지막 조회에서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 사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반에 있습니다"....

*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읽으실 분들은 미리 염두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출간소식을 알았을때에는 그닥 구입생각이 없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너무나 많은 호평을 접해서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워낙 많은 상을 탔기 때문에 혹한것도 있죠.

그런데 제게는 그냥 평균작 수준이었어요. 대단한 작품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기에는 좀 부족했거든요.
물론 1인칭 시점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성직자"라는 단편은 대단했고, 이 첫번째 단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등장인물을 바꾸어가며 극단적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형식도 독특해서 - 두번째 단편 "순교자"는 서간문 형태, 세번째 단편 "자애자"는 일기, 네번째 단편 "구도자"는 1인칭 추억담, 다섯번째 단편 "신봉자"는 유서, 마지막 단편 "전도자"는 전화통화라는 형태 - 이러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한 작가의 고민과 노력이 눈에 선할 정도에요. 또 그만큼 충분한 재미는 가져다 주고 말이죠.

그러나 기본 설정과 캐릭터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해서 끝까지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특히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비현실적인것은 큰 문제로 생각됩니다. 주인공의 한명인 슈야가 대표적이죠. 유년기의 애정결핍으로 삐뚤어진 양심을 지니게 된 천재라는 설정은 너무 뻔하고 극단적이라 감정이입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작품 후기 등에서 소개되기를, 등장인물 이력서가 있고 그 이력서에 기반하여 작품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것처럼 홍보되고 있는데 사실 슈야 캐릭터는 그동안 만화에서 흔히 보아왔던 인물 설정이죠. 읽자마자 저는 "암즈"의 건방진 천재 쌍둥이 알과 제프가 연상되었거든요. 그나마 요새는 만화에서도 쓰이지 않는 케케묵은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슈야에 비하면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작중에 등장하는 AIDS에 걸린 세상을 바꾸는 철부지 선생이나 다양한 약품을 손에 넣는 중학교 여반장같은 캐릭터는 그나마 약과겠죠...

게다가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건물을 날려버릴만한 폭탄을 현실세계의 중학생이 제조한다는 것과 마지막으로 모리구치 유코가 그 폭탄을 옮겨 놓는다는 것은 황당의 극치더군요. 결국 모리구치 유코 역시 자기가 가르치던 학생들 수준으로 자기합리화에만 골몰하는 뻔뻔한 인물이라는 것을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모리구치 유코의 경우 하나뿐인 혈육이 죽었으므로 복수심에 불타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긴 하지만 이렇듯 이후의 전개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당위성이 서서히 희박해져 가는것이 뒤로 갈 수록 너무 막가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거야 캐릭터들의 설정이 설득력이 없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단죄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천사의 나이프"처럼 법적인 저촉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첫 단편 이외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복수극으로 보기도 힘들며 추리물로 보기에도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분명히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이긴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실성이 떨어지는 등 단점이 확연하기에 그냥 첫번째 단편으로 끝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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